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했던 추락사고, 팔이 사라진 9살 민호
예상치 못했던 추락사고, 팔이 사라진 9살 민호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7.02.23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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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수 제작 비용 부담감 커…현실적 지원 필요"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엄마…, 엄마…."

민호 엄마는 죽어가는 아기새처럼 힘 없이 "엄마"를 부르짖던 그날 밤의 민호(가명·9)를 잊을 수가 없다.

"그때의 심정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지난해 봄 여느 밤처럼 민호와 민호 여동생, 민호 엄마는 야간 근무하던 아빠를 기다리며 안방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자정이 지났을까. 선잠에서 깬 민호 엄마는 이부자리에 민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대수롭지 않게 화장실과 작은방, 장롱 속 등 민호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민호는 집 안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민호 엄마가 발견한 건 다름 아닌 활짝 열린 베란다 문.

"지금도 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땐 그냥 '아니겠지, 설마…'하는 심정으로 반바지, 반팔 차림에 맨발로 7층에서 1층까지 단 숨에 뛰어 내려갔어요. 넋이 나간 채로요."

1층 화단, 부러진 나뭇가지 사이에서 발견된 민호는 피범벅 된 채 의식 없이 "엄마"만을 가냘프게 부르고 있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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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는 포켓몬을 좋아하는 영락 없는 9살 소년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민호는 포켓몬을 좋아하는 영락 없는 9살 소년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민호는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양 다리는 다발성 골절로 휘었고 턱뼈, 목뼈가 부러진 것은 물론 잇몸 신경까지도 망가져 신체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특히 오른쪽 팔은 심한 외상으로 상완절단(어깨와 팔꿈치 사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왼쪽 다리 역시 신경을 많이 다쳐 팔과 함께 절단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갔지만, 다행히 지금은 신경 재생 수술 후 재활훈련을 받으며 회복하고 있다. 그래도 민호의 다리는 아직 오른쪽, 왼쪽 균형이 맞지 않아 걷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뛰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로 남았다.

한 쪽 팔이 없는 채 뒤뚱거리는 민호를 지켜보던 민호 엄마는 "병원에서 '돈은 얼마 들어도 상관 없으니 살려만 달라'고 애걸복걸했다"며 "지금 그래도 아이가 살아 있는 게 어디냐"고 찡해진 코 끝을 문질렀다.

◇ "의수 제작비 부담감은 커"

큰 고비는 넘겼지만 민호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너무나 많다. 구강 내 망가진 신경을 살리는 잇몸수술부터 재활훈련, 심리치료 그리고 팔에 맞는 의수 제작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제일 먼저 의수를 제작해야 하는데, 민호 엄마는 의수 비용 부담에 벌써 숨이 턱 막힌다. 그동안의 수술비는 보험처리 돼 큰 어려움 없이 잘 해결했지만, 의수 제작은 그렇지 못하다.

미관용 의수 하나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은 보통 250만 원. 정부에서는 의수·족 제작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민호의 경우 의수 제작 1개당 51만 3000원(의수 수가 금액 57만 원에서 90%) 지원이 전부다. 쓸만한 의수 제작 평균 비용인 250만 원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게다가 민호는 성장기이기 때문에 6개월~1년마다 한 번씩 의수를 새로 제작해줘야 한다. 신체에 맞지 않는 의수를 계속 사용할 경우 해당 부위의 적절한 발육이 이뤄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체 불균형으로 척추 측만증 등 성장 저해 요소가 끊임 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호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도 주기적으로 200만 원 가량 의수 제작비를 부담해야 한다. 더군다나 지원은 1년에 1번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민호처럼 성장기 절단장애아동은 1년이 되기 전에 의수·족 등이 작아질 경우 지원 받을 수 있는 기한(1년)까지 불편함을 견디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저는 직장을 다니다가 아이가 사고 나면서 일을 그만뒀는데, 남편 월급을 그대로 의수 제작에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이에요.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둘째 어린이집 내는 돈도 있는데…. 주말 아르바이트라도 할까 봐요."

민호는 의수 제작비 외에도 각종 통원비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잇몸수술비가 남아 있다. 하지만 도움을 주는 곳은 없다. 정부에서 차상위계층에 지원하는 한 달 15만 원의 장애수당이 전부.

민호 엄마는 "15만 원씩 받는 장애수당은 잇몸수술비로 내려고 안 쓰고 계속 모으고 있다"며 "지원금이 너무 적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아있는 한 손으로 숫자 놀이를 하고 있는 민호.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남아있는 한 손으로 숫자 놀이를 하고 있는 민호.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로봇 장난감을 좋아하는 민호.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로봇 장난감을 좋아하는 민호.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의수·족 지원금 현실 반영해야"

넉넉지 않은 형편에 막대한 지출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지만 다행히 민호는 씩씩하게 팔이 없는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처음 절단된 팔을 봤을 때는 병원에서 "내 팔 어디 갔냐"라며 난동을 피우고 병원이 떠나갈 듯이 울어댔다. 엄마만 보면 "언제 팔이 다시 생겨?", "나 뛸 수 있어?"라고 묻기 일쑤였고, 절단된 팔이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워 더운 날에도 패딩점퍼를 절대 벗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개월 간 심리치료와 다리 재활훈련을 받으면서, 민호는 이제 옷도 잘 벗고 놀이터도 잘 가고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평범한 9살 개구쟁이로 지내고 있다.

점점 밝아지는 민호를 보며 민호 엄마도 힘을 내고 있다. 수술한 다리 상처 치료 때문에 잠시 중단했던 심리치료, 재활훈련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아이가 피아노와 축구를 좋아했어요. 피아노는 이제 치지 못해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공놀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딱히 바라는 거 없어요. 그냥 재활치료 잘 받고 뛸 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한국절단장애인협회 김진희 회장은 "절단장애아동은 성장하는 속도만큼 의수 교체를 6개월~1년에 한 번씩 해줘야 한다. 그런데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의수를 자주 교체 못 해 성장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 지원한다 해도 지원금은 실질적인 의수 제작 가격에 크게 못 미쳐 본인 부담금액이 크다.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현실을 반영해 보험수가와 장애수당을 더 올려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선진국은 장애아동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을까? 영국은 성장기를 고려해 17세 이하 절단장애아동들에게는 의수·족 제작을 무상지원하고 있다. 김진희 회장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의수·족 제작을 무상지원을 해야 장애아동들이 학교생활하는데 자신감을 갖고 성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부 지원이 이렇게 미흡한 실정인 가운데, 네이버 해피빈에서 펼쳐지고 있는 장애아동을 돕기 위한 한 캠페인이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 핸드&바디 제품 브랜드 '카밀'(Kamill)을 공식 수입·유통하는 지엘커뮤니케이션즈는 네이버 해피빈 캠페인을 통해 절단장애아동의 의수 제작 지원비를 후원하는 'Kind & Mild, 카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 '희망의 손이 되어주는 카밀' 바이앤기브 캠페인 후원 동참하기: http://m.happybean.naver.com/crowdFunding/Intro/H000000138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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