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던 여자들이 뭘 알아?”라는 말 안 들으려면…
“살림하던 여자들이 뭘 알아?”라는 말 안 들으려면…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1.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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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mom)대로 정치③]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김민수 공동대표·검단맘 카페 이수진 대표 인터뷰

【베이비뉴스 이중삼·권현경 기자】

육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이 점점 강조되면서 ‘엄마정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맘(mom)대로 정치’ 기획을 통해, 일상의 문제를 정치로 해결해나가는 당당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 기자 말

<기사 싣는 순서>
① “선거 때만 엄마들 표 달라… 선거 끝나면 유령 신세”
② “엘리트정치 극복, 엄마한테 비례대표 주면 된다”
③ “살림하던 여자들이 뭘 알아?”라는 말 안 들으려면…
④ 걸림돌도 분명하지만… “엄마정치의 발전은 필연”

지난 17일 서울시 여의도 한 카페에서 (왼쪽부터) 이수진 너나들이 검단맘 카페 대표와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공동대표를 만나 엄마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7일 서울시 여의도 한 카페에서 (왼쪽부터) 이수진 너나들이 검단맘 카페 대표와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공동대표를 만나 엄마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과연, 이 엄마들에게 정치란 무엇일까?’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이하 미해본) 김민수 공동대표는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피맺힌 절규”라고 했고, 너나들이 검단맘 카페(이하 검단맘) 이수진 대표는 “내 아이가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답했다.

두 단체는 온라인 카페를 기반으로 하나는 ‘미세먼지 해결’이라는 특정 주제로 모였고, 또 하나는 인천 서구지역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맘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흔히 온라인 맘카페하면 육아꿀팁이나 알뜰정보 정도를 공유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두 카페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비롯해 지역, 정부 부처 등 각종 토론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현안 관련 문제 제기뿐 아니라 입법 활동까지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세 시간 넘게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엄마정치의 미래를 들어봤다.  

◇ “엄마들 모여 법안 발의·2만 서명운동·대선후보 간담회”

Q.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소개 좀 해주세요.

김민수(이하 김): “출범한 지 13개월 됐어요. 그간 제가 국회나 포럼에서 11차례 발표를 하고 30여 차례 간담회, 기자회견을 9번 했어요. 지난 8월 청와대 앞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 없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는 슬로건으로 기자회견을 아이들과 같이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과 함께 ‘푸른하늘 3법’ 법안 발의에 참여했는데 법안 하나하나 수정하고, 제안하고 엄마가 아이를 낳는 산고의 과정을 거쳐 법안 발의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이수진(이하 이): “아이 키우면서 지역 엄마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자 온라인 맘카페를 2009년에 시작했어요. 지역에 있는 상인들에게 홍보 기회를 주는 영리사업과 비영리로는 지역에 발생하는 이슈나 사건·사고에 참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엄마들이 모여서 뭐 하는 거야?’가 아니라 ‘엄마들이 모여 저런 일도 하는구나!’라는 그룹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3년 전 카페 사무실 센터를 열고 지역 엄마들을 채용했어요. 여기서 번 영리에 대해선 지역에 환원을 시키겠다는 목적을 두고 센터를 운영하고 후원, 채용에 (비용을) 쓰고 있죠. 카페 통해 통장내역, 영수증 내용 다 공개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불로동 아동학대 사건에 카페 모금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끝내 승소했고요, 수도권 매립지 연장 반대 2만 명 서명운동했어요. 지난 대선 때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전국지역맘카페연합회 차원에서 간담회를 제안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응해 간담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공동대표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컨트롤타워로써 역할을 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돼야 합니다. 정부나 국회, 학교를 상대로 하는 일이잖아요. 세 군데가 다 너무 느려요. 엄마들은 애간장이 녹습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공동대표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컨트롤타워로써 역할을 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돼야 합니다. 정부나 국회, 학교를 상대로 하는 일이잖아요. 세 군데가 다 너무 느려요. 엄마들은 애간장이 녹습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미세먼지 컨트롤타워 필요…엄마들은 애간장이 녹습니다”

Q.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무엇보다 정확한 발생원별 발생량 측정을 통해 문제파악을 해야 하고, 이후 중단기 계획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환경부, 산업자원통상부, 국토부, 기획재정부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이 더뎌요. 대통령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컨트롤타워로써 역할을 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돼야 합니다. 정부나 국회, 학교를 상대로 하는 일이잖아요. 세 군데가 다 너무 느려요. 엄마들은 애간장이 녹습니다.”

Q. 2018년 가장 주력할 활동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나요?

이: “지방선거요.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 주권의 중요성을 느꼈잖아요. 지방선거에서 엄마들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맘카페 차원에서 카페에 후보자가 걸어온 길을 올릴 수 있도록 게시판을 만들어 정당과 관계없이 후보자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요. 회원들이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발판을 제공해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해드리는 거죠.”

김: “좋은 정책을 제안하려고 해요. 미세먼지와 환경 관련해 A부터 Z까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출발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학교 만들기, 미세먼지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올바른 정책이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 소비를 줄이는 것, 세 가지예요. ‘나의 불편함이 나를 살립니다’, 시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해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우리가 내보내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까지 함께 추진해 나가려고 합니다.”

◇ “나의 작은 참여가 품앗이가 돼 돌아올 수 있다”

Q. 의견을 모으고 그 의견을 정책입안자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일 자체가 정치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엄마들은 정치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이: “저는 ‘카페가 왜 정치적이냐’는 비판을 하시는 분들께 되묻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얼마를 지원받을 것이냐, 노인연금, 4대 보험, 버스노선 등 이 모든 게 다 정치예요. 일상이 다 정친데 왜 엄마들은 정치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말해 달라고요. 이런 것들에 대해 왜 안 나서야 하는지 말해 달라고 합니다. 아동학대 사건 때도 ‘굳이 왜 맘카페가 나서느냐’는 비판도 있었어요. 그때 당신 아이가 똑같은 일을 당해도 저희는 똑같이 할 거라고 말해요. 참여했던 사람들이 가장 큰 힘이 돼 줄 겁니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의 작은 참여가 나한테 다시 품앗이가 돼서 돌아올 수 있다고요.”

Q. 온라인 카페는 특히 주변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한데요, 어떻게 참여를 독려하시나요?

김: “오프라인만 활동이 아니에요, 온라인 활동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려요. 아이디어 제공, 좋은 글 소개, 좋은 댓글이 실제로 활성화에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참여를 높이는 것은 ‘미세먼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는 것’인데요, 환기법 등 정보를 지속해서 받다 보면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정보를 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관심을 미세먼지로 관심이 옮겨 올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이: “‘엄마들은 참여 못 해’가 아니라 각자 상황에 맞는 참여방법을 알려주면 돼요. 직장맘, 전업맘 등 상황에 맞는 참여 방법과 환경을 만들어 줘야죠. 촛불집회 때 ‘애 키우느라 못 나가지 물건 보내. 우리가 가지고 나갈게’, ‘어린이집 보내고 유치원 보내고 모입시다’, 시간대를 그 사람들에게 맞추는 거예요. 그 사람들의 환경에 맞춰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을 해 놓고 참여를 독려하죠.”

Q. 카페를 운영하면서 엄마들의 참여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사례가 있을까요?

이: “이슈가 됐던 게 지난 촛불집회 때 후원품을 지원했어요. ‘껌딱지(엄마에게 안 떨어지는 아이)만 아니면 나도 나가고 싶은데 이 추운 날 나가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글이 카페에 많이 올라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논의하다 ‘후원품을 가지고 가자.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게 후원품 받아서 나눠주는 거니까 잘하는 것을 하자’고 결정했죠. 부담스러울까봐 회원들에게 후원품을 지정해 줬어요. 초코파이 한 상자, 생수 한 팩, 핫팩, 초코바, 마스크 등 못가서 미안한 분들이 지정한 물품을 센터로 보내주면 취합해 현장에 가서 나눠줬어요. 처음에 정치적이라고 참여를 꺼리던 다른 카페들에서도 두 번째 나갈 땐 강원도, 김해 등 10개 카페에서 물품을 보내줘서 1톤 트럭에 탑 쌓고, 전세 버스 한 대 가득 싣고 가서 2만여 명에게 나눠줬어요. 자기의 참여는 초코파이 한 상자, 핫 브레이크 한 봉지였는데 탑차로 쌓은 모습을 보면서 ‘아 이렇게라도 참여하는 게 의미 있는 거구나’ 생각하게 된 큰 계기가 됐죠.”

이수진 너나들이 검단맘 대표는 "엄마정치의 문제는 내 목소리를 내는데 자신 없어 하고, 누군가 대신 내주길 바라고 주권자임을 잊고 있는 데 있어요"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수진 너나들이 검단맘 대표는 "엄마정치의 문제는 내 목소리를 내는데 자신 없어 하고, 누군가 대신 내주길 바라고 주권자임을 잊고 있는 데 있어요"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도 대한민국의 국민 중 한 사람, 구성원이다”

Q. 카페 회원들과 특정 이슈를 선정하고 기자회견, 간담회, 토론회 참석 등 활동에 어떤 프로세스로 의견을 모으고 진행하고 있으신가요?

김: “카페 내에서 회원들의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글과 댓글을 통해 바로바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지 않아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요. 회원들도 운영진의 생각을 잘 알고 있으니까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더라고요. 미세먼지 해결방법에 대해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절대 다른 생각을 공격하지 않아요. 다른 생각에 대해 다른 제안을 했을 때 받아들이고 절충해서 방향성을 함께 결정해 나가고 있어요. 운영진의 카페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주인이기 때문에 모두 같이 의사결정 할 수 있고 어떤 의견도 환영합니다. 온라인 카페가 개설자가 ‘내 꺼야’ 하는 식으로 해서 폐쇄하거나 좌지우지 하는 것은 온라인 카페의 가장 큰 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철저히 배제하고 있어요.”

이: “처음 도움을 요청받아 돕기로 하면서 카페 회원들과 했던 얘기가 ‘엄마라고 모인 이상 아동학대 문제나 엄마들의 문제와 관련한 사회이슈에 대해선 단체의 힘으로 대응하겠다’ 였어요. 우리 회원들은 문제가 있으면 카페에 다 올려요. 처음부터 공지글을 올리면 그 자체가 생각을 정형화시키잖아요. 댓글로 공방하고 싸울 수 있게끔 둬요. 모니터링한 다음 어느 정도 진정되면 여태 있었던 글을 취합해서 의견을 올리고, 객관적인 증거나 증인 등과 관련해 정보를 주고 참여 여부 등 회원들의 의견을 묻고 진행하죠.”

Q. ‘엄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정치적 움직임은 시작 단계라 볼 수 있습니다. 엄마정치의 최대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김: “엄마정치가 성공하기 위해선 처음 마음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순수한 마음으로 뛰어들었으나 점점 기성 정치화 돼 가면 엄마정치가 빛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엄마들의 주장에 대한 힘이 실리려면 주장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확실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살림이나 하던 엄마들이 뭘 안다고 나와서 설쳐’ 하는 말을 듣기 십상이죠. 끊임없이 옳은 주장인지 점검해야하고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유리벽을 깨뜨리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해요. 그리고 가족의 협조가 중요한데요, 우리 엄마가, 우리 아내가 올바른 주장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지를 부탁드려요.”

이: “엄마정치의 문제는 내 목소리를 내는데 자신 없어 하고, 누군가 대신 내주길 바라고 주권자임을 잊고 있는 데 있어요. 나의 주권 행사가 아이와 가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 있어요. 엄마들 스스로 인지하고 참여할 수 있는 청원, 민원 등 참여하고 의견을 게재하고 목소리 내는 데 동참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엄마정치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정치의 최대 걸림돌은 사회가 엄마라는 역할을 구분하는 데 있어요. 평등하다고 해놓고 자꾸 나눠요. 여자도 엄마도 구성원일 뿐입니다. 떼어내거나 나눌 수 없는 것으로 인지하는 것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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