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첫째. 27개월. 언니가 됐다. 아직은 아빠, 엄마 품에서 어리광을 부릴 나이인데, 언니가 됐다. 둘째를 낳기 전에는 어리게만 보였는데 신생아인 둘째를 보니 어찌나 어른처럼 보이는지. 지금 조리원에서 2주째를 보내고 있다. 출산 보름 전에 시댁에 들어가서 출산 준비를 했다. 조리원 기간 동안 시부모님께 큰애를 맡겨야 해서 적응기간을 주기위해 미리 들어갔다. 어린이집도 보름정도 보내고 안 보냈던 터라 걱정이 컸다.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 손에 있어보지 않았던 아이라 걱정이 더 컸던 것 같다.
큰애는 아기를 출산하고 이틀 동안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잤다. 첫째 날은 의외로 할머니 등에 업혀 잠투정 없이 잘 잤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내 얼굴을 보고 간 둘째 날 큰애는 새벽 2시까지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출산 3일째 조리원으로 들어가는 날부터는 조리원에서 데리고 자기 시작했다.
혹시 첫째가 잘 때 적응을 못할까봐 처음부터 큰애를 데리고 있을 수 있는 조리원을 알아봤다. 일반적인 거실이 있고 모든 산모들이 함께 생활하는 조리원이 아니라 병원 조리원이라서 데리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큰애가 방에 있을 때는 신생아를 데리고 올 수 없다.
혹시나 큰애에게서 병균이 옮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 조리원은 수유실이 따로 있지 않고 방에서 모유수유를 해야 하는데 큰애가 있을 때는 빈방을 찾아서 수유를 해야 했다. 그래서 첫째 때는 수유실에서 부를 때마다 새벽에도 계속 데리고 모유수유를 했지만 둘째는 저녁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는 유축한 것을 먹이고 있다.
오전 9시에 할아버지가 조리원에서 큰애를 데리고 가셔서 저녁 9시에 데리고 오신다. 그 안에는 계속 방에서 작은애를 데리고 모유수유를 한다. 새벽에는 유축한 것을 먹이니 낮시간 동안에라도 계속 모유수유를 했다. 저녁 9시에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조리원으로 오는 첫째. 내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 아무 말이 없다. 처음 동생을 보던 날. 내가 아기를 안고 신생아실을 가는 모습을 아빠 품에 안겨 하염없이 바라봤다고 한다. 다른 식구들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멀어져가는 내 모습만을 뚫어지게 쳐다 봤다고.
마음이 아팠다. 아직 혼자서 사랑을 독차지 할 나이인데, 동생이 생겼고 언니가 됐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한다. 큰애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건, 남편이 어느 날 첩을 데리고 와서 앞으로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본처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충격이라고.
첫째는 그날 이후로 투정이 늘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저녁까지는 남편과 내가 조리원에서 데리고 있었는데 하루종일 투정을 하고 아빠에게 안겨 있으려고만 했다. 괜히 투정을 하고 찡찡거리면 나는 혼을 냈다. 출산한지 얼마 안 됐던 터라 내 몸도 힘들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섰던 나는 신경이 예민해졌다. 동생을 보면 무조건 큰애 위주로 해주고 더 큰 사랑으로 감싸주라고 했는데, 마음과 따로 노는 내 행동들. 평소에 혼자도 잘 놀던 아이가 하루 종일 투정하고, 잘 하던 배변훈련도 하지 않고, 기저귀 갈자고 해도 큰소리로 울어버리는 첫째.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으면 저럴까 싶으면서도 혼 먼저 내는 내가 싫었다. 혼을 내고 나서는 마음이 아프다. 한 번 더 참아야지, 하면서도 쉽지가 않다. 앞으로는 한번 더, 한번 더 참고, 화를 내기 전에 큰애를 꼭 안아줘야지, 다짐한다. 화를 내는 대신 한번 안아주기. 쉽지 않을 테지만 실천해 볼 것이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아직 뱃속에 있는데도 갑자기 더 아기가 된 것 같아요.. 잘때도 꼭 팔배게하고 잠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