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대부분 과거에 비해서는 한국사회의 남녀평등 문화가 많이 개선됐다는데 공감을 하면서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여성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지난달 7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남녀평등’ 및 ‘여성차별’ 문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 응답자 18.5%만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여성 차별 적은 사회”라고 생각
먼저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적은 사회라고 바라보는 시각은 전체 18.5%에 불과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차별 받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특히 남성(29.8%)에 비해 여성(7.2%)이 우리사회가 여성 차별이 적은 사회라는데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가 훨씬 강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편이고(9.4%), 페미니즘 문화가 잘 수용되는 편이라는(13.4%) 평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사회에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히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다만 남성의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고(남성 12.8%, 여성 6%), 페미니즘 문화가 잘 수용된다(남성 21.2%, 여성 5.6%)는 생각을 상대적으로 많이 내비치고 있어, 남녀평등 및 성차별 문제를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차이도 엿볼 수 있었다.
◇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된다”는 의견 13.2%뿐
한국사회에서는 오로지 능력에 의해서만 공정하게 평가가 이뤄지는 경우가 적고, 여성의 사회참여는 제한적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전체 응답자의 13.2%만이 우리나라는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하는 사회라고 바라봤으며, 여성에게 승진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있는 편이라는 의견 역시 13.2%에 머무른 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한 편이라는데 동의하는 응답자도 전체 37.2%에 그쳤다.
과거에 비해서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많아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특히 남성(45.2%)보다는 여성(29.2%) 스스로가 한계를 많이 느끼는 모습이었다.
다만 연령이 낮을수록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다는 시각(20대 42%, 30대 39.2%, 40대 34.4%, 50대 33.2%)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여성의 사회참여가 많아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제한적인 상황이니만큼 여성이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고(11.4%), 정치 및 사회분야에 여성리더들이 많은 편이라는(14.4%) 평가는 당연히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여성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이 실현되고 있다는 의견도 전체 32.4%에 불과했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 예방과 ‘가정폭력’ 예방이 잘 이뤄지고 있는 의견이 각각 12.6%, 10.6%에 그쳐, 폭력의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 10명 중 6명 “여성이라는 이유로 업무 기회가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직장 내에서의 여성의 역할도 상당히 제한되는 모습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62.2%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업무적 기회가 오지 않을 때가 있다는데 공감한 것으로, 남성(49%)에 비해 여성(75.4%)의 동의율이 훨씬 높았다. 여성 스스로가 차별적인 대우를 많이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업무능력이 뛰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의견(23.8%)이 매우 적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업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차별적인 행위인지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 여성 리더가 많지 않은 이유를 기회의 부족이 아닌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바라보는 시각(23.6%)도 드물었다. 전체 10명 중 8명(80.4%)이 성차별에 대한 규제 및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이런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연령대에서 성차별에 대한 규제 및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20대 79.6%, 30대 80.4%, 40대 80.4%, 50대 81.2%)은 비슷했다.
◇ 응답자 66.7% 무의식적으로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할 때 있다”
사회전반적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의 역할 및 인식에 대한 평가 결과, 전체 10명 중 7명(67.9%)은 여전히 가정 내에서 남녀의 고정적인 성 역할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과 관계없이 이런 인식(20대 70.4%, 30대 66.8%, 40대 65.6%, 50대 68.8%)은 비슷했으며, 남성(60%)보다는 여성(75.8%)이 가정 내에서부터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나눠진다는데 더욱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66.7%는 자신 스스로도 무의식 중에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나타날 때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무의식적으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경우(20대 58.4%, 30대 66.8%, 40대 67.6%, 50대 74%)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스스로가 고정된 성 역할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많다(남성 61.2%, 여성 72.2%)는 것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또한 절반 가까이가 집안의 가장은 남자여야 더 든든한 느낌이 들고(52.6%), 남성보다는 여성이 가사 일을 더 잘하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49.2%)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았다. 10명 중 7명(69.1%)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여성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너무 획일적이라고 바라봤으며, 드라마나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너무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는 의견도 64.5%에 이르렀다.
◇ 남녀차별 근본 원인으로 ‘유교사상’과 ‘가정에서부터 고착화된 성 역할 인식’ 꼽아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남녀평등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뿌리 깊은 ‘유교사상’(48%, 중복응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몇 백 년 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해온 유교사상의 흔적으로 인해 여성 차별적인 문화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이런 생각은 연령이 높을수록(20대 42.4%, 30대 45.6%, 40대 49.6%, 50대 54.4%) 많이 가지고 있었다.
또한 가정 내에서부터 고착화 된 성 역할에 대한 인식(43.3%)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강했다. 남성은 이래야 한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어린 시절부터 가정 내에서 형성된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남성(34.8%)보다 여성(51.8%)이 훨씬 많이 공감했다.
그 다음으로는 남아선호사상이 남아있고(38.9%),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사회의 의지가 부족하다(31.2%)는 의견과 함께 여성 스스로의 주체성이 부족하다(29.9%)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다만 여성의 의존적인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은 여성(23.2%)보다는 주로 남성(36.6%)이었다.
◇ 남녀 불평등 ‘결혼 및 출산 후의 사회생활 제한’을 첫손에 꼽아
한편, 한국사회에서 남녀평등문제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으로는 결혼 및 출산 후 여성의 사회생활이 제한되는 현실(76.8%, 중복응답)을 꼽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결혼과 출산 이후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연령에 관계없이 결혼 및 출산 후 여성의 사회생활이 제한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20대 75.6%, 30대 78.4%, 40대 77.6%, 50대 75.6%)은 비슷했다. 다만 남성(66%)보다는 여성(87.6%)이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큰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출산 및 육아문제에 대한 간섭(61.2%), 남성에 비해 적은 급여 수준(49.5%),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비하 발언(49.3%), 여성의 승진기회 제한(46.7%) 등을 통해서 남녀평등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무엇보다도 출산 및 육아 문제(남성 50%, 여성 72.4%), 여성의 낮은 급여수준(남성 34.2%, 여성 64.8%),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남성 37.4%, 여성 61.2%), 승진 기회 제한(남성 32.2%, 여성 61.2%) 등 모든 부분에서 남성보다는 여성 스스로가 차별을 크게 느낀다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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