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조기교육은 아이 정신발달 저지"
"과잉 조기교육은 아이 정신발달 저지"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5.03.24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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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정신건강과 조기교육 토론회 열려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영유아는 교과학습이나 인지교육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의 놀이와 체험활동으로 신체, 정서, 인지 등이 조화롭게 발달한다. 하지만 영어유치원, 유아 논술학원, 창의력 교구 등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조기 교육 상품들은 영유아의 지적 발달에만 초점을 맞추고, 과도한 발달목표를 설정하는 등 영유아의 발달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기교육 상품들은 영유아에게 오히려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안기고, 정신적, 신체적 발달을 저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잉 조기교육이 영유아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세미나실에서 '영유아 정신건강과 조기교육' 토론회를 열고, 조기교육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발표하는 한편, 올바른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 임재인 소아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신성욱 과학저널리스트, 김정화 강동어린이회관 관장, 남정우 놀이치료사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조기교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세미나실에서 '영유아 정신건강과 조기교육' 토론회를 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세미나실에서 '영유아 정신건강과 조기교육' 토론회를 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조기교육 부정적 영향 더 커"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조기교육이 영유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신병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언했다.

 

먼저 최 연구원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직접 진행한 전문가 설문 결과에 따르면,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조기인지교육이 영유아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 배경으로는 학업스트레스, 창의력 저하, 주의집중력 저하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고 전했다.

 

최 연구원이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소아정신의학과전문의로 평균 14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소아정신의학과 전문의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최 연구원은 "전문가들은 '많은 사교육 가짓수'가 가장 문제가 되는 조기교육의 유형으로 꼽았다. 이는 영유아가 그 나이에 획득해야 할 많은 부분들을 희생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또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매체 등의 영상물은 일방적인 정보만 제공하기에 대인간 상호작용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어학원, 영어 영상물 등 과도한 이중언어 환경도 영유아에게 결코 건전한 발달환경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조기인지교육을 경험한 내담 영유아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본 결과,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자신감, 집중력 저하와 산만함, 감정조절의 어려움 등이 있었다"며 "부모와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밖에도 조기 외국어교육으로 인한 말더듬, 발음문제 등도 주로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획일화 되고 무문별한 조기교육이 아닌, 아이의 발달에 맞는 적기교육이 중요하다"며 "조기 교육 상품을 검증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돼야 하고, 허위 광고로 판매되는 영유아 교육 상품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 연구원은 "적어도 국가 수준의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면 학습, 인지 프로그램 운영을 지양하고, 영유아 시기에 적합한 놀이, 체험활동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핀란드나 독일, 대만에서는 유치원 단계에서의 문자교육과 영어교육은 금지하고 있다.

 

끝으로 최 연구원은 "영유아 시기는 놀이의 시기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영유아 뇌 발달 단계에 적합한 적기교육의 대안이 정부, 교육기관, 시민사회를 통해 꾸준히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본적 발달과업이 더 중요"

 

임재인 서울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자신이 진료했던 아동을 사례로 들며 영유아 조기교육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임 원장은 "며칠 전 한 엄마가 만 4세 4개월 된 남자아이 손을 잡고 제 진료실을 찾아왔다. 아이는 저와 놀이를 하면서 묻는 말에 단답형 대답을 할 뿐 자기 의견이나 기분은 말하지 못했다. 놀면서 흔히 하는 '혼잣말'도 거의 관찰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임 원장은 "이 아동의 엄마는 늘 다른 일로 바빠 아이를 돌보지 못했고,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의 한계를 영어유치원의 영어 수업으로 대체해왔다. 아이와 함께 눈 맞추고 놀아주는 상호작용을 남에게 맡기다보니 정작 아이와 엄마의 의사소통은 빈약했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이 아이는 양육자와의 상호작용 결핍과 비일관된 양육 태도에 기인한 애착장애"라며 "양육자와의 기본 믿음과 애착에 기반하지 않은 조기교육은 원하는 교육적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말 습득, 애착 행동, 또래 관계 형성과 같은 기본적인 발달 과업이 함께 성취되지 않는다면 향후 인지 및 사회성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실제로 조기영어교육을 받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의 경우, 사회적 적응 기술의 결핍으로 또래에게 외면당하거나 놀림거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임 원장은 "조기교육으로 내 자녀도 영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조기교육에 관심을 갖지만, 부모와의 애착 형성과 같은 기본적인 인지 및 정서 발달 요소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조기교육이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 "영유아의 최고 교육은 놀이"

 

김정화 강동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과잉 조기교육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제언하는 한편, 아동 발달 과정에 있어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먼저 부모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자녀가 충분히 잘 자랄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부모들은 주로 육아카페 등에서 근거 없는 자녀교육 정보를 얻는데, 앞으로 전문가에 의한 공식적인 부모교육의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런 교육은 유치원, 어린이집, 육아종합지원센터, 지자체, 학교 등이 맡아 진행할 수 있다. 부모를 위한 교육이 일회성 교육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신체를 조절하고, 자아존중감을 찾아간다. 또 놀이 속에서 부정적 감정도 해소하고 재미와 즐거움을 만끽하며 긍정적 정서를 배워나간다. 놀이로 개념, 원리, 언어를 배우고 어울려 노는 법도 배운다"며 "영유아 시기에 가장 적절한 교육은 놀이여야 한다. 이를 위해 영유아들이 자유롭게 놀이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영국은 국가차원의 놀이정책을 만들어 놀이공간을 확보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등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일랜드도 국가 차원의 놀이의 날을 만들어 놀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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