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로 그 어떤 증상보다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어려운 증상 가운데 한 가지가 발열이기도 하지만, 의사가 아닌 아빠로서는 2~3일간 지속될 때 가장 답답한 증상 역시 바로 발열입니다.
Q.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안 떨어져요.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열이 계속된다면 부모로서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해열제는 열이 나는 기본 원인을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치료제가 아닙니다. 균을 죽이는 항생제도 아니고 열 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세균이든 바이러스든 아니면 탈수나 기타 질환에 의해 열이 날 때 대부분의 경우는 우리 몸의 시스템에 의해 열이 나는 원인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 동안 발생하는 열이라는 증상을 완화시켜줄 뿐입니다. 따라서 해열제를 복용한 뒤 38도 미만으로 체온이 떨어지고 일정 시간이 지나 다시 오른다 해도 이것은 해열제가 안 듣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열이 나게 만드는 원인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경우입니다.
가끔 해열제를 하루 4~5회 먹어도 정말 안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 먹으면 체온이 40도 먹어봐야 38도 이상 지속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경우 몇 시간마다 해열제를 먹여야 되는지 질문하십니다. 하지만,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한 가지 종류의 해열제는 하루 4번 이상 먹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보통 복용하는 두 가지 종류의 해열제를 번갈아 먹인다면 한 가지 종류의 해열제를 4번 이상 먹이게 되지도 않습니다. 시간 간격 역시도 한 가지 해열제를 복용한 뒤 1~2시간 정도 지켜본뒤에도 지속된다면 다른 종류의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좋겠지만, 아이의 컨디션이나 다른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발열이 지속된다면 물을 통한 해결도 도움이 됩니다. 감기에 걸렸을 경우 목욕을 하면 큰일나는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1960~70년대도 아닌 21세기 하고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현대에 목욕이나 물놀이 이후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을 부모는 없습니다. 가벼운 물놀이나 새벽이라면 물수건을 통해 몸을 닦아주면서 체온을 발산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Q. 열이 2~3일동안 계속나는데 괜찮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열제는 열이 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내 몸의 면역체계에 의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될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보통 아이들의 경우 2~3일 정도 기간이 걸리곤 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주간보다는 야간과 새벽에 열이 심할 수 있습니다. 2~3일간 지속되던 열이 어느 순간 갑자기 갑자기 뚝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초반보다 열이 오르는 정도가 완만해지거나 떨어지는 정도가 더 좋아지거나 열나는 간격이 점차 벌어진다면 이제 지긋지긋한 내 아이의 발열의 고통에서 벗어날 순간을 기다려도 좋습니다.
Q. 해열제는 몇 도부터 먹여야되요?
위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 경우에는 가끔 거꾸로 물어봅니다. ‘만약, 제가 38도에 해열제 먹이라고 하면 37.9도면 어떻게 하실껀가요? 만약, 37.9도에도 먹인다고 하시면 37.8도면 어떻하시고 37.7도면 어떻게 하실껀가요?’
예를 들면 38.3도부터 열이니까 그 때부터 먹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비슷한 여러 이야기들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에서는 여러가지 경우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결정해야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열이 날 때도 아이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38도 정도에서도 아이 컨디션이 너무 좋고 잘 논다면 조금 지켜보시는 것도 아주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37도 후반임에도 컨디션이 너무 처져서 금방 더 오를 것이 예상된다면 조금 일찍 먹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최근에 열성경련의 과거력이 있다면 조금 더 주의깊에 조절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 면역체계를 파괴한다는 해괴망칙한 이론으로 고열이 지속되며, 아이의 컨디션이 나빠도 해열제를 먹이지 않거나 자연치유 등을 지속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의 신념은 본인의 몸만 망치고 힘들게 해도 충분합니다. 올바른 해열제 사용을 통해 아이의 힘든 몸을 조금 덜 힘들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이대용은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교수이며 소아위장관영양 세부전문의이다. 위장관 질환과 모유영양에 대한 진료와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또한 2012년, 2017년에 태어난 두 아들의 아빠로서 육아는 책과 입으로 하는 이야기와는 다름을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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