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들도 놀이터에서 놀 권리가 있다
영아들도 놀이터에서 놀 권리가 있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6.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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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들 중심의 어린이놀이터, 영아들은 소외 모든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기구 마련돼야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과 사회 구조물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 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열두 번째로 아이들 모두가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놀이터가 큰 아이 중심으로만 만들어져 영아의 놀이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

 

 

실외놀이터의 놀이기구나 시설물은 아이들의 발달 수준을 고려해 영아와 유아 각 발달별 아이에게 적합하게 설치돼야 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푸르니서초어린이집 영아들이 연령대에 맞는 놀이기구와 놀이시설을 이용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실외놀이터의 놀이기구나 시설물은 아이들의 발달 수준을 고려해 영아와 유아 각 발달별 아이에게 적합하게 설치돼야 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푸르니서초어린이집 영아들이 연령대에 맞는 놀이기구와 놀이시설을 이용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박혜련(29) 씨는 가끔 아파트 내 놀이터를 찾는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바깥바람도 쐬고 놀이터에서 아이와 함께 놀기 위해서다. 하지만 박 씨와 아이는 놀이터 구석에 있는 벤치 주변에서 노는 게 전부다. 놀이기구 대부분이 큰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들로만 되어 있어 어린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말만 놀이터지, 어린 아이가 놀 수 있는 시설은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아이 혼자 그네를 태우기에는 너무 크고 위험하다. 내가 아이를 앉고 그네를 타기에도 불안 불안하다”며 “아이가 떨어지지 않게 허리를 잡아주는 장치가 있는 그네나, 작은 아이도 올라갈 수 있는 미끄럼틀이 있으면 좋겠지만 놀이터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아이들 모두가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할 놀이터 대부분이 큰 아이들 중심의 놀이공간으로 구성돼 영아의 놀이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놀이는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활동이다. 놀이를 통해 뛰고 달리면서 아이들은 신체적 능력을 키우고, 언어를 습득하며 대인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놀이터는 아이들로 하여금 외부세계를 탐색하는 경로이자 사회적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놀이는 아이들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어린이놀이터는 관련법에 따라 아파트(공동주택), 어린이공원(동네놀이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아동복지시설 등에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4년 6월 현재 전국적으로 어린이놀이터는 6만 1881개가 설치돼 있다. 아파트 놀이터가 3만 747개로 가장 많으며, 도시공원 8189개, 어린이집 8148개, 유치원 7036개, 학교 5918개, 식품접객업소 624개, 놀이제공영업소 587개, 대규모점포 244개, 아동복지시설 178개, 학원 72개, 목욕장업소 63개, 의료기관 41개, 도로휴게시설 32개, 국제학교 2개다.
 

하지만 대부분의 놀이기구나 시설물이 유아 이상의 큰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 영아들은 놀이터에서 소외받을 수밖에 없다. 그네의 경우 추락의 위험성이 있는 영아들을 위해 그네 앞부분에 안전장치가 설치되거나, 미끄럼틀의 경우 영아들도 오르내릴 수 있도록 계단의 경사가 낮아야 하지만, 영아의 발달 수준에 맞춘 놀이기구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영아의 발달 수준을 크게 앞서는 놀이기구는 도전정신을 갖고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영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아이의 안전까지 크게 위협하고 있다.

 

영아의 놀이기구가 부족한 현실은 실외놀이터의 구성조건에도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다. ‘실외놀이터와 어린이안전’(윤선화·정윤경 저, (사)한국생활안전연합, 2011)에 따르면 영유아들에게 이상적인 실외 놀이환경은 다양성과 복잡성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외놀이터의 놀이기구나 시설물은 아이들의 발달 수준을 고려해 영아와 유아 각 발달별 아이에게 적합하게 설치될 필요가 있다. 설치 상 편의를 위해 영아를 위한 놀이기구를 배제하는 것은 영아의 놀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영아의 발달에 맞는 놀이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놀이터는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놀이를 하는 장소인 만큼 쉬운 수준의 놀이기구부터 복잡하고 어려운 수준까지 다양하게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 보육시설에서는 이 같은 고민 하에 모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마련하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을 위탁·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은 어린이집 내 놀이터에 미끄럼틀이나 자전거 등을 영아·유아용으로 함께 마련해놓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푸르니서초어린이집의 경우, 실외놀이터에 주로 1, 2세가 사용하는 영아용 미끄럼틀과 3세 이상이 사용하는 유아용 미끄럼틀이 함께 설치돼 있다. 영아용과 유아용 미끄럼틀은 일반적으로 크기나 미끄럼틀의 높낮이에서 차이가 나지만, 아이들이 올라가는 계단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일반 계단이 있는 유아용 미끄럼틀과 달리 영아용 미끄럼틀은 계단 대신 경사로를 만들어 아이들이 걷거나 기어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영아들의 대근육 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또한 놀이터 내에서 탈 수 있는 자전거를 다양한 크기로 비치, 아이들이 자기 신체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해 탈 수 있도록 했다. 놀이터 한 켠에는 모래놀이터가 마련돼 있어 영아, 유아 모두가 함께 활동할 수 있다.

 

김온기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상무는 “놀이기구는 아이들의 신체나 능력에 따라 크기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다 다르다. 영아에게 맞지 않는 놀이기구는 이용하기도 어렵지만 다치기도 쉽다”며 “영아들이 타는 미끄럼틀은 높이나 경사가 낮고 계단도 조금 있는 것을 설치하고 있으며 바닥의 안전장치도 더욱 탄탄하게 해 아이가 넘어질 때 쿠션감이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아이들의 학습권이나 놀이권을 이야기할 때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놀이기구가 안 맞으면 어른들이 자꾸 아이를 잡아주게 되면서 아이는 어른에게 의존하게 되고, 결국 아이 스스로 시도하는 기회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며 “영아들에게 놀 권리는 정말 중요한 만큼 놀이터를 설치할 때 영아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놀이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놀이터와 도시공원에서의 영아 놀이권 확보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여건상 영아를 위한 놀이기구 설치가 어렵다면 다른 방식으로 영아가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주영 (사)한국생활안전연합 팀장은 “다양한 연령의 세대가 사는 아파트 놀이터는 주된 연령을 따지다보니까 영아용을 설치하지 않는 편이라 영아가 놀이터를 이용하기에는 굉장히 한계가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생각해 모든 연령이 사용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모래영역 등 법에서 정한 놀이기구 외의 다양한 놀잇거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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