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점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마주친 동료. 요즘 패션도 화사해지고, 너무 말랐던 몸도 보기 좋게 예뻐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표정이 환해졌다. 아이 둘 워킹맘에 불혹을 넘긴, 사회생활 16년차의 그녀는 굉장히 마른 몸의 소유자임에도 생수통을 번쩍 드는 기염을 토하면서 멀티태스팅을 빛의 속도로 해내는 베테랑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전에 그녀를 볼 땐 그녀는 늘 어딘가 아파 보였다. 실제로 자주 체해서 아프기도 했고, 그렇지 않으면 표정이 아파 보이거나, 어딘가 아이를 챙기러 허둥지둥하는 느낌, 옷도 회색, 검은색 등으로 거무죽죽.
그러나 오늘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밝고 화사했다. 봄을 닮은 스카프까지 센스 있게 한 그녀에게 아는 체를 했더니 요즘 바람이 났단다. 바람이 난 대상은 씨앤블루라고 남편이 아니라서 부끄럽다고 하면서 그녀는 또 한 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는데 남편이랑 바람이 나면 그게 어디 흔한 일이겠어요? 이젠 아이돌을 봐도 아무 감흥이 없는 저는 그 바람이 부러운데요. 그냥 쭉 그 바람을 유지하세요!"
내 반응에 다시 한 번 수줍어하면서도 신나게 웃으며 돌아서는 그녀에게서 폴폴 봄바람의 기운이 묻어난다. 그 바람 참 신선하네. 그렇다 나는 이 신선한 바람을 응원한다. 이런 류의 풋풋한 바람뿐만 아니라 봄에 난 춤바람도 응원한다.
일상에 매몰돼 책임만을 향해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것 보다, 조금 쓸데 없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검은 에너지로 주변사람의 영혼까지 오염시키는 일상에만 찌든 삶보다는 어느 형식의 바람이든 바람을 일으키며 사는 것이 더욱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다. 일하며 아이를 키우며 눈치 보며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 풀타임으로 아이를 돌보는 한국의 엄마로 살아가는 일은 힘들다. 아니 힘든 정도가 아니라 고통스럽다. (모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고통을 당연히 감수하라는 듯한, 아니 엄마라면 이러한 고통을 참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사회적 시선이 더욱 더 고통스럽다)
그 모든 어깨의 짐을 힘겹게 완수했어도 잠시 이를 내려놓고 여유를 가질 순간조차 없다. 또 다시 다른 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억지로라도 우리는 ‘바람’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아니 잠 잘 시간조차 부족하고 회사에서는 일이 산더미 집에 가면 집안일이 산더미 주말에도 커피를 연거푸 마시며 밀린 집안일을 하는데 워킹맘에게 바람을 즐길 시간이 어디 있냐고?
그렇다. 바로 나도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애써 시간과 마음을 쓰지 않으면 절대 늘 버거운 워킹맘의 저글링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곧 번아웃 될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이 점을 깨닫고 조금만 스스로에게 시간과 마음을 쓰면 그 이상의 걷을 얻어 다시 그 에너지를 가정에 일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작년 이 맘 때 즈음에 복직 후 불어난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었다. 물론 처음에 시작할 때는 너무나 망설였다. 하루 40분. 길지는 않더라도 이 시간을 아이를 위해 써야 하는 것이 아닐지, 늘 부족한 업무에 좀 더 정성을 쏟기 위해 활용해야 하는 건 아닌지 백번을 고민했다.
그러나 불어난 체중으로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무릎통증을 줄일 수 없을 것이고, 옷을 다시 다 사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 나는 겨우 하루 40분을 투자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체중감량 뿐만 아니라 늘어난 근육과 체력으로 감기, 몸살로 잔병치레 하던 것이 확연히 줄었다. 그리고 확실히 체력이 생기니 평소에 힘겹게 하던 일도 가볍게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됐고, 기분도 좋아져서 늘 짜증과 피곤으로 퇴근하던 모습 말고 아이와 함께 즐겁게 저녁을 마무리 하는 모습으로 좀 더 퀄리티 있게 아이와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뇌에 산소가 좀 더 충전된 덕분일까? 일을 할 때도 이전과 다른 시각의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이 즐거울 때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늘 동동거리며 사는 워킹맘에게 이런 즐거운 바람은 꼭 필요한 것이다. 하루 40분을 투자해 얻은 효과는 정말 놀라웠다.
아무 것도 새로 시작할 힘이 없어 그저 망설이고만 있는 워킹맘! 당신에는 지금 ‘바람’이 필요하다. 새 봄 즐거운 바람을 시작하시길. 분명 그 바람이 당신에게 상상하지 못 할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런 워킹맘의 바람을 응원한다.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 고군분투기 ‘워킹맘의 딸’의 저자이며 14년 차 직장인이자 다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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