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아이를 살리는 밥상 멘토링
주문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나오는 음식을 ‘패스트푸드’라고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패스트푸드’는 ‘나쁜 음식’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나쁜 음식’을 넘어서 ‘정크 푸드(Junk Food)’,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쓰레기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즐겨 찾고 종종 먹는 햄버거, 피자, 프렌치프라이, 프라이드치킨 같은 것들이 이런 종류에 속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맛있게 먹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영 찜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패스트푸드를 ‘나쁜 음식’으로 인식하게 된 것일까요? 아마도 초기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대부분의 서양식 패스트푸드가 열량은 높고, 비타민, 무기질 같은 유용한 영양소는 부족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 음식들이 대개 소금, 설탕, 지방 함량이 높고,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런 오명이 붙게 된 것이지요.
실제 미국 터프츠대학의 과학자들이 유명 패스트푸드점 3곳의 인기 메뉴의 열량, 나트륨,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등을 측정한 결과 치즈버거세트메뉴의 열량은 1144~1747kcal, 치즈버거 하나에 들어있는 나트륨이 1100~1450mg나 되어 한 끼로 아이들의 하루 권장량에 근접했어요.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자주 섭취할수록 비만,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요. 청소년 이전에 패스트푸드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신체의 건강뿐 아니라 인지기능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영국의 연구 결과도 있고요. 튀긴 음식이나 육류를 통한 과다한 지방 섭취는 인지 능력 저하와 연관이 있는데, 특히 14세 이전에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청소년은 과일이나 녹색채소를 많이 섭취한 청소년보다 17세에 인지기능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집 또는 학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이와 함께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간식을 사 먹는 빈도도 높아지기 마련인데요, 아이들이 정크 푸드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음식을 잘 고르는 사전 교육이 필요합니다. 바로 가정에서 부모부터 좋은 음식을 선택하고 현명하게 즐기는 모범을 보이셔야 되는 것이지요.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심지어 인스턴트 가공식품 하나를 선택할 때라도 영양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식당의 메뉴에도 영양표시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인스턴트식품 포장에는 영양정보가 표시되어 있으니 이를 꼭 확인하고 열량이나 당류, 포화지방, 나트륨 함량이 적은 것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아요. 조리 과정에서 위생적으로 잘 만들어진 것인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이고요.
가정에서 좋은 식재료를 이용하여 건강하게 만든 음식을 늘 먹을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시간에 쫓겨 식사 준비가 부담스러운 경우 패스트푸드를 선택할 수 있어요. 좋은 패스트푸드도 있고,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시판되는 패스트푸드를 건강한 음식으로 바꾸거나 대안을 찾을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통밀빵에 채소와 참치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나 견과류를 올린 채소 샐러드 등은 간편하고 영양도 좋은 패스트푸드가 될 수 있어요. 재료가 충실한 김밥이나 비빔밥은 우리 고유의 훌륭한 패스트푸드로 생각해도 되고요. 양배추, 양파 등 채소를 충분히 넣고 어묵이나 달걀을 넣은 떡볶이, 숙주나 콩나물, 버섯 등 채소 한 줌과 달걀 하나 넣어 끓인 라면 등 ‘나쁜 음식’의 변신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햄버거나 피자를 먹고 싶으면 채소를 듬뿍 얹어 먹고, 청량음료 대신에 물, 또는 갈아 만든 과채주스, 두유나 저지방우유를 선택하는 것, 프라이드 양념치킨 대신에 쌈과 함께 먹는 수육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답니다.
아예 안 먹을 수 없는 패스트푸드라면, 너무 자주 먹지 않도록 횟수를 조절하고, 되도록 당과 염이 적게 들어간 종류를 선택해 보세요. 찜찜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실 거예요.
*칼럼니스트 남기선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교에서 영양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과 연구교수 역임 후 현재 (주)풀무원 식생활연구실 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저염밥상>, <맛있는 다이어트>, <똑똑한 장바구니>, <아이를 살리는 음식 아이를 해치는 음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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