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동학대예방 종합대책에 빠진 것
정부의 아동학대예방 종합대책에 빠진 것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5.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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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핵심 개선과제 대부분 누락됐다”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스스로 방어할 힘이 없는 아동에 대한 학대를 근절하고 피해아동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부 대책 긴급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아동학대예방종합대책을 평가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정부의 아동학대예방대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남윤인순 의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등의 공동 주관으로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정부종합대책에 보완할 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울주아동학대사망사건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가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남윤인순 국회의원실과 함께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정부의 아동학대예방대책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울주아동학대사망사건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가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남윤인순 국회의원실과 함께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정부의 아동학대예방대책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정부종합대책, 근본적 개선과제 대부분 누락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 통과됐고 정부는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과연 이런 조치들이 아동학대를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정익중 교수에 따르면 올해 정부 예산심의 과정에서 아동보호예산으로 증액 요청된 436억 원은 전액 삭감됐고, 정부의 종합대책에는 학대행위자 등록제 실시, 아동학대 사례사망조사팀 운영, 가정방문서비스의 제도화, 출생등록 의무화 등 근본적인 개선과제 6개가 누락됐다.

 

또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국가사무 전환은 물론이고 아동보호서비스 국가최저기준 마련, 중앙과 지자체에 아동전담부서 신설, 학대피해아동 전담 일시보호시설 확대 등 추가 예산이 필요한 항목도 대부분 누락됐다.

 

정 교수는 “법이 바뀌고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효성에는 의문이 생긴다”며 “법 집행을 가능케 하는 인력과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는 한 학대사망 사건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동학대는 저항할 수도 없고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어 절대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아동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폭력으로 더는 가족 내 문제가 아닌 중대한 범죄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가정에서 학대로 고통받고 사망하는 아동이 없도록 아동보호체계를 개선하고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동학대 신고건수↑ 인프라 구축은 미비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오는 9월 29일 특례법이 시행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법적 역할은 늘어나지만 현장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1월 1037건에서 4월 1832건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상담원의 업무 외 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이후)에 접수된 신고건수도 1월 24.2%에서 2월 63.3%, 3월 74.2%, 4월 73.9%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현황을 보면 2005년 38개소였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방사업 이양 이후인 2006~2013년 8년간 고작 12개소 늘어났다. 또한 교대근무가 없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특성상 상담원 375명이 신고접수부터 현장조사까지 하다 보니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전국 피해아동 전용쉼터 36개소 중 단 5개소에만 임상심리사가 배치돼 있으며 시설 부족으로 학대피해아동의 20%만을 수용, 대부분의 아동이 청소년 및 여성쉼터나 일반양육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

 

장화정 관장은 “적절한 위기개입을 위해선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전국 100개소로 확대 설치하고 1개소 당 직원을 15명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미조리주 Boys & girls town의 기능을 하는 학대피해아동 전담 치유보호시설도 전국 시도별로 1개씩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동학대는 사회적 폭력이라는 점 인식해야

 

토론자로 나선 한선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전남과 같이 재정자립여건이 열악한 곳에선 지방이양된 아동학대예방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아동학대예방사업을 국고사업으로 환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관장은 “당장 9월부터 경찰과 동행해 현장조사를 하게 되는데 전남에는 1개 경찰청, 21개 경찰서, 206개 지구대·파출소가 있는 반면 전남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3개소, 전체직원 27명(상담원 20명)에 불과하다”며 인력과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주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에 대해 여전히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부모·보호자들이 가하는 (심한)체벌’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동학대를 사회적 폭력으로 간주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동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상상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많다. 따라서 조사단계에서 아동의 특수성을 인지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담경찰관을 배치해 아동의 특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수철 법무법인 나우리 변호사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만 봐도 ‘피해를 당한 아동의 말은 그대로 믿지말라’는 경찰 매뉴얼 내용이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며 아동의 의사소통 수준이나 발달능력을 고려한 수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부 측 “부족한 부분 검토 보완하겠다”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도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홍종희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과장은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공감하고 이런 점에서 사법적 개입을 통해 아동학대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아동학대방지대책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은 검토해서 정리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조지호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과장은 “경찰 쪽에서는 아동학대 문제를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여러 명이 팀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수사지침을 변경하고 출동단계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착오가 있을 땐 조정해서 완벽한 시스템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병기 복지부 아동권리과 과장은 “신고의무자에 대한 고지나 공익광고 등 당장 할 수 있는 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의해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인프라 구축에 대한 부분은 올해 결정된다 해도 예산 지원은 내년에나 가능하다”면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장들 모시고 의견을 모색해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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