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아래 여성연합)이 문재인 정부에 성평등한 인사와 검증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한 야권과 시민사회의 비판에 청와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23일 오전 11시 여성연합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일부 남성 공직자와 후보자들의 문제점들이 정부의 성평등 관점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성평등한 인사검증 기준과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는 ‘성평등 인사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요구는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실현하기 위해 실질적인 여성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연합은 우선 “현재까지 내정 또는 임명된 여성 장관은 총 4명으로 내각의 여성 비율은 28.6%”라며 “내각의 여성 비율을 30%부터 시작해 임기 내 남녀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성평등 인사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차관급 인사에서 여성 비율은 현재까지 16.7%에 불과하다”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 여성 비율도 법으로 정하고 있는 최소 40%에 한참 미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청와대·차관급 인사·주요 위원회 여성 비율은 한참 미달”
두 번째 요구는 “성평등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검증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여성연합은 “차별에 무지하고 비상식적인 여성관을 가진 인사가 임명되면서 성평등을 실천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무색해지고 있다”라며 탁현민 행정관의 사례를 언급했다.
“특히 탁현민 행정관의 차별적인 인식이 공직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탁 행정관에 대한 여성들의 비판은 한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철학으로서의 성평등 의식이 공직 인선 기준이 돼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정부는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탁현민 행정관은 2007년 발간한 저서들에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담은 것이 최근 알려져 야권과 시민사회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저서 ‘남자마음 설명서’에는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이왕 입은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마라’,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그리고 다른 저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는 ‘임신한 여자 선생님들이 섹시했다, 임신을 하려면 섹스를 해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연상이 됐다’, ‘(첫경험 상대를 친구들과 공유한 이야기를 하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 없었다,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 등의 내용이 문제가 됐다.
탁현민 행정관은 5월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한 차례 사과의 글을 올린 바 있다.
◇ “비상식적 여성관 가진 인사 임명, 대통령 성평등 의지 무색”
여성연합이 의견서를 통해 세 번째로 요구한 것은 “투명한 인사 추천 및 검증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성연합은 “성평등 인사는 상징적인 인물을 기용하거나 생물학적인 여성의 참여 비율을 달성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정치, 사회, 문화의 견고한 카르텔에 균열을 내고,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인권감수성을 갖춘 인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인사를 위해서는 한 개인이 삶 속에서 성평등 가치 실현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해 왔는지 그 궤적을 검토하고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자신의 성평등 관점을 성찰할 수 있는 자가진단서, 인사 검증 담당자들과 심층 인터뷰 등 구체적인 검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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