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애 안 낳는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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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2.1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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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실효성 논란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제3차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이 아이 키울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제3차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이 아이 키울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제3차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이하 3차 기본계획)을 심사했다. 10월 18일 제3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한 지 50여 일만이다. 심사를 통과한 3차 기본계획은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청년들이 취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노동 관련 5대 법안’이 통과돼야 하며,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을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차 기본계획이 확정되면 당장 내년부터 시행돼 2020년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정부는 18일 현재까지 심사를 통과한 기본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내용을 요약한 보도·홍보자료만 배포했을 뿐이다. 3차 기본계획 시안이 공개됐을 때 제기된 비판과 의견들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내년부터 시민들은 어떤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진단 긴급좌담회 ‘이걸로는 해결 안 된다고 전해라’를 개최하고 3차 기본계획을 살피고, 따져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3차 기본계획을 총괄평가했고, ▲일자리·청년고용 문제는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주거지원 분야는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보육·여성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노인돌봄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후소득보장(연금)은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맡아 토론했다.


토론자들은 3차 기본계획에 선언만 있고 실천 방안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단은 해놓고 정작 대책은 ‘짜깁기’하거나 ‘복사해서 붙여넣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원인을 일자리 부족, 장시간 노동, 주거 문제 등에서 찾은 인식은 1·2차 때보다 진전됐으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3차 기본계획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가 보육, 돌봄, 일·가정양립이지만 세부적으로 어떤 계획이 시행될지 예측이 불가능해 너무 놀랐다. 현황과 계획만 있을 뿐 세부적인 그림은 없다”고 말했고,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윤홍식 인하대 교수,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등이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 진단 긴급좌담회- '이걸로는 해결 안 된다고 전해라'에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윤홍식 인하대 교수,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등이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 진단 긴급좌담회- '이걸로는 해결 안 된다고 전해라'에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공보육 개념이 부족한 정책


토론자들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저출산 대책으로 강조되고 있으나 3차 기본계획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윤홍식 교수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믿고 맡길 보육 시설이 늘어야 한다는 데 학계와 시민사회, 재계까지 동의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3차 기본계획에는 국공립 보육 확충이라는 문구는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없다. 내년 보육예산 5조 원 중에서도 1%만 국공립 시설 확충에 투자한다. 기본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향성이 3차 기본계획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맞춤형보육이나 시간제보육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였다. 맞춤형보육이 누굴 기준으로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건지 분명하지 않고, 시간제보육은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박차옥경 사무처장은 정부가 보육 문제가 어디서 생기는지 고민하지 않고 접근해서 생긴 일이라고 봤다. 그는 “왜 오늘날 가정이 어린이집을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가족이 변했기 때문에 보육 공백이 생긴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메우려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저출산 대책이라고 하면서 유치원에 관한 언급이 없고, 3년째 진행 중이라는 유보통합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설명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사회를 본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저출산 대책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누리과정 예산은 배정을 안 했다. 보육 대란이 뻔하다. 그런데 어떻게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청년을 불안하게 하는 정책


정부가 밝힌 3차 기본계획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청년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정부 정책은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긴커녕 더 불안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려면 불안이 해소돼야 하고, 불안을 해소하려면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되레 이른바 ‘노동개혁’을 앞세워 더 노동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3차 기본계획에 쉬운 해고라 불리는 일반 해고를 포함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저출산 대책이라고 하지만 노동개혁법안과 다를 바가 없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이를 공들여 논평할 이유조차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일반 해고는 숙련 수준이 낮고 노동시장에서 지위가 취약한 청년들에게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편은 저출산 대책 중의 하나인 일·가정 양립과도 맞지 않았다. 일·가정 양립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장시간 근무를 꼽으면서도 노동자들을 더 경쟁을 내모는 정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윤홍식 교수는 “일·가정 양립을 말하면서도 성과주의적 평가제도 도입을 거론한다”며 “이렇게 노동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개악이 포함돼 있는데 과연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주거 대책 역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3차 기본계획에도 포함된 임대주택 신혼부부 특별 공급은 2008년부터 하고 있는데 계속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임 위원장은 “신혼부부 임대주택 지역이 교통, 보육 등 기본 시설이 잘되어 있지 않다”며 지역과 임대료 등을 고민하지 않은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왜 미달 사태를 개선하지 않고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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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과 여성을 출산 도구로 보는 정부


토론자들은 정부가 이런 수준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청년과 여성을 국민을 생산하는 도구로만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임경지 위원장은 “저출산 정책이 신혼부부의 출산 권리를 보장하는 형태가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집을 주겠다는 식으로, 주거 제공을 대가성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박차옥경 사무처장은 “3차 기본계획을 보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도구로 이용되는 여성만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희 팀장은 “정부가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의 늦은 결혼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성차별을 고민하지 않고, 여성을 출산을 도구로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았다. 현장을 이해하지 못해 현장과 괴리가 있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현장에 단순히 이식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시행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형태로는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현장의 문제와 방향을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부분은 여전히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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