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아이들에게 일상을 선물해요"
"소아암 아이들에게 일상을 선물해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03.31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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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웃을 일 만드는 '소통테이너' 오종철 씨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이제 세상은 더 이상 당신에게 얼마의 돈을 버는지 묻지 않습니다. 세상은 묻습니다. 당신은 한 달에 얼마의 가치를 만들어 내십니까?”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가발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리고 있는 ‘모나콘’(모발 나눔 콘서트)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사람들을 향해 얼마나 가치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인데, 모나콘은 신나게 놀면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콘서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모나콘’은 관객에게는 즐거움을, 소아암 어린이들에게는 ‘일상’을 선물한다. 모나콘의 기획자이자 진행자인 오종철 에이트스프링스 대표는 “대부분 돈을 벌어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 생각하는 거다. 지금 나누지 못하면 나중에 돈을 벌어도 나누지 못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 마포구 블루라이트홀에서 열여섯 번째 모나콘 공연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던 오종철(42) 에이트스프링스 대표를 만나 나눔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에이트스프링스는 강연 및 공연 전문 기획 그룹이다.

 

대한민국 유일의 소통테이너인 오종철(42) 에이트스프링스는 '소통테이너'라는 수식어답게 오종철만이 할 수 있는 개그로 세상에 웃을 일을 만들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대한민국 유일의 소통테이너인 오종철(42) 에이트스프링스는 '소통테이너'라는 수식어답게 오종철만이 할 수 있는 개그로 세상에 웃을 일을 만들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996년 SBS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후 부침 많은 연예계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해 온 개그맨 오종철의 이름 앞에는 몇 년 전부터 ‘소통테이너(소통+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더해졌다. 소통테이너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특허청에 등록한 그는 방송인뿐만 아니라 인기 자기계발 강사로, 공연 기획자로, 토크콘서트 진행자로서 세상과 폭 넓은 소통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유일의 소통테이너인 그는 웃기는 개그맨이 아니라 웃을 일을 만드는 개그맨이다. ‘소통테이너’라는 수식어답게 오종철만이 할 수 있는 개그로 세상에 웃을 일을 만들고 있다. 그는 “개그맨이란 역할과 소통하고 나니 그 안에서 다양한 역할이 나왔고, 역할이 다양해질수록 가능성도 다양해 졌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소통이라고 하면, 흔히 남들과 하는 소통만 생각해요. 그런데 내 자신도 잘 모르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과 소통을 하겠어요. 먼저 나와, 내 일과 소통하면 남과의 소통도 저절로 이뤄져요.”

 

자신과의 소통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그는 “일과 소통하면 나 혼자 돈을 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 일과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인해 세상에 없던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기획하거나 진행하는 프로그램 대부분 이러한 가치를 담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기부 콘서트인 ‘모나콘(모발나눔콘서트), 토크쇼 ‘꼴통쇼’(꼴찌들의 통쾌한 승리쇼),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저자들과 함께 열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설북열차’, 위메프와 함께하는 기부나눔 콘서트, 괴짜여행 ‘꼴통투어’, ‘엄마대학’, ‘나꿈소’(나의 꿈을 소리치다) 등이 있다. 모두가 서로 소통하면서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종철 에이트스프링스 대표와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보컬 라마가 기획한 '모나콘'은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공연수익금 전액은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가발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오종철 에이트스프링스 대표와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보컬 라마가 기획한 '모나콘'은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공연수익금 전액은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가발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특히 오 대표에게 ‘모나콘’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에게 새로운 꿈을 갖게 해줬기 때문. 모나콘은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보컬 ‘라마’의 꿈에서부터 시작됐다. 소아암 병동에 공연을 다니던 라마가 오 대표가 진행하던 ‘나꿈소’에 출연해 “소아암 아이들을 위한 가발 100개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한 것에 오 대표는 큰 감명을 받았다. 이후 함께 뜻을 모아 공연을 기획했고 2012년 12월 첫 번째 모나콘을 열었다.

 

“모나콘은 저에게 새로운 꿈을 갖게 해 줬어요. 사실 그때까지 제가 이 일을 왜 하는지도 몰랐고 꿈이 없었는데, 그 친구의 꿈을 듣고 그 꿈이 좋아 같이 꾸자고 했습니다. 가발 하나를 만들려면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은 건강한 25센티 이상의 머리카락 묶음 10개가 있어야 하는데, 라마가 가발을 만들겠다고 자기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사람이 머리를 길러 가발을 만드는 건 한계가 있으니 함께 가발 제작비를 벌기로 했습니다.”

 

소아암 어린이들은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탈모를 경험하게 되는데, 갑작스러운 외모 변화로 심리적 위축감을 느끼게 된다. 치료 후유증으로 모발이 자라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들은 피부가 약해 인공섬유로 만든 가발을 쓰면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사람 머리카락으로 만든 특수가발을 사용해야 한다. 오 대표는 “우울증까지 겪는 아이들에게 가발이 큰 도움이 되는데, 이러한 가발 하나를 만드는 데 200만 원 정도의 큰 비용이 들다보니 구입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모나콘 관객들은 마음껏 놀고 즐긴 값으로 1만 원을 낸다. 그러면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며 신나게 노는 동안 누군가를 위한 새로운 가발이 만들어진다. 저렴한 비용의 기부 콘서트라고 그저 그런 공연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매회 관람료가 절대 아깝지 않을 만큼 알차게 꾸며진다. 오히려 한껏 신나게 즐긴 대가치곤 관람료가 너무 적어 미안할 정도다. 공연팀 섭외는 라마가, 강연자 섭외는 오 대표가 맡고 있다.

 

소아암 아이들에게 머리카락을 선물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출발한 모나콘에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취지에 공감해 함께하고 있다.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출연진을 비롯해 기꺼이 자원봉사를 해주고 있는 모나콘 서포터즈들, 또 100만 원이라는 절반 가격으로 가발을 제작해주고 있는 하이모, 2회 때부터 무료로 공연장소를 대관해준 블루라이트, 직원들 대상으로 콘서트를 한 후 매칭펀드 형태로 지원한 삼성디스플레이 및 여러 기업 등의 참여로 매회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오 대표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마다 모나콘을 진행, 현재까지 16회의 공연을 통해 8000만 원 가량의 수익금을 모았다. 이 수익금 전액은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는 단체 국제날개달기운동본부에 전해졌다. 국제날개달기운동본부는 이 수익금으로 가발을 제작해 가발이 필요한 소아암 아이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오 대표는 모나콘을 진행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소아암에 걸렸다가 완치한 젊은 친구 두 명이 콘서트에 찾아와 자신들에게 가발이 어떤 존재인지 설명했던 때를 꼽았다.

 

“몸이 다 회복돼서 밖에 나가서 친구들하고 놀고 싶고 학교 가서 공부도 하고 싶은데 민머리로는 밖에 나가질 못했대요. 그러다 소아암재단을 통해 가발을 지원받게 됐을 때 너무 행복했다는 얘길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모나콘이 한 사람에게 일상을 선물해주는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그는 “꼭 돈을 벌어 나누는 게 아니라 삶 속에 제대로 된 시스템만 잘 마련해 놓으면 신나게 놀면서도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나콘을 통해 저는 진행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디밴드나 가수들은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지고 활동무대를 넓히는 계기가 됐어요. 관객들은 1만 원을 내고 두 시간 동안 공연을 즐기고요. 신나게 놀면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으니 우리로선 감사하고 행복하죠.”

 

오종철 에이트스프링스 대표는 평생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가발을 만들 생각이다. 그는
오종철 에이트스프링스 대표는 평생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가발을 만들 생각이다. 그는 "꼭 돈을 벌어 나누는 게 아니라 삶 속에 제대로 된 시스템만 잘 마련해 놓으면 신나게 놀면서도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오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가발을 만들 생각이다. 돈 버는 일과 가치를 만드는 일을 구분해 놨다는 그는 “처음 라마의 꿈이었던 가발 100개가 만들어지더라도 저희는 평생 가발을 만들 계획”이라며 “모나콘을 진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춰졌으니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꿈동산 중개업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저는 ‘꿈’이라는 것이 그 사람을 이끌어가는 가장 좋은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요. 제가 라마의 꿈을 통해 좋은 꿈을 찾았듯이, 이 사람과 저 사람의 꿈을 연결시켜 좋은 꿈을 함께 꾸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꿈의 가치를 연결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꿈 중개수수료는 따로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꿈을 통해 웃음을 찾은 사람의 행복한 모습, 그걸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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