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힘으로 9215명 서명… “관악구, 마더센터 성지 될 것”
엄마의 힘으로 9215명 서명… “관악구, 마더센터 성지 될 것”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4.17 16:04
  • 댓글 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17일 서울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 발의 촉구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17일 오전 서울 봉천동 관악구청 앞마당에서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 발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7일 오전 서울 봉천동 관악구청 앞마당에서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 발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현재 전국 어디에도 마더센터 설치 조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가 통과되면 관악구는 아마 마더센터의 성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9000명 넘게 서명을 받은 것부터 이미 우리 모두 성공한 것 같습니다.” (문승진 난곡학부모네트워크 대표)

17일 오전 11시 서울 봉천동 관악구청 앞마당에서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 발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마더센터설치조례제정추진본부’(이하 추친본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는 조례 제정 서명운동에 함께한 ‘엄마’들을 중심으로 40여 명이 자리했다.

특히 아기띠로 엄마 품에 안기거나 유모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엄마와 함께 피켓을 들고 선 아이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NO 독박육아”, “YES 함께 키워요”, “엄마의 삶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아이 데리고 갈 곳이 없어요”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들을 손에 들었다.

지난해 2월 서울 신림동에 문을 연 비영리단체 ‘행복마을마더센터’는 독일의 마더센터를 모델 삼아 ‘품앗이 육아’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마련됐다. 추진본부는 조례를 통해 관악구 내 21개 모든 동에 마더센터를 만들기 위해 결성됐다. 인터넷 육아커뮤니티인 관악맘블리와 여러 품앗이육아모임, 주민 단체들이 힘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NO 독박육아”, “YES 함께 키워요”, “엄마의 삶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아이 데리고 갈 곳이 없어요”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들을 손에 들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참가자들은 “NO 독박육아”, “YES 함께 키워요”, “엄마의 삶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아이 데리고 갈 곳이 없어요”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들을 손에 들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마더센터 조례 추진본부, 법적 요건 넘겨 9215명 서명 달성

2월 8일 시작한 서명운동에 동참한 사람의 수는 모두 9215명.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조례 발의를 위한 법적 요건인 8956명을 넘겼다. 추진본부에 속한 엄마들이 직접 어린이집, 유치원, 소아청소년과 병원 앞, 상가 등에서 발로 뛰며 주민들을 만나고 동참을 호소한 결과다.

“난곡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서지영 씨는 “엄마와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며, “미세먼지로 바깥 활동은 어렵고, ‘맘충’, ‘노키즈존’ 하는 이야기 때문에 엄마와 아이들이 눈치를 보고 결국 자리를 뜨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명에 동참해준 많은 분들이 ‘엄마와 아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간은 없어져간다’고 9000명이 넘는 분들이 동의해주셨다”라고 덧붙였다.

“마더센터가 필요합니다. 엄마들이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는 공간, 이웃과 친구를 만나는 안전한 공간. 엄마가 행복하고 아이가 배려받고 행복하게 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마더센터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와 청년, 마을이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 관악구가 마음을 열어 주민들의 소리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주민들이 참여해 만들어가는 마을공간, 관악구가 먼저 만들어주십시오.” (서지영 씨)

이어 마이크를 잡은 “낙성대동에 사는 두 아이 엄마” 이미경 씨도 ‘독박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비싼 돈 주고 가는 키즈카페 이외에는 갈 곳이 많지 않다”며, “그래서 엄마들은 또 다시 혼자 집에 숨어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들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관악구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며, “엄마와 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관악맘블리’ 회원인 오설화 씨는 세 번째 발언자로 나서, 소통공간으로서 마더센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관악맘블리는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엄마 셋이서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마더센터를 알게 되고 오프라인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이 있어서 좋았어요. 비싼 돈을 들여야 하는 키즈카페가 아니면 엄마들이 갈 곳이 실질적으로 많진 않아요. 마더센터는 엄마와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아요. 이런 공간이 더 많이 설립되면 좋겠습니다.” (오설화 씨)

마더센터설치조례제정추진본부가 2월 8일 시작한 서명운동에 관악구 주민 9215명이 참여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마더센터설치조례제정추진본부가 2월 8일 시작한 서명운동에 관악구 주민 9215명이 참여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들이 정치인에게 기대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만든 것”

이어 참가자들은 양손으로 가위표를 만들어 보이며 “독박육아 싫어!”라는 구호를 외쳤다. 대부분이 “기자회견을 본 적은 있어도 직접 해본 적은 없는” 이들이라, 구호를 외치고 나서 어색하게 웃는 참가자들이 여럿 있었다. 한 참가자가 “손을 예쁘게 꽃받침 받치듯이 하자”고 제안하자 모두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문승진 난곡학부모네트워크 대표가 경과를 보고하며 “지난주에 구청장 면담을 신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말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 “면담해주세요!”라는 구호가 따라 나오기도 했다.

“엄마들이 요구하는 마더센터가 큰 돈이 드는 사업이 아닙니다. 관악구 1년 예산이 6000억 원이에요. 마더센터 하나에 시설비 빼면 1년에 5000~6000만 원 정도 들거든요. 0.01%만 쓰면 되는데….” (문승진 대표)

추진본부 공동대표인 김한영 행복마을마더센터 대표와 이보라 품앗이육아모임 엄마랑놀자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탁상행정이 아니라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현실적 요구와 바람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선거 때마다 여성공약 1호로 ‘마더센터를 은행 지점만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공약 미이행 시 세비 반납까지 내결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지난해 5월 31일 ‘서울 관악구을’ 지역구의 오신환 의원을 비롯한 옛 바른정당 의원 여섯 명은 국회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2016년 총선 당시 이들을 포함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마더센터 설립’ 등 ‘5대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2017년 5월 31일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1년치 세비를 반납할 것”이라 공약한 바 있다. 오 의원 등은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뿐 세비 반납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추진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관악구 조례 서명은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주민들이 정치인에게 기대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만들게 된 사례 중 하나”라고 주민들의 직접참여를 강조했다.

“전국의 많은 엄마들이 관악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마더센터가 뿌리 내리는 일의 시작이 관악구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악구청장과 관악구 의회는 주민들의 정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주민들의 요구인 마더센터 설치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김한영 마더센터설치조례제정추진본부 공동대표(왼쪽에서 세 번째)는 “추진본부를 ‘실현본부’로 전환해서 끝까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한영 마더센터설치조례제정추진본부 공동대표(왼쪽에서 세 번째)는 “추진본부를 ‘실현본부’로 전환해서 끝까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전국 엄마들 관악구 주목… 주민들의 정성 무겁게 받아들여야”

기자회견문 낭독 후 열한 개의 상자에 나눠 담긴 주민 9215명의 서명 용지를 관악구청에 전달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은 끝났다. 조례안은 심의를 거쳐 6월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구성될 구의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김한영 추진본부 공동대표는 “구의회에서 부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추진본부를 ‘실현본부’로 전환해서 끝까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정책질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이후 계획을 밝혔다.

“아기 키우는 엄마들이 여기까지 나섰는데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엄마들이 아이들 데리고 밤늦게까지 정말 고생 많았고, 오늘 기자회견에도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어요.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김한영 공동대표)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unofa**** 2018-04-17 21:40:55
곧 마더샌터가 곳곳에 생기길 기대하겠습니다.

kingka**** 2018-04-17 23:45:39
생각해보면 마더센터 논의가 이제 나온것도 의아하네요

moon**** 2018-04-18 10:37:21
공동체 실현의 최일선에는 엄마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성지가 되겠네요. 응원하겠습니다. ^^

qufrhkek**** 2018-04-27 19:41:38
직접발로 뛰어서만든 너무대단한것같습니다!!!!! 엄마들이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는 공간, 이웃과 친구를 만나는 안전한 공간. 엄마가 행복하고 아이가 배려받고 행복하게 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마더센터!!! 이러한 센터를 이용할때에도 서로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더지켜야되지않을까?하는생각이듭니다!

ssan**** 2018-04-27 20:21:44
마더센터 응원합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