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성가신 일이다. 참신한 데이트 코스를 구상한다는 건. 데이트라는 신성한 만남에 성가시다는 말이 가당키나 하느냐고 누군가 힐난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성가시다. 갈 곳이라 해봐야 거기서 거기인 서울이라면 더욱 그렇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는 것 말고 달리 할 것도, 갈 곳도 없는 20~30대에게 재밌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서 이색 도시 축제를 기획한다”는 한길우 무언가 대표의 말은 그런 면에서 제법 반갑다. 솔로대첩, 커플대첩, 물총축제 등을 기획, 진행해온 축제 기획자인 그는 도시가 문화를 통해 발전해야 그 도시를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으로 일련의 축제들을 진행해 왔다.
◇ “신촌, 문화 축제로 숨 불어넣을 것”
그가 지난해 신촌에서 진행한 물총축제 2회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만 500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물에 흠뻑 젖어 가며 즐긴 이 축제는 자칫 상실될 뻔했던 문화 특구 신촌으로서의 기능을 살리는 불씨 역할을 했다.
“내가 가진 도시 문화의 고민을 신촌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 완전히 마음을 결정했다. 청년 문화의 산실이었던 신촌을 이제 축제를 통해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기획한 ‘2015 제2회 커플런’(www.facebook.com/couplerun)은 오는 5월 2일 열린다. 지난해 서울대공원에서 진행해 1500쌍을 불러 모았던 이색 달리기 대회 커플런을 이번에는 3000쌍 규모의 신촌 운집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커플 형태에 관계없이 두 사람이 한 쌍이 돼 신촌 일대를 돌며 뛴 후 콘서트 관람, 디제이 파티 등으로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이 기획된 상태.
한길우 대표는 “커플들이 데이트할 거리가 없다, 삼포다 오포다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와서 뜀박질하고 놀며 스트레스를 좀 풀었으면 좋겠다. 커플 사진 찍기, 이니셜 반지 만들기 등 부대행사를 결정 중에 있고, 콘서트에 참가할 게스트는 성시경, 제이래빗이 확정됐다. 재밌게 노는 것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뭐든지 즐겁자는 게 목표”
커플런 외에도 신촌에서 여러 축제를 올해 계획 중이라는 한 대표는 물총축제만큼은 좀 더 색다른 기획으로 진행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장면들에서 남북이 총이 아닌 물총을 들고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그래서 판문각에서 물총축제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름 직전까지 고민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신촌에서는 그가 지난해 발족한 신촌대학교를 주 무대로 좀 더 아이디얼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겨울 기획했다가 접은 라면 축제에 살을 덧붙여 낮술 축제로 연다든지, 상권 인프라를 활용한 어반 캠핑을 연다든지 하는 아이디어를 그가 쏟아 놨다.
“신촌 상인들을 주축으로 한 번영회, 서대문구청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많은 대학가가 있지만 그중에 대학문화의 산실이었던 신촌을 다시 부흥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청년들이 자유롭게 배우고 소통하고 놀 수 있는 신촌대학교를 만들었는데, 점차 신촌방송국, 신촌도서관 등 콘텐츠를 보강해 문화 생태계를 확대하려 한다. 신촌대학교에 반가운 기색으로 모여드는 이들을 보며 더 많은 축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다.”
삼포, 오포세대라는 말들이 당연한 듯 이해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젊은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연애를 주제로 한 축제는 꾸준히 진행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한길우 대표는 “축제 속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만나고 연애도 하는 일들이 벌어졌으면 한다. 주체적인 마인드를 가진 커플이 요청한다면 축제를 활용해 결혼식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데이트는 축제다’, ‘결혼은 축제다’라는 말에 사람들이 끄덕일 수 있는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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