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윤정 기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맞는 첫 스승의 날인데 선생님들께 무슨 선물을 해드려야 할지 고민이에요. 어린이집 교사는 김영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어떤 걸 해드려야 좋을까요?” (서희주, 27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스승의 날 선물로 어떤 게 좋을까요? 담임선생님 것만 해야 할까요, 원장선생님 이하 다른 선생님 것도 챙겨야할까요? 다 챙기자니 금액이 부담스러워 고민이네요.” (김진주, 39세)
“유치원 스승의 날 선물 뭐 하시나요? 안 받는다곤 하는데 그래도 다 드리는 것 같아서요.” (임선아, 31세)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각종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 및 카페에는 교사에게 전할 선물을 고민하는 엄마들의 글이 부쩍 늘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부모들이 교사에게 선물을 건네는 일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부르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 2016년 이후 많이 줄었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엄마들의 고민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 어린이집, 청탁금지법 일부 적용으로 선물 분위기 ‘여전’
스승의 날을 앞두고 시중엔 카네이션을 비롯해 한방차, 캔들, 디퓨저 등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부모들도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요즘 상황에 맞게 적당한 가격의 선물을 선택하는 추센데, 유치원보단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의 고민이 더 크다. 유치원의 교직원 및 임직원은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이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4세 아들을 둔 서 씨는 “아이가 민간어린이집을 다니는데 선물을 하는 분위기라 이번에도 2만 원대 정도의 영양제나 커피 등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공립어린이집에 만 1세 자녀를 보내는 김 씨 또한 “1만 원 선에서 선생님 두 분께 쿠키나 커피쿠폰 같은 걸 주려고 한다. 선물을 준비하는 학부모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어린이집에서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 같은 건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어린이집은 유치원에 비해 선물을 주고받는 분위기에서 조금 더 유연한 편이지만 엄격하게 관리되는 곳도 있다. 직장어린이집 교사로 있는 A 씨는 “우리 어린이집은 원장뿐 아니라 교사들도 선물을 안 받는다. 사전에 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을 공지한다”고 설명했다.
◇ 사립유치원 교사, “선물은 없지만 치킨이나 피자 시켜 줘”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유치원은 어린이집보다 한층 분위기가 엄격하다. 국립, 공립, 사립유치원 모두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 대상인 이유다. 어린이집에 비해 법의 적용 범위가 넓다보니 대다수의 유치원에선 교사가 선물을 받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병설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B 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초반엔 그래도 선물을 챙겨주는 엄마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걸 서로 아니까 하지 않는다. 카드 같은 것도 기준이 애매해 문자나 가정통신문으로 선물을 하지 않길 유도한다. 어떤 유치원은 스승의 날에 일부러 교사들을 조퇴시켜서 학부모들에게 선생님들이 일찍 간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사립유치원 교사 C 씨는 “유치원에서 선물을 받지 못하게 막고 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원장이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올린다”고 얘기했다.
유치원의 분위기가 엄격해지면서 교사들에게 직접적으로 선물을 주는 부모들은 많이 줄었지만 다른 방식의 대접도 나타났다. 간식 제공이 흔한 형태 중 하난데 교사들에게만 주면 법에 저촉돼 아이들 음식이란 명목으로 양을 넉넉히 준비하는 식이다.
C 씨는 “유치원마다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청탁금지법 시행 초반엔 손으로 쓴 편지만 받았는데 언젠가부터 먹을 거 정돈 받기 시작했다. 엄마들이 치킨이나 피자 같은 간식을 가끔 시켜준다”고 털어놨다.
◇ 청탁금지법, 교사들은 반기는데 엄마들은 ‘고민’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은 대체적으로 청탁금지법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B 씨는 “주위 교사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 전반적으로 다 좋아한다. 엄마들은 돈쓰면서 정성껏 준비하는데 교사들 입장에선 돌려보내는 것도 곤란하다. 선물로 서로 얼굴 붉히는 게 껄끄러운데 이젠 ‘고맙다’, ‘감사하다’ 이런 말도 할 필요가 없으니 그걸로 좋은 거다. 예전엔 그래도 주려는 학부모들이 있었는데 괜히 걸릴까봐 이젠 아예 교사들이 받지 않는다. 재수 없게 만 원짜리 받았다가 시말서 쓸 일 있느냐”고 귀띔했다.
국공립어린이집에서 6년간 일한 D 씨 또한 “교사 입장에서 스승의 날 선물을 받는 게 그리 반갑지 않다. 부담도 되고 돌려보내기에 껄끄럽다. 부모가 선물을 준다고 아이가 차별되는 것도 아니다. 서로 불편한 스승의 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일부 부모들은 여전히 선물을 준비하며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과 비슷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C 씨는 “차량선생님이나 조리사선생님 선물까지 챙기는 학부모가 드물게 있다”고 전했다.
선물을 준비하는 부모들은 자녀가 불이익을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 E 씨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부모가 아이를 처음으로 사회에 내보내는 기관이면서 첫 선생님을 만나는 곳이니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스승의 날이 애매하게 5월에 있으니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더라도 ‘잘 봐달라’는 뜻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 고등학교는 스승의 날이 성적 나오기 전이라 더 문제다. 굳이 스승의 날이 있어야한다면 날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2월처럼 학기가 끝나는 달에 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은 적용 대상과 범위가 헷갈린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선물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은 적용 대상을 잘 확인해 부모와 교사 모두가 불편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의 적용 범위를 알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면 된다. 학부모가 어린이집에 배달음식을 보낸다면 원장은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고 보육교사는 아니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는 사람은 원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뇌물과 선물을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법을 당연히 따르면서 부모들과 교사들이 서로 건강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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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만 선물 받는다는 걸 쓰고싶은 기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