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5학년 아이 “엄마, 나는 생리 결석 못 해?”
초등 5학년 아이 “엄마, 나는 생리 결석 못 해?”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22.10.04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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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육아] 아플 때 쉴 수 있는 권리

“엄마, 나 오늘 생결(생리공결제도, 혹은 생리 결석의 줄임말) 할래.”

“응, 그래.”

“엄마도 오늘 생휴인데, 우리 둘 다 쉬네.”

중3 큰아이는 선생님께 연락한다고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둘째 아이 등교를 챙긴다고 거실에서 서성거리던 그때, 둘째가 막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묻는다. 

“엄마 나는 생리 결석할 수 없어?”

“응?”

“학교 가기 싫단 말이야. 배도 아프고 생리하는 중에 처음 학교 가는 거라 불편하고 찝찝해.”

그랬다. 작은 아이는 지난 여름방학에 첫 생리를 시작했다. ‘첫 생리를 방학에 시작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한 게 엊그제인 것 같은데, 두 번째 생리를 바로 전날 시작한 터였다.  

‘초등학생도 생리 결석이 있나?’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둘째 아이는 중학생 언니는 생리 결석을,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생리 휴가를 쓰고 쉬는 걸 계속 보아왔다. 당연히 자신도 생리 결석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했다. 무턱대고 "그래라"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규정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큰아이는 생리를 중학교에 가서야 시작했다). 중학생인 아이도 그런 규정이 있어서 쓸 수 있는 거니까. 울먹이는 둘째 아이에게 말했다.

“초등학생도 생리 결석을 할 수 있는 건지 엄마도 잘 모르겠어. 우선 오늘은 학교를 가고, 엄마가 담임선생님을 통해 한번 확인해 볼게. 그런 규정이 있다고 하면 그때 쉬는 걸로 하자.”

둘째 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배도 아프고 생리대도 축축해서 불편한데 어떻게 학교에 가느냐며 짜증을 내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이를 옆에서 보던 남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도, 언니도 안 가는데... 쟤가 가고 싶겠어? 당연히 안 가고 싶겠지.”

나는 큰아이 방으로 가서 생리 결석한다는 사실을 동생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알게 되면 현관 앞에서 드러눕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포털에 검색을 해봤다. 초중고 모두 생리 결석이 가능하다는 정도만 나올 뿐,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까지는 안내되어 있는 걸 찾지 못했다. 

정확한 규정을 알고 싶었다. 가장 빠른 건 담임 선생님에게 확인하는 것이렸다. 문자를 보냈다. '아이가 생리를 하고 처음으로 등교를 하게 되어 힘들어 하며 갔다'고 전달하면서 혹시 생리 결석 규정이 있는지 묻고, 만약 있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절차를 알려달라고 부탁드렸다. 

선생님은 담당자분께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하시면서 ‘불편할 때는 언제든지 조퇴하고 쉬도록 (아이에게) 이야기 해달라’고도 하셨다. 더불어 ‘생리를 시작한 친구들도 많으니 친구들끼리 공감대도 있고 몇 번 경험하고 나면 많이 수월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사실 집이 아닌 학교에서 생리대 뒤처리는 잘할 수 있을지 조금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라 그런지 걱정을 덜어주시는 말씀을 해주셔서 나도 약간은 마음이 놓였다. 

(언니가 생리 결석을 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학교에 간 아이는 결국 수업 중간에 배가 아프다며 집으로 왔다. 선생님은 아이를 집으로 보내면서 내게 문자를 보냈는데, ‘아플 때는 바로 담임 선생님에게 이야기해도 된다고 전해달라’고 하면서, ‘생리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덧붙이셨다. 

'아, 그렇지. 생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그냥 지나칠 뻔한 중요한 이야길 선생님이 해주셨다. 아이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은 불편하고 힘들지는 몰라도 자연스러운 성장의 한 과정이었던 것이다. 

생리 결석 제도는 2006년에 생겼다. ⓒ베이비뉴스
생리 결석 제도는 2006년에 생겼다. ⓒ베이비뉴스

둘째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면 좋았을 텐데, 큰아이가 처음 생리했을 때 준비했던 것의 반의 반도 못 챙겨준 것 같았다. 큰아이가 첫 생리를 할 때는 건강을 생각해 천 생리대를 종류별로 사고, 생리 팬티를 사두는 등 미리미리 준비를 해뒀던 것 같은데. 

퇴근 후 부랴부랴 생리 팬티를 사고 집에 와서 둘째 아이에게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생리는 일주일 정도 하게 되고, 주기는 한 달 정도 된다는 것, 생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네가 여성으로 잘 크고 있다는 증거라고. 또 생리 팬티를 하면 생리가 샐까 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자라고도 했다. 

며칠 후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생리 결석을 쓸 수 있으니, 아이가 힘들어하면 문자나 전화로 연락만 주시면 된다”라고(부모 확인을 요청하는 등 학교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으니 정확한 건 학교에 문의 필요). 둘째 아이에게 이런 사실을 전달하니, 불안한 마음이 조금 가신 듯 웃는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생리 결석이라는 게 없었다. 아프면 참거나, 약을 먹거나, 보건실에 가서 쉬고 오는 정도였을 뿐(생리 결석 제도는 2006년에 생겼다). 언론 보도 내용을 보니, 나처럼 생리 결석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특히 초등학교). 몇 년 전만 해도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 내 전체 초중고에 생리공결 제도 사용 권리 존중 등이 담긴 여학생 인권 보장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안내문’을 발송해 사용을 권장했다고. 아이들 초경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생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몸도 마음도 힘든 생리 기간 동안 하루라도 자신의 몸을 잘 돌보는 시간을 당당하게 가졌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성에 대해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성교육 전문가에게 질문한 성교육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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