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이를 대충 키운다고요?
아빠는 아이를 대충 키운다고요?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8.03.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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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아이의 울타리를 넓혀주는 육아법

아빠가 아이를 키운다고 하면 어르신 중에는 “아빠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겠어?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잘 커”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주변 엄마들도 겉으로 내색은 안 해도 아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겠죠. 심지어 저의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육아하는 방식에 대해 아직까지도 저와 완벽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으니까요. 
 
아빠는 천성적으로 아이를 잘 못 키울까요? 아빠는 엄마와 달리 아이에 대한 사랑이 부족할까요? 저는 그건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도 충분히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애착심을 가지고 잘 키울 수 있습니다. 남자라고 아빠라고 무조건 못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고 고정관념일 뿐입니다.
 
아내가 가끔 저의 양육방식에 대해 한마디를 하면 저는 “이게 바로 북유럽식 육아 스타일이야”라고 반박합니다. 엄마의 눈에는 모든 게 대충대충 하는 것처럼 보여도 아빠도 아빠만의 육아 방식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엄마는 대체할 수 없는 아빠만의 장점도 충분합니다. 각자의 육아 방식이 다른 거지 틀린 것은 아니잖아요. 
 
육아의 천국, 아빠 육아의 나라인 북유럽의 육아 스타일을 보면 사실 우리 기준에서는 깜짝 놀라는 부분이 많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갓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산책을 하지 않나, 아이의 웬만한 감기나 고열에는 병원은커녕 약 처방조차 받지 않는 모습을 보면 말입니다.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육아 철학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자극에 노출될수록 더 건강하게 자란다는 신념 같은 것 말이죠. 어느 정도의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아이의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을 좀 더 큰 울타리에서 키우고자 하는 육아 철학이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다 챙겨주고 규칙을 만들기보다는 큰 틀에서 문제가 없으면 대체로 허용합니다. 원하는 걸 경험해 보게 하고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깨달아 가는 방식입니다. "안 돼"라고 말하기보다는 "한 번 해봐"라고 자주 말해줍니다.

인라인 타는 첫째 아이. ⓒ노승후
인라인 타는 첫째 아이. ⓒ노승후

첫째 아이에게 인라인 스케이팅을 가르칠 때였습니다. 함께 기초 동영상을 보면서 타는 법을 연구했습니다. 제가 설명을 해주면 아이는 그에 따라서 연습을 하고 제가 다시 자세를 교정시켜주곤 했었습니다. 운동신경이 있는 첫째 아이는 며칠 만에 자연스럽게 인라인을 타게 됐습니다. 문제는 타는 게 익숙해지니 점점 위험하게 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사가 있는 곳에서도 속도를 내면서 타기도 하고 장애물 등을 일부러 스치듯이 지나치면서 타는 것이었습니다. 지켜보는 제가 다 조마조마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호장비를 하곤 했지만, 아이들의 사고는 한순간이니까요. 

사실 아이에게 위험하게 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혹시나 다칠까 봐 불안한 마음에 말이죠. 하지만 너무 위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인라인 스케이팅 자체가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는 운동인데, 그걸 하지 말라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의 잔소리로 아이가 인라인에 재미를 잃으면 안 되잖아요.  

사실 저는 인라인 스케이팅을 전혀 타지 못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롤러스케이트가 유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어머니는 위험하다고 저에게 시도해 볼 기회조차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아직까지도 인라인이나 스케이팅 같은 것에는 문외한입니다. 해보지도 않았고 위험하다는 두려움에 여전히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신나게 스피드를 즐기며 인라인을 타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살짝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최대한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조금 위험해 보일지라도 말이죠. 가끔씩 넘어지고 상처가 나기도 하지만 아이는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납니다. 그 안에서 아이는 더 안전하게 타는 법을 스스로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조금 위험하게 놀거나 지저분해지더라도 일단 지켜봐 줍니다. 물론 저도 마음속으로는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제가 편하려면 그냥 "그거 하지 마"라고 소리치면 됩니다. 하지만 아이의 창의적인 놀이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참아내려고 노력합니다. 놀이터에서 이것도 못하게 하고 저것도 못하게 하면 굳이 데리고 나올 필요는 없잖아요. 
     
뭐든지 지나치면 좋지 않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너무 습관적으로 아이들을 과잉보호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마음이 오히려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뺏어야 버린 건 아닌지 말이죠.
 
아이의 울타리를 좁히는 육아가 아닌 점점 더 울타리를 넓혀주는 육아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그냥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스스로 배워가는 존재이니까요.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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