유럽 젊은 커플들이 산티아고를 찾는 이유
유럽 젊은 커플들이 산티아고를 찾는 이유
  • 강샘 기자
  • 승인 2012.11.15 09: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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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순례길에서 인생의 참 의미를 찾기 위해

험하고 험한 산티아고 길. ⓒMBC TV
험하고 험한 산티아고 길. ⓒMBC TV

 

스페인의 생장피드포르에서부터 산티아고 컴포스텔라 대성당까지 장장 900km에 달하는 산티아고 길. 이 길은 야고보가 전도 목적으로 지난 길이고 나폴레옹이 건넌 길이기도 하다. 40여일의 긴 여정으로 순례하는 이길에 유럽의 커플들이 가끔씩 눈에 띈다. 


아직 결혼 전인 그네들은 결혼 후에 닥칠 수많은 어려움을 이 길을 통해 미리 느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 평생을 이겨나가자는 의미를 담아 혼전 여행에 나선 것이다.


이 여행은 다른 여행과 다르다. 머리 식히고 생활의 고난을 피해서 휴식하고 싶어서 하는 여행이 아니다. 평소의 삶의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을 수없이 겪어가면서 하는, 여행이 아닌 말 그대로 순례의 길이다.


어느 땐 하루에 열 번 넘게 폭우가 쏟아지고 다시 해가 나올 때는 살이 익는다. 먹는 것도 여의치가 않다. 지나다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점에 들르면 손바닥 만한 빵 한 조각, 그게 전부다. 40여일을 가야 하는 길이다 보니 옷도 한 두 벌밖에 없다.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과 삶을 단순화하려는 두 가지 목적에서다.


잠자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텔이나 호텔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알베르게라는 숙박소, 아니 차라리 합숙소라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 자리에 침낭을 들고 자면 그만이다. 남녀 구별도 없다. 한참 자고 있는데 낯선 남자가 옆 침대에 들어와 자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 그게 산티아고 순례니까.

 

벌레 또한 무섭다.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수많은 종류의 벌레들이 예고 없이 달려들어 살점을 물어 뜯는다.


그길을 별들의 들판이라 부른다. 별들의 들판에 사람들은 천년을 지나왔다. 그 별들의 들판에는 순례를 이기지 못하고 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무덤이 많다. 그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가 묻히는 것보다는 그 자리에 묻혀 지나는 순례자들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었던 게다. 사람들은 그래서 무덤 위에 돌 하나씩을 얹어 주고 떠난다. 그래서 돌무덤이 됐다.


그 길고 험한 여정을 커플이 함께 하는 동안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한 치장 같은 것은 없다. 할 이야기도 며칠이면 바닥이 난다. 서로에게서 사랑을 확인하기 보다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서로가 철저하게 깨닫게 된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힘든 것은 서로에게서 다름을 잃는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다름이 없는 원초적인 서로의 가슴에서 확인하는 절대적 절망감은 인간 사이에 겪어야 하는 마지막 시련인지도 모른다.


그 순간을 이긴 사람은 평생 이혼 없이 살 수가 있다. 현대인의 이혼의 절대적 이유인 성격차이 같은 것은 그 고통에 비하면 사치에 불과하니까.


길을 지나는 사이 원주민들은 커플들에게 수없이 키스를 해줄 것이다. 그 키스에는 순례를 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더 없이 짙게 묻어난다. 그들에게 순례하는 커플은 더 없이 고귀한 존재다. 원주민들의 마음이 깨끗하고 걷는 사람들이 순수하기 때문이다. 커플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축복이 될지도 모른다. 식장에서 받는 도식화된 주례사와 안보면 평생 원수될까봐 찾아오는 축하객들과는 차원이 다른….


그렇게 40여일 900km를 가면 산티아고 디 콤프스텔라 대성당이 나온다. 그곳을 밟으면 종교인이 아니어도 커플은 세상에서 처음으로 진한 희열을 느낄 것이다. 이겨 냈다고, 그러므로 앞으로도 이겨낼 것이라고 가슴에 화인을 찍으며….

 

산티아고 디 콤포스텔라 대성당. ⓒMBC TV
산티아고 디 콤포스텔라 대성당. ⓒMBC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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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 2012-11-15 18:14:00
40일동안의 대장정이네요~~
산티아고~~ 결혼하기전에 국토대장정 지리산 종주를 했었는데 그때도 의미 있었는데 산티아고는 더 하겠어요~~

uhakcom**** 2012-11-15 13:28:00
언젠가 꼭 가볼 산티아고!
신혼여행 준비하면서 산티아고 관련 책을 많이 읽어서 꼭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과 상황이 허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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