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자격체계 개편, 미룰 수 없다”
“보육교사 자격체계 개편, 미룰 수 없다”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12.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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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보육정책 컨퍼런스, 보육의 질 제고방안 논의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보육교사의 자격체계는 유보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매우 시급한 핵심과제라 볼 수 있다.”

 

이미정(한국보육학회장) 여주대학교 보육학과 교수는 한국보육진흥원과 베이비뉴스가 공동 주최하고, 세계전람이 주관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보육정책 컨퍼런스’의 1부 순서인 보육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미정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보육교사 양성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개방형 학점이수제’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개방형 학점이수제를 통해 어느 학과에서나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고 보육교사 2급의 경우 2009년 한 과에서 최대 794명이 배출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보육교사는 1, 2, 3급으로 구분되며 기본적으로 개방형 학점이수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에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최소 고등학교부터 전문대학, 4년제 대학, 대학원, 방통대,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등에서 취득 가능하며, 보육교사 2급은 17과목, 51학점을, 보육교사 3급은 6영역, 25과목, 65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이 교수는 “현재의 자격제도는 누가 어느 학과에서 몇 명이나 보육교사 자격 훈련을 받는지 알 수 없는 구조일 뿐만 아니라 나중에 자격증 발급을 통해서만 그 수를 파악할 수 있어 미리 수급 조절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점이수제를 학과제로 변경하거나 필요이수 교과목을 현행 51학점(보육교사 2급 기준)에서 70학점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제는 ‘온라인 학점은행제’다. 이 교수는 “사설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학점을 딸 수 있는 학점은행제는 교육의 질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학점은행제의 관할부처는 교육부라 보육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슷한 관점에서 사이버(원격)교육의 문제도 들었다. 사이버대학, 방통대에서 이뤄지는 원격교육으로 배출되는 보육교사의 수가 최근 1년 과정인 보육교사 훈련원에서 배출되는 보육교사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육의 질을 하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원격교육기관은 오프라인 출석 수업을 총 수업의 20% 이상 실시하거나 이수 교과목의 취득성적 하한선을 B 또는 C학점으로 두고 원격교육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때는 실습기간을 현재 4주보다 길게 하는 별도의 실습 규정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보육진흥원(원장 이재인),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가 공동주최하고 세계전람이 주관한 제2회 보육정책컨퍼런스가 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보육의 질은 교사의 질이다'-보육정책토론회에서 주제 발표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한국보육진흥원(원장 이재인),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가 공동주최하고 세계전람이 주관한 제2회 보육정책컨퍼런스가 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보육의 질은 교사의 질이다'-보육정책토론회에서 주제 발표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보육교사가 된 다음 정기적으로 받는 보수교육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명순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보육교사는 매 3년마다 한 번에 40시간의 직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방학없이 보육일과를 종일 담당해야 하는 교사들이 자신의 흥미나 능력과는 관계없는 획일적인 과목을 한꺼번에 동시에 듣고 있다”면서 “3년이 지나 한 번에 직무교육을 받는 건 재교육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평가를 한 후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발달시키기 위해 훈련을 시키고 결과에 따라 자격증을 갱신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매년 주기적으로 최소 15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는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미국과 같이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다음해부터 매년 10시간 이상 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원하는 시간만큼 나눠 재교육 시간을 선택하도록 하고 매년 경력이 높아질 때마다 교육과목 내용을 달리해서 필요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희 신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장 교수는 “일본에서는 유치원 교사와 보육소(어린이집에 해당)를 비롯한 보육시설에서 영유아를 보육하는 사람을 모두 ‘보육자’라고 말한다”면서 “세계적으로 드물게 대부분 학교에서 유치원과 보육소 보육교사를 동시에 양성하고 있다. 이점이 보육의 질을 높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일본에서 보육교사 시험은 1년에 한 번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하며 시험은 필기와 실기시험을 나뉜다. 필기는 사회복지, 보육심리학 등 9과목별로 60% 이상이어야 합격할 수 있고 한 번 합격한 과목은 3년간 유효하다. 실기는 필기 전체과목을 모두 합격해야만 응시할 수 있다.

 

장 교수는 “물론 일본의 경우 유치원 재원아동의 94%가 국공립 및 학교법인이 설립한 유치원에 다니고 보육소 역시 97%는 공립 및 사회복지법인”이라며 “개인이 설립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와 달리 국가와 지자체의 보조를 받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영유아의 보육에 있어 교육과 양호의 기능은 분리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교육이 양호보다 우월하다 할 수 없으며 양호 없는 교육은 모래 위에 지어진 누각에 불과하다”며 “일본의 유치원과 보육소는 각자의 고유영역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법으로 유보통합의 실마리를 교사양성 부분에서부터 모색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에 커다란 시사점을 준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 교수는 “누리과정이 시행되고 유보통합이 논의되는 현 상황에서 보육교사 자격체계의 개편은 불가피하다”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자격의 통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유아라는 동일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자격기준이 서로 다른 것은 유아에 대한 일종의 차별이 될 수 있다. 학력과 전공에 따라 자격을 엄격히 구분하는 유치원 교사와 달리 보육교사는 교과목 이수와 학점취득만으로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에 이 두 집단 간의 자격기준과 진입경로의 차이는 어떤 식으로든 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르친다’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초아 울산시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현장에서 좋은 보육교사라고 생각되는 교사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4년제를 나왔는지 1년 과정을 거친 사람인지보다는 그들이 가진 철학과 교수방법이 적절한지 등이 먼저 눈에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질 높은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논의에서 학력 이외에 더 들여다봐야 할 본질에 대해서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차전경 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과장은 “‘보육의 질은 교사의 질이다’는 주제에 120% 공감하고 찬성한다. 내년은 무상보육 3년 차다. 지금까지 양적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면 내년부터는 질적인 요구가 커질 것 같다. 그 질적 요구의 핵심은 보육교사라 생각한다”며 “그간 보육교사의 자격체계 등 거시적인 것에 빠져 있다 보니 보수교육에 관심을 많이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깊이 고민해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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