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대화, 지켜야 할 것이 있어요
아이와의 대화, 지켜야 할 것이 있어요
  • 칼럼니스트 정보람
  • 승인 2010.10.13 17:42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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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듣기 좋은 말로 이야기해주세요

 [연재]어린이집 교사가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편지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하루 일과 중 엄마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최소 시간으로 한다면, 맞벌이 혹은 워킹맘의 경우 4시간에서 6시간 정도가 아닐까 생각되요. 아이와 함께 더욱 향기로운 말들을 주고 받기를 바랍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하루 일과 중 엄마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최소 시간으로 한다면, 맞벌이 혹은 워킹맘의 경우 4시간에서 6시간 정도가 아닐까 생각되요. 아이와 함께 더욱 향기로운 말들을 주고 받기를 바랍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들과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난 문득 내 자신이 잔소리쟁이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민지한테 한 마디, 승민이한테 한 마디, 기현이한테 한 마디씩 한다는 게 종일 떠들고 있는 셈이 되어버렸다.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한 명 한 명 귀에다 대고 속삭일 수는 없는 터라 자기가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듣게 되는 아이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짜증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좀 더 듣기 좋은 말을 사용해보자’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듣기 좋은 말이 뭘까, 라는 물음은 아이들과의 대화법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전문서적이나 강연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아이들과의 생활 속에서 나는 가장 강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이 있는 부모, 아이들과의 대화법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에게 내가 겪은 몇 가지 에피소드들과 가장 효과적이었던 대화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에게 명령하지 마세요

 

제일 먼저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000 해라' 같은 명령하는 투의 말이었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이 아이들을 마치 로봇다루는 듯 하는 것 같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이런 식의 말을 집중해서 듣지 않았다.

 

그래서 ‘~해라’라는 말을 ‘~하자’ ‘~할까?’라는 말로 바꾸어 보았다. “색연필 제자리에 정리할까?” “노래 부르고 싶은 친구는 앞으로 나와 보자”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말투는 조금 더 부드러워졌지만 당장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아이들끼리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또 학부모들이 전하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아이들의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말과 행동은 일관성 있게

 

어제 슈퍼에 갔다가 옆 집 아줌마를 만났는데 인사 안했다고 엄마한테 혼났어요. 어른을 만나면 인사해야 되죠? 그런데 우리 엄마는 어른 만나도 인사 안 해요.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선생님! 차 없을 때는 그냥 건너도 되요? 엄마가 그래도 된대요.

 

가지나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가지나물을 조금 남겼는데 “선생님은 왜 다 안 먹어요?”라고 한다. 내가 먹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할 수는 없더라. 일어서려다 다시 앉아서 남은 가지를 다 먹었다.

 

우리 아이들 보지 않는 것 같아도, 듣지 않는 것 같아도 어느 새 나의 행동을 보고 말을 듣고 저마다 나름 느끼며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무심코 한 말 한마디도 아이들과 나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 된다.

 

아이들에게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된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지킬 수 있는지 지키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 눈에는 말과 행동이 다른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장난감 정리를 안 해서 엄마한테 혼났어요. 정리를 하지 않는 사람은 나쁜 아이래요. 어제 동생한테 인형 양보했을 때는 아빠가 착한 아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저는 나쁜 아이예요? 착한 아이예요?

 

아침밥 먹는데 엄마가 어린이집에 늦으니까 빨리 밥 먹으라고 했어요. 밥 많이 떠서 먹었는데, 엄마가 나보고 빨리 먹으면 체한다고 천천히 먹으라고 했어요.

 

아이들에게 '착하다', '나쁘다', '빠르다', '느리다', '좋다', '싫다' 등의 말을 많이 사용한다. 그 뜻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듣기에 그 뜻이 애매모호한 때가 생긴다. 바로 위와 같은 경우이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나쁜 아이가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고, 양보를 하면 바른 행동을 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떤 행동이 바르고, 잘못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더 좋다.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게 귀찮을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의외로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을 잘 들어준다.

 

식당에 물을 뜨러 나갈 때에도 “선생님 나갔다 올게”가 아니라 “선생님 식당에서 마실 물 떠 올게. 올 때까지 교실 안에서 기다려줘.”라고 하면 교실 문을 박차고 졸졸 쫓아오는 아이가 없어진다.

 

연령에 맞는

 

아이가 성장하여 사용하는 단어 수가 확대하고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면 부모가 사용하는 단어도 발달해야한다. 아이가 “엄마, 빠방이다”라고 하면 “응, 자동차다”라고 말해준다.

 

가끔 6, 7세 아이들에게 농담 삼아 “뭐해? 맘마 먹어?”라고 물으면 “우리 아기 아닌데”라며 저희들끼리 깔깔대고 웃는다. 작년에 우리 어린이집 막내였던 아이들이 올 해 한 살 윗반으로 올라가며 형님 됐다고 뿌듯해하던걸 보면 아이들도 아이취급은 영 반갑지 않은가 보다.

 

컵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비단 물뿐이지만, 말은 사람의 마음, 사고, 감정, 성격을 모두를 담는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뱉어버린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렇기에 말을 한다는 것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해야 할 것이다.

 

살다보면 말 한마디로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또 만나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는 사람. 아이들에게 나는 그런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더욱 향기로운 말들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칼럼리스트 정보람은 유아교육과 졸업 뒤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력 8년차 보육교사다. 장애인야학 활동을 하며 쌓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장애통합어린이집의 통합지원교사로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친구같이 편안하고 재미있는 교사가 되어 눈높이를 맞추고, 학부모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더욱 즐거운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회·정서적 적응문제로 성장발달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놀이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은 새로운 꿈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는 자칭 꿈꾸는 애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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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 2011-04-22 18:19:00
어려워요..
...할까?라는 질문을 할려고 노력은 하는데 정작 입에서 나오는건
...하지마!!!^^
아기일때는 아무것도 모르니 잔소리가

dnwls**** 2011-02-28 23:17:00
^^
잘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마음가짐을 하고

slc**** 2010-10-18 10:10:00
항상 어려워요
읽을때마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데 참 어렵네요.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할 거 같아요.

truelove**** 2010-10-17 22:59:00
육아는 실전에 강해야 하는댕~
울 현지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어야 겟오요
아이들의 언

gksmfg**** 2010-10-17 00:53:00
아이는 엄마의 거울이란걸,,,
아이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닮는 거울이라고들 하지요,,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씨름하면서....
혼내고 얼르고 몇번의 되풀이됨 속에서 더 많은 사랑을 키울수 있는 것 또한
엄마의 몫이란걸 말이죠,,^^
오늘도 얼마나 많은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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