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한국사회에서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는 신조어인 ‘헬조선’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 청년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옥’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했을 정도다.
살기 힘든 사회는 포기할 것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헬조선’ 관련 기사 댓글 중 상당수는 “노예는 우리 대에서 끊어야 한다”는 출산 포기 옹호론으로 이어진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는 가운데 대한민국 성인남녀 20~50대가 우리 사회 저출산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20~50대 저출산 관련 인식조사 결과 전체 86.8%가 저출산을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지난달 27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인식 조사 결과, 전체 86.8%가 ‘저출산을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성인남녀 86.8% “저출산,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
전체조사 대상 중 남성의 86.2%, 여성 87.4%, 연령대별로는 20대 87.2% 30대 84.4%, 40대 85.6%, 50대 90%가 저출산 현상을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였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의 저출산 현상이 아직까지는 문제로 인식하기에 이른 단계라는 의견은 12.9%였다.
전체 10명 중 7명 이상(73%)은 ‘우리 사회의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였고, ‘심각하다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는 의견은 19.5%를 기록했다.
◇ 과반수 이상 “저출산이 본인과 연관된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환기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6%가 우리사회는 아직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앞선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저출산 현상을 사회의 중요한 문제라고 바라본 것과는 달리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자는 절반 정도(51.8%)로 나타났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관심은 30대와 50대에서 두드러졌으며, 각각 55.2%, 60.8%로 나타났다.
저출산 문제가 본인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7.4%로 30대(53.6%)만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다. 남성(33.8%)보다는 여성(44.1%)이, 기혼자 (32.9%)보다는 미혼자(43.1%)가 저출산 문제를 본인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 37%만이 “결혼하면 자녀를 꼭 낳는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출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도 강했다. 자녀 계획 및 출산에 대한 인식 평가 결과 10명 중 4명만이 결혼을 했으면 자녀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40.9%), 결혼을 하면 자녀는 꼭 낳아야 한다(37%)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출산을 바라보는 세대 간 인식차이도 뚜렷했다. “결혼을 하면 자녀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50대는 63.6%를 기록한 데 반해 20대는 26%에 그쳤다. 또한 “요즘은 아이를 낳기 좋은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13.7%에 불과했다.
◇ 경제적 문제로 희망 자녀 수 차이나
경제적 여건 등 현실적인 문제도 희망 자녀의 수에 영향을 끼쳤다. 현실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2명(43.2%), 3명(30.6%)의 자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현실을 고려했을 때는 1명(32.3%) 또는 2명(37.8%)의 자녀를 희망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아예 낳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23.8%를 기록했다.
자녀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미혼 응답자의 경우 양육비 부담(58.9% 중복응답)과 교육비 부담(44.9%)을 주로 꼽았다. 기혼자들은 현재 아이만으로도 충분하다(65.7%)는 답과 함께 교육비 부담(50.3%), 노산 위험 및 건강상의 문제(49.7%), 양육비 부담(47.4%) 등을 출산 계획이 없는 이유로 꼽았다.
◇ 출산장려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경제적 지원’을 꼽아
출산장려를 위해 펼쳐야 할 정책에 대한 응답으로는 보육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지원(73.5%, 중복응답)을 첫번째로 꼽았다. 또한 모든 연령대에서 경제적 지원(20대 73.2%, 30대 73.2%, 40대 78.8%, 50대 68.8%)이 가장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다른 응답으로는 ‘출산 이후 여성이 원활한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고(61.8%)’, ‘산전 후 휴가, 배우자 출산 휴가, 육아 휴가 등 육아를 위한 휴가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49.3%)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유아 보육시설을 더 확대해야 한다(42.6%)는 주장도 상당했다. 다만 육아관련 휴가의 보장은 기혼자(41.9%)보다는 미혼자(58.7%)가, 영유아 보육 시설의 확대는 미혼자(38.5%)보다는 기혼자(45.8%)가 그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고 있어, 현재 결혼 여부에 따라 출산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게 나타났다.
◇ 10명 중 1명 “직장 내 출산 및 양육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 있는 편”
결혼 및 출산과 관련한 여성의 이상적인 모습을 질문한 답으로는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일도 계속하는 것(42.5%)’이라는 인식이 가장 많았다. 그 후로 ‘결혼 후 자녀를 낳으면, 일단 퇴직을 한 후 추후 자녀가 성장했을 때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33.1%)’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이 마음 놓고 출산과 양육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전체 10명 중 단 1명(9.5%)만이 ‘현재 본인 또는 가족 구성원이 재직하고 있는 회사가 자녀출산 및 양육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녀 출산으로 인한 소비 증가 예상항목은 양육비와 교육비
한편 자녀의 출산으로 예상되는 소비 증가 항목으로 양육비(69.9%, 중복응답)와 교육비(54.7%)를 꼽는 응답자가 많았다. 그밖에 식비(주식비, 28.3%)와 의료·의약비(20.4%), 병원비(19.3%)가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자녀 출산과 함께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대표적인 항목은 문화·여가활동비(70.5%, 중복응답)였다. 뒤를 이어 의류비(57.9%)와 미용비(37.7%) 등 자신을 꾸미기 위한 비용을 줄일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저금(33.4%)과 외식비(25.3%) 또한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 여성과 20~30대가 결혼의 필요성 더 못 느껴
출산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매우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22.5%만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했다. 20대(17.6%)와 30대(15.6%) 젊은 층의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낮은 가운데, 장년층(40대 24%, 50대 32.8%)도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14.4%)보다는 남성(30.6%)에게서 결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상대적으로 많았다. 또한 결혼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는 사람보다 행복할 것이라는 의견에도 38.1%만 공감하고 있었다.
결혼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행복할 것이라는 인식은 남성(남성 48.2%, 여성 28%)과 고연령층(20대 30.4%, 30대 33.2%, 40대 41.6%, 50대 47.2%)에서 보다 강한 편이었다.
다만 전체 10명 중 6명(58.2%)이 현대사회를 외롭지 않게 살아가려면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50.2%)보다는 남성(66.2%)의 동의율이 높았다.
◇ 결혼의 이점은 '안정된 삶'
결혼을 하면 이점이 있다는 데는 대다수가 동의하였다. 전체 응답자의 72.3%가 결혼을 하면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특히 여성(67.4%)보다는 남성(77.2%), 미혼자(59%)보다는 기혼자(82.8%), 그리고 고연령층일수록(20대 66.8%, 30대 69.2%, 40대 75.2%, 50대 78%) 결혼 생활의 좋은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보다 두드러졌다.
결혼의 이점으로는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기고(60%, 중복응답),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51.9%)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밖에 자신의 아이가 생기고(44.5%), 책임감이 생긴다(38.3%)는 점도 결혼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많이 평가했으며,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고(19.2%), 부모를 안심시키고 주위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19.2%)는 의견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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