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의 아이 공부시키기
일하는 엄마의 아이 공부시키기
  • 칼럼니스트 김보영
  • 승인 2016.05.17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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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 과연 사교육만이 답일까?

[연재]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

얼마 전 솔이의 담임선생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솔이의 학습에 대해 상의 드릴 게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내 전화를 걸었더니 돌아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솔이가 수학을 어려워하니 가정에서 아이 학습에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당부였습니다. 마치 아이 공부에 관심이 없는 엄마라고 질책하시는 것만 같아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를 붙잡아 앉히고 책을 펴게 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수학이 어렵다고 하더니 틀린 말이 아니더군요. 연산문제도 단순히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설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실제 초등학교 2학년 ‘수학 익힘책’ 교과서에 수록된 문제입니다.

실제 초등학교 2학년 ‘수학 익힘책’ 교과서에 수록된 문제. ⓒ 김보영
실제 초등학교 2학년 ‘수학 익힘책’ 교과서에 수록된 문제. ⓒ 김보영


단순히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풀어내야 하는 식입니다. 수학의 원리를 알게 하자는 의도이겠으나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다소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나온다더니,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며칠 전 솔이 친구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유명한 수학 학원에 대기를 걸어놓았는데 드디어 자리가 나서 이번 주부터 다니게 되었다고요. 혹시 사고력 수학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다른 말로 창의 수학이라도 하는데요. 광범위한 수학적 머리를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정부는 선행학습을 금지하니 어쩌니,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는데, 어째 현실은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저 뿐일까요?

솔이도 한 때 영어 학원을 다녔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책을 읽는 수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로 설명해도 어려운 문장들을 영어로 배우자니, 점점 아이의 피로도가 쌓이는 것 같아 3개월 만에 그만두게 했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요즘 필수인 영어 학원을 끊어버리면 어쩌느냐고 걱정 했지만 저는 나름의 주관이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아홉 살 된 아이가 머리를 싸매며까지 공부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공부는 모름지기 목표가 있고 스스로 필요하다 여길 때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담임선생님의 전화까지 받고 보니 이런 제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인가, 고민이 됩니다. 그동안 아이 공부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굴었던 건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되고요.

어찌됐든 선생님과의 약속도 있어 아이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유명 학원 대신 제가 직접 가정교사로 나섰습니다. 아이 아빠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본인이 대학 때 알아주는 과외 선생이었다나요. 가끔 아이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때면 울컥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희 부부는 서로를 제지해가며,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믿습니다. 아이가 앎의 즐거움과 성취의 기쁨을 알게 되는 날 스스로 공부하게 되리라는 것을요. 엄마가 곁에 붙어 잔소리하고 돕지 않아도,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게 되리라는 것을요. 아직 고민은 진행 중이지만 결국 아이를 더 믿어보려 합니다.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는 책 제목처럼 말입니다.

*칼럼니스트 김보영은 두 딸 솔이와 진이의 엄마이자 국회방송 아나운서로 <투데이 의정뉴스>, <TV, 도서관에 가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육아서 <대한민국 대표엄마 11인의 자녀교육법>을 내고 워킹맘을 위한 강연 및 기고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워킹맘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bbopd@naver.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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