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우리 삶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꾼 스마트폰처럼 미래의 인터넷이라 불리는 메타버스는 여가, 학습, 업무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아동은 기성세대가 메타버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이전부터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의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메타버스를 포함한 아동의 미디어 이용의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상당수 아동의 보호자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직접 경험하거나 관련 언론 보도를 빈번히 접하게 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말 심하게 욕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 욕도 많아요. 낯선 사람하고 욕하는 경우가 많고 남들이 하는 만큼 똑같이 해요. 게임할 때 특히 욕하는 사람이 많고, 그냥 무시해요. 가만히 있는데도 욕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아바타 꾸미려고 돈 많이 썼어요. 현실 세계처럼 거기서도 싼 제품을 입으면 놀림당해요. 모자, 신발 등 기본적인 것만 사도 엄청 돈을 써요. 플랫폼 안에서 이성으로부터 실제로 만나자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어요. 제가 6학년 여학생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제안하는 거겠죠. 캐릭터를 남자나 여자 자유롭게 꾸밀 수 있어서 진짜 성별을 모를 수도 있어요.”
메타버스 안에서 권리침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아동의 심층 면접 당시 인터뷰 내용이다. 필자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메타버스 내 아동권리 실태 및 안전한 메타버스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도출 연구를 진행하며, 아동과 보호자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이처럼 조사에 참여한 아동의 상당수는 메타버스에서 모욕적 언어폭력이나 욕설은 일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특정 메타버스 플랫폼은 사이버 불링이 빈번히 발생하며,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꾸미기 위한 과도한 소비 유발 및 계정 도용 등으로 재정적 피해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흔히 오늘날의 아동을 디지털 원주민으로 칭한다. 이는 디지털 이주민이라고 불리는 기성세대와 이분법으로 비교하게 되면 자칫 그릇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아동은 전반적으로 기성세대보다 디지털 미디어의 조작 및 활용 능력이 뛰어날 수 있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위험 상황의 대응과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전달되는 미디어 콘텐츠의 비판적 이해 능력은 미디어 활용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이해와 활용 그리고 디지털 기술에 따른 생활양식의 변화는 문화적 자본(cultural capital)의 산물이며,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생득권(birthright)이 아니다. 즉,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동에게 메타버스 안에서의 타인과의 소통 및 교류, 네트워크 구축 능력, 디지털 콘텐츠 창작 능력, 위험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 등의 디지털 시민성의 함양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상당수 부모는 비교적 미지의 영역인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에 따라 자녀의 메타버스 활동에 대한 적절한 중재와 개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 말라는 교육만 있지 하라는 교육은 없어서, 올바른 메타버스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없는 것 같아요. 결국 가정에서 직접 교육을 해야만 하고, 문제가 생길 때만 하지 말라는 교육과 정책이 나오는 것 같아요.”
본 연구를 위해 수행한 심층면접조사에 참여한 보호자의 목소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건전한 메타버스 이용과 부모의 적절한 중재를 위한 아동용 가이드라인과 보호자용 가이드라인을 각각 마련하여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굿네이버스의 메타버스 가이드라인의 핵심 사항 중 하나는 자녀와 부모의 원활한 소통이다. 부모의 메타버스에 대한 편견이나 무관심은 자녀의 건강한 메타버스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권리침해 예방에 대해 대화하고 자녀가 권리침해를 당했을 때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가이드라인이 메타버스 상에서 아동의 디지털 시민성 향상과 올바른 문화 형성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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