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미술놀이] 가을풍경집
[이야기가 있는 미술놀이] 가을풍경집
  • 칼럼니스트 황유순
  • 승인 2014.11.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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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하고 역할 나누어 함께 구성하기

[연재] 이야기가 있는 미술놀이 - 엄마와 함께 이야기하며 미술놀이 하기!

 

첫째 마당 가을풍경 집

 

윤이와 연이, 엄마가 협동으로 만든 가을풍경 집. ⓒ황유순
윤이와 연이, 엄마가 협동으로 만든 가을풍경 집. ⓒ황유순

 

저녁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윤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제안을 했다.

 

엄마, 우리 영차(어린이집)에서처럼 가을 풍경을 만들어 볼까?”

 

그런데 내 머릿속에서는 빨래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내일 아침 먹을 것도 준비해야하는 복잡한 일들이 떠올랐다. 그래도 오늘은 다음으로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래하고 우선 내뱉어 버렸다. 그리고는 영차에서는 어떻게 가을풍경을 만들었는지 물었다. 윤이는 벽은 어떻게 했고, 천정은 어떻게 했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까지 줄줄줄 신이나 이야기하는데 또 내 머릿속에서는 쉽게 끝나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윤이가 잘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제안이다. 무언가 하고 싶을 때 제안을 참 예쁘게 한다.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도 엄마인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다음에.”, “조금만 기다려줘.”, “이따가.” 등의 말로 기나긴 기다림만 주었다. 요즘 그런 점들을 고민하고 있던 중 제안이 들어와 이번엔 승낙부터 한 것이다.

 

설렘이 가득 찬 윤이는 상기된 목소리로 어떻게 꾸밀지 계획을 하기 시작했다. “가을하고 겨울 풍경을 만들까? 계절 풍경을 만들까? , 여름, 가을, 겨울을 해볼까?” 해보고 싶은 것도 참 많은 윤이. 우리는 가을풍경을 하기로 정했고 나무를 그려서 나뭇잎과 열매들로 꾸미기로 했다. 나무는 큰 종이에 그리기로 했고 나뭇잎과 열매들을 무엇으로 만들지 또 고민하게 되었다.

 

윤이 : 바느질을 해서 만들까?

엄마 : 너무 오래 걸려서...

윤이 : 천으로 할까? ... 천이 없지

엄마 : 그럼 우리 종이 접기 할까?

윤이 : 열매랑 나뭇잎 모두모두 달자. 이야기하며 첫 종이접기에 나왔잖아.

 

종이접기 책을 보며 나무에 붙일 열매를 접고 있는 윤이. ⓒ황유순
종이접기 책을 보며 나무에 붙일 열매를 접고 있는 윤이. ⓒ황유순

 

윤이는 큰 종이에 나무를 그리고 종이접기 책을 찾아와 은행잎을 접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는 오빠가 그린 나무를 무지개처럼 색칠하기 시작했다. 너무 열심히 잘 칠한다고 칭찬을 해주니 윤이도 힐끗 보더니 잘 하고 있네.” 라고 동생에게 칭찬의 말을 해주었다. 사실, 윤이는 자기 그림에 연이가 손대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칭찬까지 하고 깜짝 놀랄 일이었다.

 

오빠가 그린 나무를 색칠하고 있는 연이. ⓒ황유순
오빠가 그린 나무를 색칠하고 있는 연이. ⓒ황유순

 

색칠을 끝낸 연이는 옆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접고 있었다. 잠시 후 아빠별, 엄마별, 오빠별, 내별. 아빠가 보면 깜짝 놀라겠지?” 하며 보여주는데 꼭 단풍잎 같아 보였다. 그래서 오빠에게 나무에 붙여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30분 동안 무려 18개의 별을 접은 연이. 네 살 꼬마가 열심히 접은 별을 나는 나무에 정성껏 붙였다.

 

별단풍잎을 접고 있는 연이. ⓒ황유순
별단풍잎을 접고 있는 연이. ⓒ황유순

 

은행잎을 시작으로 별단풍잎, , 도토리, 버섯, 둥지의 새, 해님, 달님, 잠자리, 꽃게까지 나무가 빽빽하게 채워졌다. 다 붙인 후 엄마가 수수께끼를 냈다. “밤은 어디 있을까?, 도토리는 어디 있을까?” 그랬더니 윤이도 연이를 다정히 앉고 수수께끼를 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녁시간 1시간의 활동이었지만 윤이가 연이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고 잠시나마 다정함이 발산된 것 같아서 뿌듯한 시간이었다.

 

윤이가 연이에게 나무에 있는 것들을 수수께끼 내고 있다. ⓒ황유순
윤이가 연이에게 나무에 있는 것들을 수수께끼 내고 있다. ⓒ황유순

 

완성된 나무를 어디에 붙일지 정하고 붙였더니 윤이가 또 제안을 했다. “엄마 우리 집 문에 가을풍경 집이라고 써 붙일까? 가을풍경으로 꾸몄잖아.” 윤이가 말한 문은 현관 문이었고 그래서 우리집 현관엔 윤이가 쓴 가을풍경집이 붙게 되었다. 연이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협동 작품은 아마도 오늘이 처음이었던 같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계획을 하고 역할을 나누고 함께 구성하며 새삼스럽지만 함께하는 기쁨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윤이가 쓴 가을풍경집을 현관문에 붙였다. ⓒ황유순
윤이가 쓴 가을풍경집을 현관문에 붙였다. ⓒ황유순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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