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결혼하려면 취직부터 해야 하는데 취업이 잘 안 돼요. 일자리 많은 서울을 만들어 주세요.”
“전셋집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신혼부부 주거 지원을 좀 더 확대해 주세요.”
미혼 청년 200여 명과 서울시장이 만났다. 결혼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두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들에게 결혼해서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28일 토요일 오후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청책토론회 ‘결혼할까요’는 결혼하지 못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고들어 대안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2억 3789만 원. 결혼하려면 이만한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토론회가 시작됐다. 결혼하자는 여자친구의 프러포즈에 돈 걱정이 앞서 ‘꼭 올해 해야 할까’ 반문하는 남성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그려졌다. 토론회 게스트 중 한 명으로 참석한 개그맨 정삼식이 마치 본인 이야기라는 듯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
“결혼하려면 전세로라도 집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또 이것저것 다 준비를 하고 결혼하려다 보니까 결혼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박정숙은 “마흔 둘에 결혼했다. 내게도 결혼은 결단이 많이 필요한 일 이었다”며 말을 거들었고, 그룹 마로니에로 데뷔한 해부터 연애를 시작해 17년을 연인으로 지내다 결혼한 마로, 파라는 “다 준비된 상태에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프러포즈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이날 참석한 청년들이 말하는 결혼하기 싫은 이유는 주로 경제적인 문제였다. “돈이 없어서”, “가족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두려워서”, “아이 키우기 힘들 것 같아서”, “안정적으로 살 자신이 없어서” 등 현실의 무게를 절감하는 이들의 말들이 쏟아졌다.
이렇듯 청년들은 결혼하기 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토로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 군상의 모델이 이날 토론회 자리에 올랐다. 부모 세대와 청년 세대의 엇갈린 생각이 엿보였다.
“독립해서 혼자 사는데 이사를 자주 다니다보니 나의 화두는 늘 주거 안정이다. 결혼해서 안정적인 집에서 못 살고 지금처럼 살아야 한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둘이 만나서 사는 공간이 보장돼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청년 세대의 결혼 인식을 대표하는 말을 고예린 씨가 전했다.
아직 미혼인 두 딸의 엄마라는 박연향 씨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내 결혼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나이가 서른 살 이어도 사회에서는 어린 나이로 인식되니 아이들의 결혼이 늦춰지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급한 마음이 많이 생긴다”고 답답한 마음을 말했다.
기성세대의 바람과는 반대로 결혼을 기피하는 청년들의 여러 이야기들에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은 결혼 기피 현상이 팽배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지적했다. 김 소장은 “여자들의 경우에는 결혼과 출산에 대해 혼자만 감당해야 한다는 공포심이 형성돼 있다. 미디어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호화로운 결혼 생활이 자주 보이는 것도 결혼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장의 이야기를 살펴 들으며 앞으로 서울시 정책에 청년을 위한 결혼 관련 정책을 보강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박 시장은 “경제적 조건들을 많이 말씀하시니 마음이 많이 무겁다. 공공임대주택 늘리고,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타운을 만들고, 국공립어린이집 1000개 확충하는 방안들을 시행 중이다. 신혼부부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책토론회는 서울시와 YTN라디오가 협력해 진행됐다. YTN라디오 ‘당신의 전성기, 오늘’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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