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임신을 한 A 씨는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 벌써부터 부담스럽다. 평소 잘 만나지 못했던 일가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명절이지만 입덧이 심해 속이 메스꺼워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부담감과 며느리로서 감당해야 하는 가사노동에 대한 걱정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석 명절에 임산부가 알아야 할 점과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수원 강남여성병원 성영모 원장과 함께 임산부를 위한 명절 가이드를 살펴봤다.
◇ 장거리 이동 주의…안전벨트 착용 필수
연휴 기간 중 장거리 이동은 임산부에게 육체적 피로를 더욱 가중시키므로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동차 이동 시 임산부에게 피로를 가중시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안전벨트 착용이다. 보통 임신 4~5개월 이상이 되면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므로 안전벨트 착용을 피하기도 하는데, 도로 위 안전을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임산부가 안전벨트를 착용할 때는 위 벨트는 유방과 유방 사이를 지나며 아래 벨트는 자궁 위치를 피해 골반을 지나도록 착용한다. 안전벨트가 신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수건이나 담요, 쿠션 등을 끼워 넣는 것도 복부의 피로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장시간 이동을 하다 보면 한 자세를 유지할 때도 있는데 이는 혈액순환에 좋지 않고 자궁수축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1시간에 한 번은 차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하고 하체를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아울러 유산의 경험이 있고 임신중독증, 전치태반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임산부와 임신 초기 3개월과 마지막 달의 임산부는 외부 출입 및 여행을 금하는 것이 좋다.
◇ 과식은 임산부·태아 모두에게 위험
추석에 과식하게 되면 임산부와 뱃속의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위장 운동 능력이 저하돼 소화가 지연되고 자궁의 압박으로 소화불량 증상이 흔히 발생하는데, 기름진 음식이 대부분인 명절음식은 한꺼번에 많이 먹게 되면 배탈 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명절음식 중 팥고물을 넣어 만든 송편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팥은 피로를 풀어주고 변비에 효과적이며 부기를 빼주는데 도움을 주지만 과다 섭취 시 소화불량 및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녹두는 찬 성분이 강해 태아건강에 좋지 않고, 조리 시 술을 사용하거나 생강을 많이 사용한 고기류는 조심히 섭취해야 한다. 만약 설사 증세가 생기고 증상이 심하면 조기진통이 올 수 있으므로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명절음식을 건강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될 수 있으면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채소나 과일 등 수분섭취와 소화에 도움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연휴 동안 음식은 배불리 먹고 활동량은 줄어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면 산후 비만이나 당뇨, 고혈압 등을 유발해 자연분만이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임산부에게 스트레스는 치명적
육체적·정신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임신 초기에는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 시기에는 심한 피로감, 두통, 불안, 우울 등의 스트레스성 질환이 나타나곤 하는데 임신부에게 이러한 증상은 치명적일 수 있다.
임산부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오랜 시간 서 있거나 쪼그리고 앉아 하는 일 등의 반복된 일을 줄여야 한다. 특히 입덧이 심한 임산부는 명절음식 조리 등을 통해 심한 입덧을 초래할 수 있어 음식 냄새 및 조리하는 곳은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에 지나치게 활동량이 감소하면 오히려 임산부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니 적당한 집안일은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임산부는 피로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낮잠을 자거나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편안한 수면을 위해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우유를 마시거나 가벼운 체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울 때에는 왼쪽 옆으로 누워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임신 중 스트레스는 자궁혈관을 수축시켜 태아에게 공급되는 혈액과 산소의 양을 줄어들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무엇보다 임산부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남편과 주위 가족들이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