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지 미리 골라라? 어이없는 출산지원금
출생지 미리 골라라? 어이없는 출산지원금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1.11.11 11:33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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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엄마들에게도 보육수당 지급하라!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보통 둘째부터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던 터라 내심 기대가 컸었다. 올해 1월 관악구로 이사한 나는 야심차게(?) 관악구의 출산지원금을 조사해봤다. 각 지자체의 출산지원시책이나 정부의 출산지원시책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아가사랑 홈페이지(www.aga-love.org)에서 확인 가능하다.

 

아가사랑 홈페이지에서는 지도를 클릭하면 내가 사는 구의 출산지원시책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아가사랑
아가사랑 홈페이지에서는 지도를 클릭하면 내가 사는 구의 출산지원시책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아가사랑

 

그렇다면! 관악구의 출산지원금은?

 

<2011.07.28 업데이트>

지원대상 : 둘째아 이상 자녀를 출산하는 관내 부모

- 신생아의 출생일 현재 12개월 이상 관악구 관내에 주민등록이 되어있고 실제 거주중인 신생아의 부 또는 모

내용 : 둘째아 10만원, 셋째아 50만원, 넷째아 100만원, 다섯째아이상 300만원

 

10만 원이다. 내가 출산하는 달은 관악구로 이사한지 12개월이 안 되는 때인데 그러면 안주는 것인가? 다른 자치구를 보니 자치구에서 정한 기간이 되지 않으면 그 기간이 지난 후에 지원을 한다고 돼 있는데 관악구는 그런 설명조차 없다. 얼마 전 관악구 보건소에 산전검사를 하기 위해 들렸을 때 겪었던 불편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입덧하는 몸을 이끌고 첫째 아이를 데리고 보건소에 겨우겨우 버스를 타고 갔는데(우리 동네 보건소 분소에서는 예방접종만 한단다.) 주민등록증에 이사한 주소가 적혀있지 않다고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 심장소리를 듣지 못해 산모수첩이 없던 나는 임산부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산전검사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전입신고를 한 나는 당연히 주민등록증에 이사한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엽산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황당했다. 정부에서 인터넷 전입신고를 가능하게 만들었으면 보건소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그것을 조회해서 불편함이 없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날 대기하고 있는 임산부는 한 두명 밖에 없었는데 담당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관악구 보건소를 찾아오시는 임산부들이 너무 많아서 업무량이 과중되고 있어요. 그분들 한 분 한 분 주소지 확인하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다시 보건소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던 나는 오랜 실랑이 끝에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어 임산부 여부를 확인하고, 옆 건물에 있던 구청에 전화를 걸어 주소지 확인을 한 후에야 산전검사를 받고 엽산을 받을 수 있었다. 아무 소득(?) 없이 집에 오기가 너무 억울해서 끝까지 투쟁해 받아내긴 했지만 내가 꼭 거지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준 임산부지원 안내 바우쳐를 집에 와서 보니 철분제도 지급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철분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고 결국 나는 남편이 월차를 낸 후 함께 가서 철분제를 받을 수 있었다. 그것도 한 번에 다 줄 수 없고 30주 이후에 한 번 더 오라는 말과 함께.

 

결국은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지원하는거고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인데 큰 선심 쓰듯이 불친절한 태도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출산지원금 역시 마찬가지이다. 왜 이렇게 지자체별로 차이가 나냐는 나의 물음에 담당자는 참으로 친절하게도 이렇게 말했다. “관악구는 걷어지는 세금보다 돌봐야 하는 노인분들이나 소외계층이 많이 살아서 지원이 빈약합니다” 라고.

 

납득할 수 없다.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다음 표를 보면 지자체마다 얼마나 천차만별 출산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서울특별시 여성이 행복한 도시 홈페이지(http://women.seoul.go.kr/v2008/fmeterial/family_04_01_02.html)를 참고하기 바란다.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인 출산지원금.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인 출산지원금.

 

강남구에 사는 사람은 강남구에서만 의식주를 해결하고 생활을 하며, 관악구에 사는 사람은 관악구에서만 생활을 하고 월급을 받고 세금을 낸단 말인가? 관악구에 사는 사람이 강남구에 가려면 비자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좁디좁은 대한민국이라는 땅덩어리에서 어떻게 출산지원금이 이렇게 차이가 나며 출산장려정책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출산율이 낮은 구의 출산지원정책을 늘리면 그 구는 출산율이 올라갈지 모르지만 결국 대한민국 출산율에 끼치는 영향은 미비하지 않은가? 아기 낳아라 낳아라만 하지 말고 지자체별로 다른 출산지원정책 통일하고 실제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각 가정마다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소득하위 xx% 이하에게 주어지는 혜택들. A 가정은 부모님이 내로라하는 부자이며 부모님 명의의 집에 살며 소득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물려받을 재산은 어마어마하다. B 가정은 소득은 많지만 거의 빚이고(은행상에 나타나지 않는 빚 포함) 부모님의 생활비를 대야만 한다. C 가정은 대출이 잔뜩 낀 자가소유 아파트가 있지만 이자 때문에 허리가 휘청인다. D 가정은 자영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지만 실제로 신고하는 액수는 얼마되지 않는다.

 

자,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정은 어떤 가정일까?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은 어떤 가정일까? 극단적인 예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친정어머님이 안계시기 때문에 산후조리를 산후조리원과 산모도우미를 통해 받아야했다.(친정어머님이 계셨어도 조리원을 선택했겠지만.) 그래서 산후도우미 지원을 언뜻 듣고는 알아보았지만 우리 집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생활이 나은 A 가정과 비슷한 주변사람은 거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산모도우미 혜택을 받았다. 물론 정부에서 개개인의 사정을 알 수 없어 수치화된 문서를 보고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별을 받는 나로서는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말 기본적인 것들, 예를 들어 예방접종(필수예방접종 뿐 아니라 모든 선택예방접종까지도), 만 24개월 미만의 아기 기저귀 비용,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집에서 아기를 볼 수밖에 없는 가정의 양육비 지원(왜!!! 어린이집을 보내야지만 보육료를 지원해준단 말인가? 일자리가 없어서 또는 아기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못해서 등등의 이유로 집에서 종일 아기를 봐야 하는 엄마들에게는 왜 보육료가 십 원도 지원되지 않는다는 건지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다), 출산지원금 통일, 아기 보험 의무가입(이것 또한 지자체마다 다르다) 등 아기를 키우는 가정에 꼭 필요한 정책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대부분이 아기를 직접 키우지 않는 남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있는 집 분들이라서 그런가? 왜 엄마들의 가려운 부분을 박박 긁어주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걸까? 힘없는 엄마일 뿐이지만 오늘도 나는 혼자서 외쳐본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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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x**** 2011-12-04 10:18:00
지역마다 다르네요..
전 첫째 태어나고 처음 10만원 받고..
이사하니...안준다네요..
태어난지 20일만에 이사했는데..이쪽

bolcan**** 2011-11-18 22:32:00
첫째도 주는곳이 있네요
전 담달 첫째 태어나는데
첫째도 주는곳이 있네요.
왜이리 편차가 심한지..원
과연 이런 편차가 출

ot**** 2011-11-17 13:45:00
지역별로
편차가 너무커서..
이러니 위장전입이 많이 생기기도하는거같아요.
전 뭐 셋

smyon**** 2011-11-14 17:28:00
골고루 줘야 하는데.
이게

simpl**** 2011-11-14 12:44:00
미리 알아둬야 할 정보
지역별로 다 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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