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전집, 꼭 사줘야 될까요?
유아용 전집, 꼭 사줘야 될까요?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2.11.2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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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책육아 #유아도서 #동화책 #그림책 #전집 #독서편식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주위에서 어린 아기들을 둔 엄마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도서’에 관한 것이다. ‘○○이는 하루에 책을 몇 권이나 읽어요?’, ‘주로 어떤 책을 많이 사 주나요?’ 등등 아이의 교육과도 연결되는, 소위 ‘책 육아’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는 ‘전집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지도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궁금한 질문이겠지만, 사실 나는 아이에게 책 육아라고 할 만큼 많은 독서를 시키지도 않았고 정말 관심이 많은 부모들에 비하면 책을 많이 사 준 편도 아니다. 특히 전집이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나 역시 항상 물음표가 붙어 다닌다.

과거 아이가 무엇이든 입에 넣고, 빨고, 기어 다니던 시절에는 영유아를 위한 전집을 구매했었다. 중고로 책을 들이자니 아이가 종일 만지고 때로는 물고 빨기도 하는 터라 왠지 찝찝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팝업북이나 소리가 나는 책등 다양한 볼거리로 구성된 전집을 구매하여 보여주기도 하였고, 책을 대신 읽어주는 펜을 활용할 수 있는 책들도 있다고 하여 기계와 함께 호환이 되는 전집을 구매하기도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아이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아이는 그 많은 책 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드는 몇 권의 책만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가지고 놀았고 나머지 관심을 끌지 못한 책들은 여전히 책장에서 새 책처럼 고이 전시되어 있다. 책과 호환이 된다는 기계는 아이가 스스로 사용할 수 없으니 오로지 엄마 숙제가 되었고 바쁜 육아 중에 기계를 사용하느니 차라리 내가 읽어 주자 싶어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함께 서점에 가서 한 두 권씩 책을 골라 구매하기 시작했다. 물론 어떤 날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가득한 스티커북만 고르는 등 엄마가 보기에는 책이라고 인정하기 힘든 도서들을 구매하는 날도 있었다. 가뜩이나 SNS와 맘 카페 등에서는 온통 ‘책 육아’에 대한 방법과 관심이 한창인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들이 공개한 생활을 들여다보면, 집 곳곳에 책으로 가득해 마치 하나의 작은 도서관 같은 인테리어도 넘쳐났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마치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나 역시 책장은 있으나 어느덧 드문드문 해진 아이의 책들을 보며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럴 때 가끔 대안처럼 구매했던 것이 10권 내외의 ‘소전집’이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한 번에 많은 책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니 아이의 부담도 덜한 듯했다. 그렇게 구입한 소전집은 아이가 지금도 즐겨보는 도서 중 하나가 되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책?! 우리 아이의 독서 성향은 어떤가요? ⓒ여상미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책?! 우리 아이의 독서 성향은 어떤가요? ⓒ여상미

돌이켜 보면 스스로 독서를 즐기며 책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싶다. 간혹 그런 아이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이마다 기질과 성향은 모두 다른 것이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좀 더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독서는 어느 순간 하다가 멈추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벼락치기로 읽어야 하는 의무도 아니니까 말이다. 해서 지금은 책이 언제나 손을 뻗으면 있는 장난감처럼 근처에 있기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종종 아이와 이벤트처럼 서점에 가고, 부모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책을 고르게 해주고, 구매해서 읽지 않더라도 가끔 한 번씩 들춰볼 마음만 있다면 이미 책과 반 정도는 친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독서 교육이라고 할 수도 없는 아이의 독서 생활을 이렇게 하고 있다 보니 어느 순간 전집에 대한 구매 욕구와 관심 자체가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대비해 미리 구비해 둔 동식물 자연 전집이 아직 있긴 하지만 아이가 언제 궁금해할 지, 어느 날 펼쳐보게 될 지는 미지수이다. 그 역시 흥미가 있는 특정 도서에만 관심을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독서 편식을 지지하는 편이다. 본인이 재미있고 궁금한 책을 한 권이라도 반복해서 계속 볼 수 있다면 이미 아이의 독서 지도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책을 꼭 읽지 않더라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꼭 새 책일 이유가 있겠는가?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시기에 따른 분위기와 유행처럼 구매하는 수많은 전집 도서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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