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인, 클럽 보내도 될까요?
내 애인, 클럽 보내도 될까요?
  • 칼럼니스트 강백수
  • 승인 2014.05.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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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부비부비는 내 품에서만…

[연재] 강백수 에세이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하지'

 

최근 SNS에서 자주 눈에 띄는 ‘여자 친구를 클럽에 보내면 안되는 이유’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클럽에서 여성이 춤을 추다가 낯선 남자와 농도 짙은 스킨십을 한다거나 옷을 벗는다거나 하는 동영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썸네일이 야해서 클릭했는데, 그 수위는 어지간한 에로 영화에 필적할 만 했다. 댓글들을 보면 원래 클럽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가 증폭되어 애인이나 배우자를 클럽에 보내면 안되는 것은 물론, 클럽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면 안 된다는 식의 의견들이 즐비했다.

 

나는 클럽에서 약 5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 동영상에 대한 의견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클럽은 놀기 나름이고 어딜 가나 그렇듯이 이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저런 사람들도 있는 법이라는 것. 동영상 속의 장면은 흔한 장면이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일반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내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물었다. 애인이 클럽에 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완전히 쿨하게 보내준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절대 안 된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자주 연락을 한다는 조건’내에서 허락한다는 쪽이었다. 애인이 클럽에 가는 일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분명 신경 쓰이는 일이기는 하다는 것이다.

 

스물 한두 살 쯤에 나는 그야말로 ‘클럽홀릭’이었다. 처음에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좋았고, 놀다 보니 야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들과 몸을 맞대고 춤을 추는 게 기분이 좋았다. 혹시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하룻밤의 불장난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여러 번 다니다 보니 클럽에는 여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생각들을 내려놓고 노는 게 훨씬 더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머니가 가볍고, 훤칠한 용모를 가지지도 못한 스물 한두 살 남자애가 클럽에서 여자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는 아침 첫차는 여느 때보다 공허했고 외로웠는데, 아예 그런 목적의식 없이 클럽에서 놀게 되면 놀 때도 마음이 편하고 귀갓길에도 ‘아, 오늘 잘 놀았다’하는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한창 춤추러 다니는 것 좋아하던 시절의 날씬했던 강백수(오른쪽). ⓒ강백수
한창 춤추러 다니는 것 좋아하던 시절의 날씬했던 강백수(오른쪽). ⓒ강백수

 

내가 클럽을 어떤 모습으로 즐겼건 간에, 연애를 하다가 클럽에 가는 문제로 다투는 일은 종종 있었다. 내가 여자 구경하러 클럽에 다닐 때에는 여자 친구가 클럽에서 노는 밤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녀의 휴대폰에 수십 건의 부재중 전화를 남기기도 했고, 뒤늦게 연락된 그녀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더군다나 나는 여자 친구의 ‘바람’으로 여자 친구를 잃어본 적도 많았기에. 어떤 여자는 또 내가 클럽에 가는 것을 몹시 싫어해서, 몰래 클럽에 갔다가 미처 지워지지 않은 손목의 입장 도장 때문에 들켜서 그녀와 헤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현명하지 못했다. 여자 친구가 클럽에 가는 걸 불안해했던 것은 의심과 불신 때문이었고 이는 생각해보면 당시 내가 놀던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내 SNS에 댓글을 남겨준 어떤 여성의 말처럼, 바람은 도서관에서도 난다. 바람나서 나와 헤어졌던 여자들이 클럽에서 바람이 났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클럽에 가는 것을 싫어했던 여자 친구에게는 내가 평소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정도로 생각하기로 했고.

 

결론은 클럽이라는 공간 자체에는 죄가 없다는 것이다. 클럽 좋아한다고 문란한 사람 취급하는 것도, 또 못 가게 한다고 집착을 하네, 꽉 막혔네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내가 어떻게 노느냐, 그리고 연인관계에서 얼마나 견고한 믿음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간다고 하면 좀 시원하게 보내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믿음은 사랑의 전제조건 아닌가. 그렇다고 가지 말라는데 아득바득 간다고 우기는 것도 미련하다. 클럽이 즐거운 공간이라는 것은 나도 너무나 잘 알지만, 연애만큼은 아니지 않은가.

 

*강백수는 2008년 등단한 시인이자 2010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이다. 2013년 정규 1집 앨범 <서툰 말>을 발매하였고, 2014년 산문집 <서툰 말>을 출간하였다. 그에게 사랑이란 말은 아직 어렵고, 결혼이란 말은 아직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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