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첫째를 병원 도착 후 3시간 반 만에 자연분만을 했고 임신기간에도 입덧 외에는 별다른 고통 없이 출산했기 때문에 둘째는 더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둘째를 낳은 친구들에게도 둘째는 진통도 짧고 굵게 온다는 말만 들었다. 첫째는 진통주기가 5분일 때 병원에 오라고 했지만 둘째는 길에서 낳고 싶지 않으면 진통주기 10분일 때 병원으로 달려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아기를 임신하고 낳아봤기 때문에 더 자신만만했는지 모른다.
이런 나를 혼내주듯 첫째보다(첫째 때도 입덧은 끔찍했다) 몇 배는 심한 입덧 기간을 보내고 20주가 갓 넘었을 때 난생 처음 겪어본 고통이 찾아왔다. 바로 밑이 빠질 것 같은 증상. 찾아보니 남들은 막달이나 돼야 겪는 다는 그 증상.
누워서 몸을 돌리거나 일어서면 자궁이 빠질 것만 같은 묵직한 느낌. 오래 걷거나 집안일을 많이 한 날은 유독 심해서 밤새 끙끙 알았다. 밖에서 택배 아저씨가 아기가 낮잠 잘 때 문을 쾅쾅 두드려도 바로 일어나서 나갈 수가 없었다. 여러 번 몸을 돌린 후 안정된 자세를 잡고 천천히 일어나서 천천히 걸어 나간다. 첫 아이 임신 때는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다.
밑이 빠질 것 같은 증상이 더 무서웠던 이유는 육아카페에서 조산에 대해 언급했던 선배 엄마들 때문이었다. 그런 증상은 거의 막달에 찾아왔고 나처럼 20주부터 찾아온 경우는 드물었다.
더불어 찾아 온 것은 꼬리뼈 통증과 허리 통증이었다. 이 역시 몸을 돌리거나 걷다가도 갑작스레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과 하루 종일 허리가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은 아픔이 있었다. 수년 전 꼬리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했던 나이기에 순전히 그 때문인줄 알았다. 첫째 출산 후 지금까지 그 통증이 없길래 산후조리를 잘해서 없어진 줄 알았다. ‘출산하면서 모든 뼈가 벌어진다더니 뼈가 다시 잘 맞춰졌구나’라며 나름 생각했다.
그렇게 아팠던 꼬리뼈가 다시 몇 배의 고통으로 찾아 왔다. 몸무게도 빨리 늘고 배도 더 빨리 나왔다. 한 달 만에 5kg가 쪄서 의사 선생님에게 막달까지 총 12kg 정도 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체중 조절하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조금만 무리해도 밑이 퉁퉁 붓는 느낌에 꼬리뼈까지 악 소리 날 정도로 아프니 신경은 날카로워졌다. 돌봐야 할 첫째가 있기 때문에 이런 몸으로도 누워 지낼 수는 없었다. 시간이 되면 밥을 차려줘야 하고, 한창 배변훈련 하고 있는 첫째와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려야 하며, 중간 중간 12kg 아기를 안아주기도 해야 하며, 또 신나게 놀아주고 목욕도 시켜줘야 한다. 몸은 첫째 임신보다 몇 배는 힘든데 해야 할 일도 몇 배나 더 많다. 그렇다고 몇 달 전 적응을 실패했던 어린이집을 다시 보낼 수도 없는 터. 요즘 구립 어린이집 학대 관련 뉴스를 보니 더더욱 보낼 수 없다.
이번 27주 되는 날 임당 검사 및 입체 초음파를 하러 산부인과에 갔다. 밑이 너무 아프다고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며칠 전 하루 종일 생리통처럼 아팠던 증상까지 말씀드리니 자궁경부 길이를 재보자고 했다. 다행히 자궁경부 길이는 정상이었다.(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지면 조산기가 있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난생 처음 들어보는 외음부 정맥류. 하지 정맥류만 들어보았지 외음부 정맥류는 처음 들어보았다. 밑이 많이 부어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런 병명이 있을 줄이야. 복압이 증가해 밑이 빠질 것 같은 증상과 요통, 허리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한다. 임신 증상으로 인한 고통으로 넘겨 버리기에는 심한 고통을 수반한다고. 아직 심하지는 않지만 외음부정맥류가 심해지면 자연분만을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고통을 경감시키는 방법으로는 잘 때 다리를 베개 위에 올리고, 많이 서 있거나 무리 하지 않는 정도?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첫째 보다 둘째를 가진 엄마들에게 많이 발생했다. 보통 출산 후에 자연스레 좋아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밑이 빠질 것 같은 증상을 찾아 봤을 때는 대개 막달일 때 경험한 엄마들이 많았지만 외음부 정맥류로 검색해보니 나처럼 둘째를 가진 엄마들에게서 이른 주수부터 경험하고 있는 엄마들이 많았다. 나는 첫째를 자연분만 했기 때문에 당연히 둘째는 더 쉽게 낳을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갑자기 두려워졌다. 요즘 들어 둘째 출산 후기를 읽고 있는데 점점 무서워진다. 짧고 굵은 고통. 첫째 때도 숨도 못 쉴 정도의 고통이었는데, 이거보다 더 심하다면 대체 어떤 고통일지. 부디 병원 입성 후 10분 만에 아기를 낳았다는 어떤 산모의 후기처럼 나도 순산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둘째는 별 걱정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