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아이도 팝콘브레인?
혹시 우리 아이도 팝콘브레인?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3.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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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조기교육에 도움 안되는 스마트기기

Q. 7살, 4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허용하는 편입니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 아이들이 언어습득을 빨리 하는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잘 읽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좋을까요?

A.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조기교육이 유행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팝콘브레인(popcorn brain)이 되고 있다. 시사상식사전(박문각)에는 팝콘브레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첨단 디지털기기에 몰두하게 되면서 현실 적응에는 둔감한 반응을 보이도록 변형된 뇌구조를 일컫는다. 2011년 6월 23일 미국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전자기기의 멀티태스킹에 익숙해지면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실제 뇌의 구조가 바뀐다고 보도하면서 이 용어가 주목됐다. 최근 온라인 저널 <PLoS One>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일 10시간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과 2시간만 사용하는 사람은 뇌의 구조에서 차이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유아들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한글을 배울 때를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기기 속에서 개구리가 움직이면서 ‘개굴개굴’ 소리를 낸다. 시각이미지와 청각 이미지가 강렬하게 각인되면서 동시에 ‘개구리’라는 글자도 이미지 형태로 익히게 된다. 5세 이전에는 ‘개’라는 글자가 ‘ㄱ’ 더하기 ‘ㅐ’라는 문자의 기호체계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개구리의 모양처럼 ‘개’라는 그림으로 각인된다. 

부모는 스마트기기를 몰입해서 가지고 놀았는데 한글을 줄줄 읽기 때문에 신기해하고 스마트기기가 조기교육에 좋은 도구라는 착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난다. 엄마가 글을 읽는 아이에게 스마트기기가 아니라 종이책을 읽어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이 실제로 책을 읽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엄마가 준 종이책을 넘겨본다. 책 속에 그려져 있는 개구리를 발견하고 늘 스마트기기에서 하던 습관을 따라 손가락으로 개구리를 눌러본다. 그런데 종이책 속의 개구리는 스마트기기 속의 개구리처럼 ‘개굴개굴’ 소리도 내지 않고 ‘펄쩍펄쩍’ 뛰지도 않는다. 아이 입장에서는 뇌 속에 각인된 개구리와 그림책의 개구리는 같은 것이 아니다. 몇 번 손가락으로 눌러보다가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개구리에 실증을 느낀다. 

“엄마! 이 개구리는 안 뛰잖아요! 재미없어요” 하면서 종이책을 집어던지고 스마트기기를 내 놓으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아기의 뇌는 이미 팝콘처럼 팡팡튀면서 소리도 나고 그림도 움직여야 흥미를 보이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팝콘 브레인이다. 

스마트기기가 조기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신화를 내려놓자. ⓒ베이비뉴스
스마트기기가 조기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신화를 내려놓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스마트기기를 만지듯이 손가락을 옆으로 밀거나 손가락을 모아서 이미지를 키우는 동작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종이책은 스마트기기처럼 아이들의 손동작에 반응하지 않는다. 당연히 아이들은 종이책이 시시해지고, 흥미를 잃게 된다.

팝콘브레인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 요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아침부터 멍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이 멍청한 상태로 있는 것은 그들의 뇌가 팝콘브레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팡팡 튀는 자극이 오면 반응하기 위해 대기모드 상태로 있다. 그런데 선생님은 아침부터 튀지 않는다. 아이는 자극이 없는 교실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급기야는 선생님이 튀시도록 도와주기 시작한다.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해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면 선생님으로부터 반응이 직접적으로 나온다. 옆자리에 아이에게도 시비를 걸어본다. 괜히 주먹을 뻗으면 상대방도 주먹으로 응수한다. 아이는 지금 주변 환경을 팝콘으로 만드는 것이다. 팡팡 튀는 자극에 반응하도록 뇌의 시냅스가 만들어졌는데 자극이 없어 스스로 자극을 창출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행동들을 의학적으로 ADHD(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라고 한다. ADHD의 의학적 개념은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자극이 뇌에 들어와야 뇌가 안정감을 이루는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조용하고 평안한 장소에 머무르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

그런데 ADHD 성향의 아이들은 조용하고 자극이 없는 곳에 머무르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자극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 가보면 이렇게 자극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한다. 이유 없이 돌아다니고, 소리를 지르고, 다른 친구들에게 시비를 걸고 집중을 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행동한다. 왜냐하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스마트기기 등을 통해 많은 자극을 뇌에 받아드리면서 자극에 반응하는 시냅스를 만들어 놓았는데 교실에서는 특별한 자극이 없어 자극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영유아 발달과 영상미디어와의 관계를 연구한 대부분 논문들의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각종 교육용 비디오를 포함하여 장시간 영상미디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아동들에게서 자폐성향, 언어발달 지연, 조절장애, 공격적 행동 등 후천성 ADHD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우리 자녀가 10세가 될 때까지는 교육용비디오는 없다. 비디오 자체는 교육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영상으로 받아드리는 아이의 뇌는 지각시스템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시냅스가 발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비디오를 통해 전달하려는 지식들이 습득되기 보다는 오히려 강력한 시청각 자극이 ‘각인’돼 팝콘브레인이라는 부작용이 생긴다. 

갓난아기는 위장이 튼튼하게 발달되지 않은 상태라서 젓이나 이유식을 먹어야한다. 딱딱한 고기는 아이의 생명에 위협이 될 뿐이다. 같은 이치로 스마트기기를 통한 학습은 사고하는 뇌가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영유아기에 교육적인 효과보다는 팝콘브레인 같은 비디오증후군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기들의 뇌는 시청각의 강렬하고 많은 자극이 동시에 들어오는 것을 수용할 만큼 견고하지 않다. 시냅스의 가소성에 따라 많은 자극에 노출된 만큼 아이들의 뇌는 많은 자극에 반응하는 뇌로 변질돼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을 견뎌낼 수 없게 한다. 스마트기기가 조기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신화를 내려놓자.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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