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 워라밸은 시급한 사회적 혁명”
"4차산업혁명 시대... 워라밸은 시급한 사회적 혁명”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3.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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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활균형 및 일하는 방식을 혁신을 위한 국회포럼’ 발족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박선정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가 7일 ‘워라밸 국회포럼’ 창립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선정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가 7일 ‘워라밸 국회포럼’ 창립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4차산업혁명은 일생활균형(Work and Life Balance, 약칭 워라밸)을 위한 기회가 될 것인가, 걸림돌이 될 것인가.'

7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하는 방식과 일생활 균형,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박선정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서 ‘4차산업혁명과 일의 변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변호사는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학적 배경과 더해, “4차산업혁명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간을 초월해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 또한 “일생활균형은 여성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이슈”라며,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분석·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기 때문에 모든 회사는 디지털 회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 긴 연간 노동시간(2069시간)과, 역시 꼴찌권(28위)에 머물러 있는 노동생산성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박 변호사는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어떻게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라며, “생산성과 일생활균형은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말했다. 생산성이 올라가야 일생활균형이 가능하고, 일생활균형이 이뤄져야 생산성도 올라가는 순환적 관계라는 것이다.

이어 박 변호사는 “현재 한국의 시스템은 2차산업혁명 시대와 같다”며, “모든 직원이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상품을 찍어내듯 업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산성을 향상시킬 기술은 모두 준비돼 있다”며, “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박 변호사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와 효과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일생활균형 제도인 유연근무 활성화를 통해 ‘직원 접점 증가’는 28%, ‘시간활용 최적화’는 27% 증가했고, 직원 만족도는 89%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일을 오래 하는 게 아니라 일을 잘하게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근태보다 효과를 강조하는 것이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업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변호사는 “단순히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성의 노동 참여를 높인다는 관점이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업무문화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일생활균형은 시급한 문화적·사회적 혁명으로, 기업과 정부,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7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하는 방식과 일생활 균형,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과로사회’로 표현되는 한국의 노동 현실에 4차산업혁명이 초래할 새로운 문제점들을 소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7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하는 방식과 일생활 균형,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과로사회’로 표현되는 한국의 노동 현실에 4차산업혁명이 초래할 새로운 문제점들을 소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한 톨의 일상시간까지 쥐어짜지는 시대” 초연결사회 부작용도

박 변호사는 4차산업혁명이 일생활균형 사회를 만드는 긍정적인 배경이라고 강조한 반면, 두 번째 발표자인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일생활균형재단 자문위원)은 ‘과로사회’로 표현되는 한국의 노동 현실에 4차산업혁명이 초래할 새로운 문제점들을 소개했다.

김 연구위원은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라는 이분법적 구분으로 진행되는 것과, 고용의 관점에만 치우친 일자리 담론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신기술이든 일생활균형이든 과로사회라는 맥락에서 벗어나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한 근면 신화, 낮은 노조 조직율, 열악한 임금체계 등 때문에 장시간 노동은 재생산되고 과로 위험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이 새로운 위험으로 꼽은 것은 세 가지 ▲업무의 일상 침투 ▲노동자의 탈노동자화 ▲소작농화다. 초연결 사회 속에서 모호해진 노동과 비노동의 경계를 파고들어 “한 톨의 일상 시간까지 쥐어짜지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자의 시간권리가 침해당하는 현실은 한국에서 유독 두드러진다”며, “퇴근 이후 업무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사회적 권리가 부재한 현실”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은 기존 고용모델에 기초한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배달앱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또한 “구글, 카카오 등 노동과정에 개입하지 않고도 새로운 플랫폼을 마련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시장 전체의 매출이 증가해도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이 재생산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제도·교육·문화 차원에서 과로문화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전히 초등학교에서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배우며 산업사회의 전형적인 이데올로기를 계속 학습하고 있다”며 “과로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휴식권 등 새로운 권리 ▲기존 임노동자 중심의 고용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보장 체계 ▲지대 수취의 문제를 개선하는 시장 민주화를 위한 장치 ▲기술 혁신에 부합하는 ‘노동문화 4.0’에 대한 연구개발과 정착을 제언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7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하는 방식과 일생활 균형,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 앞서 ‘워라밸 국회포럼’이 발족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7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하는 방식과 일생활 균형,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 앞서 ‘워라밸 국회포럼’이 발족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라는 이중노동 문제”

이어진 토론에서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일생활균형이 근로자와 조직 모두에게 윈-윈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계량화된 조직성과 지표와 연결시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일생활균형이 여성 인력에만 국한되는 이슈라는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는 점과 함께, “조직을 위해 24시간 헌신하는 과거의 이상적인 근로자 이미지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우선 “2000년대 초반부터 일가정양립이 논의됐지만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무엇이 변했나 반성적으로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일생활균형과 관련된 쟁점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라는 식의 여성의 이중노동’은 문제가 있다며, “여성은 가사와 육아로부터 해방돼 여가권을 향유하고, 남성은 가족으로 돌아와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참여한 여성철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은 그동안 추진돼온 일생활균형 정책들을 소개하고 ▲근무혁신 인센티브제(가칭) 도입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도입 ▲유연근무 매뉴얼 제공 ▲대국민 인식 개선 홍보 강화 ▲일가정양립 지표 등 진단 지속 ▲기업 교육 강화 등의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 워라밸 국회포럼 창립…여야 국회의원 37명 동참

한편 이날 세미나는 ‘일생활균형 및 일하는 방식을 혁신을 위한 국회포럼’(약칭 워라밸 국회포럼)의 창립에 맞춰 마련된 것이다. 워라밸 국회포럼은 세미나에 앞서 발족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워라밸 국회포럼에는 공동대표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정춘숙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37명이 참여했다. 또한 대한변협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위원회, 일생활균형재단 등 12개 기관과 단체, 기업이 외부 회원으로 참여했다.

공동대표인 정춘숙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고용절벽, 4차산업혁명 도래 등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해 국가 최우선의 과제로 일생활균형을 위한 정책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법과 제도, 우리 삶에 일하는 방식 변화와 일생활균형 정책이 곳곳에 스며들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워라밸 국회포럼은 앞으로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방문 및 정책간담회, 정책 자료집 발간, 국정감사 공동 대응, 실증사례 연구, 탈규제 입법 활동을 통해 워라밸 조기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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