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마스크 벗어도 되나요?' 아직 혼란스러운 아이들
'엄마 이제 마스크 벗어도 되나요?' 아직 혼란스러운 아이들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3.01.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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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코로나19 #보건복지부 #K방역 #감염예방 #규제 #마스크 #마스크착용 #마스크해제

길고 긴 코로나19 방역은 이제 끝이 난 걸까? 지난 1월 29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정부 방침은 그렇다고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로 아이들은 마스크를 일주일 정도 더 착용하고 수업하는 선생님만 마스크를 벗겠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아이에게는 아직 독감 등의 전염병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전달한 상태이다. 그러나 집 밖으로 나갈 때부터 나조차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당장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써야 할 것 같았고, 외부로 나갔을 때는 잠깐 벗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다시 등원 차량을 이용해야 하니 마스크 착용이 권고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직장에 나간 아이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출근했지만 회의 등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했다. 밖의 상황도 비슷했다. 아직 마스크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었지만 목에 걸고 있거나 코에 반쯤 걸친 상태로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쓰겠다는 모습이었다. 사실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이다. 출입을 하고 주문을 할 때만 쓰고 있다가 음식이 나오고 대화를 나눌 때는 벗고 있었으니 말이다. 최근에 방문했던 사우나에서도 그랬다. 사우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세신 하시는 분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목욕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옷을 갈아입고 찜질방으로 이동할 때 다시 잠깐 착용했다가 공용 공간에서 음식을 먹거나 할 때는 벗었다. 마스크 착용의 목적이 비말에 의한 감염 예방이라면 이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번거롭기만 한 일이었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혼란스러운 아이들. ⓒ여상미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혼란스러운 아이들. ⓒ여상미

물론 우리 가족의 경우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비염이 심한 편이라 여러 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유리했다. 돌이켜 보면 아이가 마스크를 착용하기 전보다 감기에 덜 걸리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면역력이 더 좋아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착용 의무는 해제되었지만 당분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한 달 후면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새로운 교실에서 생활을 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일단 마스크를 챙겨 보내고, 필요한 상황에 따라 쓰도록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해 벗거나 착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저 습관처럼 쓰고 있거나, 한 번 벗으면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조차 기준을 잡기 어렵다. 집안 어른들은 한참 뛰어놀 아이가 그동안 많이 답답했을 테니 이번 기회에 아예 벗도록 알려주라고 하신다. 그런데 2년 넘게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줄 알았던 아이는 스스로 벗기를 두려워한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언제까지 마스크 착용을 강요할 수 없으니, 상황을 지켜보며 점진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체를 권고한 정부 방침은 이해한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본인들은 쓰고 있으면서 선생님만 벗어도 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쓰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 무리 중에 한 명이라도 벗고 있으면 다 같이 벗으려고 하거나 벗고 있는 친구만 이상하다고 생각해 거리를 둘 수도 있다. 이제껏 어른들이 정한 방침을 따르던 아이들에게는 이렇다 할 확실한 규칙을 정해주지 않으면 혼란스럽기만 한 일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학급마다 선생님들이 확실한 규칙을 정해 어떤 상황에서는 벗거나 쓰기로 함께 약속해 주면 좋겠지만, 아마 지금은 교사들도 단호한 방법을 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예전처럼 마스크는 챙겨 보내면서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상황에 따라 결정하라고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부모들에게는 더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과정이 시작이다 보니 다들 우왕좌왕 갈피를 잡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세대별, 집단별 규제를 더욱 명확하게 정해주는 것이 혼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닐까 생각한다. 강제를 벗어나 자율에 맡기는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은 반가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강제했던 것들은 갑자기 풀었을 때 발생하는 혼돈에 대비하는 것 또한 질서 있는 공동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아직 어렵겠지만 차차 아이가 자율과 의무 속에서 조화를 찾고 마스크의 압박에서 벗어나 즐거운 학교생활을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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