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체스코회관에서 열린 대선캠프 보육정책 간담회에서는 보육문제로 고민을 안고 사는 이들의 소회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보육노동환경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아이쿱서울생협, 베이비뉴스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는 대선 후보들의 보육정책을 조율하고 관계자 참가해 부모 등 보육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유력주자 중 하나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선대위 산하 미래캠프 복지국가위원회 위원인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에서는 이옥 안심육아포럼 대표가 참여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표, 김소연 노동자대표 캠프 측에서도 육아정책을 담당하는 인사들이 자리해 보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보육공공성 팡팡터지는 나라, 보육팡'으로 명명된 이날 간담회에서 부모들의 관심은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대기기간 ▲과다한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어린이집의 안전 및 아동 건강 문제 ▲가정양육 지원 ▲민간어린이에 대한 관리·감독 등 크게 5가지로 요약됐다.
4살 딸 아이의 보육문제로 고민하다가 참보육연대 일원으로 활동하며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김은지 씨는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민간 어린이집의 문제점을 집중 성토했다.
김 씨는 "작년에는 한 달에 54만 원을 냈는데, 올해는 무상보육으로 28만 원을 지원받고 25만 원을 특별활동비로 내고 있다. 이 돈 자체가 룰에 맞게 정해졌다고 하는데 의구심이 들어 물었더니 어린이집 원장은 구청에서 정한 것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알고보니 불법이더라. 원장은 학부모의 100%가 찬성하기 때문에 한다더라. 계약서를 쓸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사인을 한 학부모들의 죄겠지만 아이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구청에 민원 넣었더니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결국 10명의 어머니가 나서 불법이라고 지적하니까. 10월부터는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성의 문제에서 해결한다고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한다고 하는데, 설혹 30~50%를 확충한다고 해도 나머지 민간 어린이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운영 잘하시는 원장분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내가 (어린이집 운영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이 국가에서 지원된다고 하더라. 그럼 이 어린이집들은 제대로 관리, 감독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어머니는 어린이집과 담당공무원들의 유착관계를 의심했다. 그는 "(관리·감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더라. 그것은 원장들의 파워가 세기 때문이다. 구청 교육사업과 공무원 감사팀까지 두루 엮여 있다. 원장들의 모임은 변호사 수십명을 모아놓고 관련 법을 어떻게하면 잘 피해 돈을 벌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6살 난 아이를 두고 있다는 워킹맘 이지현 씨는 "민간보육시설에 갔더니 영유아가 구분돼야 하는데, 큰 애 작은 애 섞여 있고 시설 열악도 열악했다. 보육교사가 5명이 있어야 하는데 막상 가보니 2명밖에 없더라.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집에서 키우는 게 낫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국공립어린이집 대기 순번이 99번이었는데 1년 뒤에 연락이 오더라. 막상 옮기려니 아이가 친구들하고 정이 들어서 어쩔 수 없이 민간시설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요즘 무상 보육이 실시되면서 전에는 할머니가 애를 키워주던 집들도 이젠 공짜니까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내면 손해인 것 같아서 무조건 보낸다. 그런데 어린이집 원장들은 애들을 이젠 가려서 받는 것이다. (부모들이) 일찍 데려갈 애들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정작 맞벌이 부부들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무상보육 한다니까 꼭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12월이면 '워킹맘'으로 살아야한다는 김난희 씨는 국공립어린이집은 물론 민간어린이집조차 보내기 힘든 상황을 털어놓았다. 2개월 동안 근처 어린이집을 수소문해봤지만 정원이 꽉 차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최근 지하철 두정거장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두던 대학 선배가 아이를 외국 유학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비로소 입소를 시킬 수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각 캠프 관계자들은 공감을 표시하며 우선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관리·감독 마련에 한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캠프 측 백선희 교수는 "문 후보는 임기중 국.공립어린집을 시설기준 20%, 이용아동기준 40%까지 확충하겠다"며 "2020년까지는 시설기준 30%, 이용아동기준 50% 확충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백 교수는 "18만 명에 이르는 민간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준 학교교사 수준으로 지위 강화하겠다"며 고용안정을 위해 공단의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철수 캠프 측 이옥 대표는 "민간 어린이집의 관리·감독강화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전달하겠다"며 "특히 일하는 엄마가 정작 국공립시설에 아이를 들여보내기는 커녕 대기자로 있다가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집에서 양육을 원하는 경우에, 보육시설에 가지 않고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원책, 예를 들어 양육수당에 관해서는 국·공립 시설이 확충되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캠프 측 김애화 진보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한걸음 더나아가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을 시설 기준 50%로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현재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에게 제공되는 양육지원(양육수당)을 폐지하고, 모든 아동에게 제공하는 아동수당을 도입, 12세까지의 아동에게 단계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핫링크] 베이비뉴스 대선 섹션 '선택 2012, 부모들의 선택' http://vote.ibabynews.com
민간어린이집 운영하기엔 재정적으로 너무 어렵다는것, 원장님들과 보육교사들의 희생으로 겨우 운영한다는것 잘 아시잖아요.
먹고살만한 사람들이고 어린이집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