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처음으로 어린이집 보내던 날
우리 아이 처음으로 어린이집 보내던 날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1.07.18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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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울컥 하는 기분이란...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난 친정엄마가 안 계신다. 시어머님은 아직 재직 중이시다. 거기에다 19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했다. 남편 아닌 다른 사람 손에 아기를 맡겨본 적은 여태 한 번도 없었다. 모유수유를 해서 그런지 유독 낮을 가리기도 했고 마땅히 아기를 맡길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만36개월이 지난 후에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한 나의 다짐은 이번에 둘째를 가지면서 바뀌었다. 극심한 입덧 때문에 기운이 없어서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했고 첫째아이 밥을 차려주는 것조차 힘들었다. 냉장고 문만 열면 그 냄새 때문에 화장실로 바로 달려 가야해서 아기 반찬을 따로 만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집에서 만드는 아기식사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는데 한계에 부딪혔고 시중에 파는 이유식을 사먹이게 되었다. 첫째의 식사는 그렇게 해결했지만 놀아주는 것은 어려웠다. 기운이 없고 울렁거려서 하루 종일 누워있는 나에게 지안이는 와서 놀아달라고 손을 잡아 이끌었고 자연스레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짜증을 내고 나면 너무너무 미안한데 몸이 너무 힘드니 어쩔 수가 없었다. 울면서 혼자 거실에 나가 놀기도 하고, 그러다 잠들기도 하고…. 잠투정이 심한 아이였는데 엄청 서운했나보다.

 

힘들어서 못놀아줬더니 거실가서 혼자 쓰러져 자는 지안이. ⓒ정옥예
힘들어서 못놀아줬더니 거실가서 혼자 쓰러져 자는 지안이. ⓒ정옥예

 

그래서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놀아주지도 못하는 엄마랑 하루 종일 있는 것보다는 어린이집에 가서 또래 아이들과 노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집근처에 있는 서울형어린이집을 알아보았는데 대기인원이 너무 많아서 언제 입학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어린이집에 입학하기로 했다. 오히려 처음 어린이집을 가는 지안이에게는 작고 가족적인 분위기의 어린이집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응할 때까지 하루에 한 두시간 정도만 보내기로 했다.

 

지안이의 첫 어린이집 가방. ⓒ정옥예
지안이의 첫 어린이집 가방. ⓒ정옥예

 

지안이는 보통 오전 10시 30분 정도 일어나서 11시 조금 넘어서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1시쯤 데려온다. 어린이집 등원 첫 날. 지안이를 맡기고 나오는데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과 함께 눈물이 났다. 아기를 맡기면 편하고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상한 기분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정도였다. 지안이를 맡기고 난생 처음 미용실에 혼자 가서 머리를 짧게 잘랐다. 항상 어디를 가던지 함께였는데 혼자 어딘가를 간다는 것이 굉장히 낮설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지안이가 나와 인사도 안하고 들어가서 잘 놀았다.(왠지 서운한 이 기분은 뭐지?) 새로운 환경이 신기했나보다. 셋째 날은 비가 와서 하루 쉬었다. 넷째 날 어린이집을 가는데 “엄마~엄마~” 하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집으로 돌렸다. 한 시간 후에 갔는데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안에서 지안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찌나 서럽게 엄마를 찾는지…. 원장선생님이 적응기간에는 매일매일 오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둘째 임신 중이라 아기띠로 지안이를 안고 가는 것이 힘들어서 결석했는데 다음날은 비가와도 아기띠로 업고 어린이집에 갔다. 이제는 어린이집 문앞에서부터 울기 시작한다. 들어가서 내려놓고 선생님이 안고 갈 때 지안이의 울음은 정점을 찍는다. “엄마 한시간 뒤에 올게~” 하고 얼른 문을 나선다. 안쓰럽다고 계속 어린이집에서 서성이면 아기는 계속 운다고. 빨리 가는 것이 좋다고 하셔서 억지로 나온다. 그렇게 어린이집 등원 일주일이 됐고 오늘도 역시 헤어질 때는 이산가족 수준이다.

 

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데리러 갔을 때 나를 웃으면서 맞이해 줬다. 대견하고 기특하다. 어린이집에서 집에 오는 길은 지안이에게 칭찬을 해준다. 집에 오면 바로 함께 목욕을 하고 스킨십을 한다. 그리고 꼭 껴안고 낮잠을 함께 잔다.(원래 잠을 재울 땐 혼자서 베개 베고 자게 한다.) 함께 하지 못하는 그 시간동안 얼마나 내가 보고싶었을까. 입덧 때문에 하루종일 놀아주지도 못하고 밥도 잘 못챙겨주는 엄마라도 엄마가 제일 좋은가보다. 비가 오는 날 어린이집에서 지안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나를 뒤에서 꼭 껴안고 내 등에 얼굴을 기댄다. 눈물이 핑 돈다. 유치원만 다녀도 이제는 엄마보다는 친구가 좋다고 할텐데 너무 빨리 내 품에서 떼어 놓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루빨리 지안이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해서 사회성도 배우고 엄마와는 함께 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체험하고 배우기를 희망하며 이 글을 마친다.

 

지안이 어린이집 처음 가는 날. ⓒ정옥예
지안이 어린이집 처음 가는 날. ⓒ정옥예

 

지안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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