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출산율이 상승했다. 지난 2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은 1.22명으로 전년(1.15명) 대비 0.07명이 증가했다. 출생아 수는 46만9,900명으로 전년(44만4,800명) 대비 2만 5,100명이 증가했다. 합계출산율 1.22명은 지난 2002년 이후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2000년 들어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인 2007년 1.25명과 비교해도 근소한 차이다.
이번 출산율의 증가는 희소식 중의 희소식이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 고령사회 진입 속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를 기필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번 출산율 증가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내고, 향후 과제를 모색해 출산율 상승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야할 시점이다.
우리나라 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얼마나 적을까? 지난해 상황을 잠시 살펴보자. 2009년 출산통계에 따르면 2009년 출생아 수는 2008년도 46만 5,900명보다 4.5%가 감소한 44만 4,800명이었다. 합계출산율도 2008년 1.19명에서 1.15명으로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인 조출생률 역시 9.0명으로 2008년 9.4명보다 0.4명이 감소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와 유엔인구기금(UNFPA)가 공동으로 발간한 ‘2010년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 평균인 2.52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 1.24명로, 186개국 중 184위에 머물렀다. 홍콩(1.01명)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2명)을 제외하고 가장 적은 것이다. 북한은 1.85명으로 133위를 기록했고, 일본은 1.26명으로 182위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 평균은 선진국은 1.65명, 개발도상국은 2.67명, 저개발국이 4.23명이다. 우리나라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저출산 국가인 셈이다.
둘째아 이상 출생 현저히 증가
이번 출산율 반등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통계부터 분석해보면, 둘째아 이상의 출생이 현저히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체 출생아 증가분 2.5만명 중 둘째아 이상이 2만명으로 79.7%를 차지하고 있다. 출생아 증가분의 비중을 살펴보면 첫째아는 19.1%에 불과한 반면, 둘째아는 47.4%, 셋째아 이상은 32.3%이다. 출생아 중 첫째아 비중은 감소한 반면, 둘째아 및 셋째아 이상 비중은 대폭 증가한 것이다.
가임여성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모(母)의 출산연령이 상승하고 있어 출생아수가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이번 통계를 보면 가임여성(15~49세) 인구, 특히 주출산연령(25~39세)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모(母)의 첫째아 출산연령이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첫째아 출산 시 모(母)의 평균 연령은 30.09세로 전년(29.85세)보다 0.24세가 상승했다. 이는 초혼 연령 상승으로 첫째아 출산 모(母)의 평균 연령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27.68세)과 비하면 2.41세나 상승한 것이다.
출산율 반등, 정부 반응 보니…
지금부터는 출산율 상승의 요인을 제대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 측은 어떤 반응일까? 보건복지부는 출산율이 오르자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합계출산율의 대폭 증가는 경제위기 해소,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 대한 공감대 확산, 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 등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한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소득 및 고용 불안으로 위축됐던 출산에 대한 태도가 경제상황이 호전됨에 따라 긍정적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보건복지부는 분석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정부의 출산장려정책 추진으로 자녀양육부담이 완화되고, 지속적으로 출산양육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고,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 여러 분야에서의 인식개선 노력으로 다자녀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쌍춘년·황금돼지해 이후 출산율 하락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들은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띠해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부 측 분석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백호띠해라는 사회문화적 요인을 빼놓고 출산율 상승의 요인을 분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결혼하면 길하다는 쌍춘년(2006년), 아기를 낳으면 복을 많이 받고 장수한다는 황금돼지해(2007년) 등 사회문화적 특수 요인이 있을 때마다 출산율은 반등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5년 1.08명까지 줄어들었던 합계출산율은 2006년 쌍춘년을 맞아 1.12명까지 늘었고, 2007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1.25명까지 늘었다. 쌍춘년과 황금돼지해가 지나자마자 2008년 1.19명, 2009년 1.15명 등 출산율은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0년 백호띠 특수가 없었다면 출산율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 사실상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출생아수는 마찬가지다. 2005년 43만5천명에 불과했던 출생아수는 2006년 쌍춘년을 맞아 44만8,200명까지 늘었고, 2007년 황금돼지해에는 49만3,200명까지 늘었다. 마찬가지로 쌍춘년, 황금돼지해 특수가 끝나자 2008년 46만5,900명으로 줄었고, 2009년에는 44만4,800명까지 줄었다.
정부, 출산율 상승 요인 제대로 분석해야
정부가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지난 2005년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제1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을 마련해 추진했다. 이 계획은 지난해 마무리됐고, 올해부터 제2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2011-2015)이 시행되고 있다. 이 계획에는 육아휴직급여 정률제,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산모도우미 지원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출산율 상승 요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하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출산율 상승세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빨리 해법을 찾아야한다. 지금은 쌍춘년과 황금돼지해 이후 2년 동안 추락했던 출산율의 의미를 되새겨야할 때다. 백호띠해 덕분에 반등한 출생률을 갖고, 자화자찬격 분석만 내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몇 년은 쌍춘년, 황금돼지해, 백호띠해 등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급한 불을 껐다고 분석하는 것이 자명하다. 어렵게 회복한 출산율 상승 분위기를 이제는 아이 낳고 기르기 쉬운 인프라를 조성해 이어가야할 것이다.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절대 안 된다. 저출산 고령사회의 늪은 생각보다 깊을 수 있다.
*이 기사는 복지저널(http://www.bokjijournal.com)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임신했는데 백호띠 해라고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더라고요.
아이들이 경쟁자가 많아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