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육아의 달인으로 돌아온 개그맨 노우진
[인터뷰] 육아의 달인으로 돌아온 개그맨 노우진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07.05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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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최고'라는 한마디가 저한테 날개를 달아줘요"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6월 28일 경기 파주시의 한 카페에서 개그맨 노우진 씨를 만났다. 오른쪽은 노우진 씨의 네 살배기 딸 유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6월 28일 경기 파주시의 한 카페에서 개그맨 노우진 씨를 만났다. 오른쪽은 노우진 씨의 네 살배기 딸 유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저는 개그맨이니까 여자 분장을 할 때도 있거든요. 총각 때 여장을 하고 거울을 보면서 ‘미래의 내 딸이 이 모습은 아니겠지. 이렇게 태어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상상한 것 이상으로 유하가 정말 예쁘게 태어났어요. 하는 짓이 정말 매력 있고….”


누가 이 바보를 말릴 건가. 다음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끝도 없이 딸 자랑이 이어질 것 같았다. KBS 개그콘서트 ‘달인’의 바보 수제자에서 이제는 딸바보, 아니 ‘애바보’로 변신한 개그맨 노우진 씨 말이다.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의 한 카페에서 노우진 씨를 만났다. 노우진 씨는 2014년에 태어난 네 살 딸 유하와 지난 2월에 태어난 아들 유한이의 아빠다. 초여름 나들이 삼아 딸 유하와 아들 유한이도 아빠를 따라 나왔다. 잔디가 깔린 카페 앞마당은 유하의 놀이터가 됐다.


유하는 인터뷰 도중 아빠가 있는 자리에 불쑥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아빠가 뭐하나’ 궁금해서 곁에 왔다가, 낯선 기자 얼굴을 보고 부끄러워서 쪼르르 달아났다. 그때마다 깜찍한 웃음을 씨-익 흘리고 가는 통에, 유하와 같은 네 살배기 딸을 키우는 기자는 번번이 ‘심쿵’할 수밖에 없었다.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해서 더 즐거웠던 인터뷰. ‘애바보’ 아빠 노우진 씨와 나눈 진솔한 일문일답을 이곳에 옮긴다.


- 둘째 유한이 출산 직전에 하신 인터뷰를 보니 “빨리 아이를 낳아서 아내와 함께 술도 마시고 단란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셨던데, 현실은 어떤지 소감부터 듣고 싶습니다.


“술 마실 시간이 전혀 없네요. (웃음) 첫째 크는 것만 쭉 지켜보다 보니 신생아 키우는 게 뭐가 힘들었는지 잊어버렸어요. 둘째를 키우면서 ‘맞아, 이런 게 있었지!’ 하고 깨달았죠. 여기에 이제 막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한 첫째까지 있으니까 정말 쉴 틈이 없어요. 바깥에도 스케줄, 집에 들어와도 스케줄. (웃음)”


- 유하를 낳고 아빠가 되신 지 4년째 됐습니다. 아빠가 되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 어떤 것이 있나요?


“(아빠가 된 순간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죠. 그때를 기준으로, 제 인생을 비포-애프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생의 70% 이상이 바뀐 것 같아요. 가끔은 ‘내가 유하 없이 34년을 어떻게 살았지?’, ‘내가 유한이 없이 38년을 어떻게 살았지?’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어요. 결혼 전에 KBS TV유치원을 1년 동안 진행했거든요. 너무 힘들었어요. 리허설 때 잘 따라왔던 아이들이, 녹화 딱 들어가면 리허설이 어디 있어요. (웃음) 울고 싸우고…. 아이한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저는 솔직히 일로만 생각했거든요. 만약에 지금 그 프로그램을 한다면 조금 더 아이들의 입장에서 진행을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터뷰 중인 노우진 씨와 딸 유하. 유하는 두 차례나
인터뷰 중인 노우진 씨와 딸 유하. 유하는 두 차례나 "엄마가 좋다"라는 말을 해서 노우진 씨를 당황시켰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의 손이 제 몸속으로 들어와서 아픈 데를 만져주는 느낌”


- 아빠로서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신 순간은 언제였나요?


“제가 한동안 일 때문에 지쳐 있을 때가 있었거든요. 딸이 누워서 자기 전에 뜬금없이 ‘아빠 괜찮아. 잘될 거야.’ 하는 거예요. 아이의 손이 제 몸속으로 쓱 들어와서 아픈 데를 만져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우리 아빠 최고!’라는 한마디가 저한테 날개를 달아줘요.”


-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한도 끝도 없겠지만, 정말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것, 혹시 있으세요?


“술약속이죠. 다른 직업들도 아마 비슷하겠지만, 특히 제 직업의 특성상 술자리를 피할 수 없을 때가 있거든요. 일을 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그 자리를 함께해야 일 문제도 풀고 나갈 수 있는 자리들이 분명 있어요. 그런 문제가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돼요. 그런데 이제 딸 눈치까지 봐야 돼요. 제가 술 마시고 들어가면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다 일러요. 어제 아빠 얼굴 빨개졌다고. (웃음)”


- 개그맨이라는 직업은 아빠로서 장점이 많을까요, 단점이 많을까요?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직장생활을 했다면, 놀이공원이라도 가려면 주말이 돼야 하잖아요. 저는 스케줄 없는 날은 쉬는 날이니까 평일에 놀러도 갈 수 있고,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추억들이 더 많으니까 좋죠. 저는 스케줄 없는 날에는 웬만하면 아이랑 같이 있어요. 둘이서만 놀러도 자주 가고요. 딸하고 함께 있는 시간은 다른 아빠들보다 훨씬 많을 거예요. 그건 자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나온 방송을 보면 유하가 참 좋아하고, 밖에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인사해주시면 유하도 좋아해요.”


- 육아예능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여전합니다. 기회가 되면 딸과 같이 출연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유하가 예능감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제 아내도 PD 출신이잖아요, 저랑 아내랑 빵빵 터져요. (웃음) 그런데 카메라만 있으면 너무 부끄러워해요. 사실 예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아내도 좀 창피해하고 그래서 못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재밌는 행동이나 이야기들이 많아서, 아이만 준비된다고 하면 얼마든지 출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지난 5월에 KBS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서 오랜만에 ‘달인’으로 호흡을 맞추셨습니다. 굉장히 반가웠는데요, 혹시 개그콘서트 복귀는 생각 안 하시나요?


“지금은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어요. 제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딸이 정말 재미있어 하니까, 유하 때문에라도 텔레비전에 얼굴을 더 많이 비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터뷰 중인 노우진 씨를 창밖에서 바라보는 딸 유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인터뷰 중인 노우진 씨를 창밖에서 바라보는 딸 유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


- KTV 시민제안 프로그램 '체인지 대한민국, 시민의 한 수' 진행자이십니다. ('체인지 대한민국, 시민의 한 수'는 지난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뉴미디어 부문을 수상했다.) 베이비뉴스가 지난 5월부터 ‘대중교통 임신부 배려석’에 대한 장기 기획보도를 하고 있는데요, 지난 2월 그 프로그램에서 임신부 체험을 하셨더라고요. 어떠셨나요?


“아내가 임신했을 때 항상 ‘아, 오빠(노우진 씨)가 임신을 했어야 돼’라고 말했어요.(웃음) 저는 막연하게 ‘힘들겠구나’ 하고 말지, 잘 모르잖아요. 프로그램에서 겉옷 속에 (모래주머니로 무게를 늘린) 임신체험복을 입고 긴 머리 가발도 쓰고 대중교통을 탔어요. 만삭도 아니고 임신 7, 8개월 정도의 무게였는데, 허리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부피도 있으니까 걷는 데도 불편하고. 저는 그냥 체험복이니까 배가 어디 부딪혀도 신경 안 썼는데, 실제로 애가 들어 있으면 훨씬 조심스럽잖아요.


대중교통을 탔는데 일단 사람들이 아무도 안 쳐다보더라고요.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한테 임산부가 자리 좀 비켜달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어요. ‘아, 이래서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둬야 되는구나’ 정말 많이 느꼈어요. 그렇게 고생하는지 몰랐어요. 저는 그날만 체험하고 (체험복을) 벗을 수 있는데 임산부들은 열 달 동안 그렇게 살고, 아이 낳을 때도 정말 고통스럽고…. 그런 경험을 하고도 둘째, 셋째 낳는 엄마들은 대단한 거예요. 체험복을 벗고 나니까 너무 시원하고, 막 뛰어다니게 되더라고요.(웃음)”


- 체험을 하고 나서 아내를 보니 어떠셨어요? 좀 달라 보이지 않던가요?


“달라 보이죠.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요즘 아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했어요. 아내도 원래 PD 일을 하던 사람이라, 뭔가 아이만 키우는 게 아니라 다른 일도 좀 하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서 유아동복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한 거죠. 애들 다 재워놓고 나서, 밤에 잠도 못 자고 그 작업을 하고 그래요. 둘째 낳을 때까지 자기 일도 다 내려놓고 엄마로만 살다가 다시 일을 시작한 거잖아요. 잘되게 많이 응원해주고 싶어서 요즘은 제가 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웃음)”


- 시민제안 프로그램 진행자이시기 때문에 제가 어려운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보육공약 중에서 가장 먼저 실행됐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만 골라주십시오. (웃음) 당황스러우실 것 같아서 객관식으로 준비했습니다. 1. 아동수당 도입, 2. 육아휴직 급여 2배로, 3. 누리과정 예산 국가책임 확대, 4. 국공립보육시설 40%까지 확대, 5.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국가책임제.


“5번,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국가책임제’요. 아이들이 아플 때 부모는 만사를 제쳐두게 되잖아요. 그런데 혹시라도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노우진 씨가 생각하는 좋은 아빠의 기준은 한마디로 무엇인가요?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빠죠. 저희 어릴 때 아빠는 말 없는 사람, 바깥일만 하는 사람, 그랬잖아요. 이제는 가족이 다 친구처럼 지내면 좋겠어요. 돌아오지 않는 이 시간을 후회하지 않게끔, 아이 나이에 맞는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


'애바보' 개그맨 노우진 씨와 딸 유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애바보' 개그맨 노우진 씨와 딸 유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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