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모두가 엄마다! 보육노동자도 엄마다!”
“교사 1인에게 아이 40명 맡기는 게 대책이냐!”
“아동 최우선의 원칙 저버린 정부를 규탄한다.”
28일 오전 11시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회원들이 모여 7월 1일부터 강행하는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침강행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그동안 보육교사는 1일 9시간 이상 휴게 없이 근무했고 하루 1시간 이상 무급노동을 해왔다. 보육교사의 휴게시간 현실화를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나 문제는 그 방법에 있다.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에 보육교사 휴게시간 관련 지침을 내린 공문에는 “교사 대 아동 비율 예외 허용, 아동의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낮잠 시간, 특별활동 시간 등 보육교사 휴게시간에 한해, 교사 1인당 아동 수 완화해 휴게 시간을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적시됐다.
4세 이상 반은 낮잠 시간에 교사 1인이 40명 아동을 돌봐야 하는 상황. 40명의 아동이 일제히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란 불가능하다. 이날 참석한 엄마들은 “같은 나이의 아이도 개인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보육교사가 쉴 수 있도록 전등 스위치 끄듯 아이들을 재울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법과 제도는 몰라도 아이를 키워본 엄마는 다 안다”고 탁상행정의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 진행을 맡은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대책을 내놓아서 엄마들은 보육교사의 노동권이 우리 아이들의 인권이라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다. 모두가 엄마이고 보육노동자 역시 엄마다”며 '보육교사에게 8시간 연속 근무 보장'과 '보조교사 현실적 충원'을 요구했다.
◇ 직장맘·전업맘·어린이집 운영자·보육교사 당사자 이야기 들어보니…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당사자 발언자(엄마·보육교사·운영자)는 99% 보육기관에서 엄마, 교사, 운영자가 겪는 부조리로 모든 엄마의 발언이고 우리 보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각자 처한 위치는 다르지만 이번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침 강행을 보는 시각과 제시한 해법은 같다. 담당부처 공무원만 모르고 있는 걸까.
5세 아동 양육자, 이한나 활동가(정치하는엄마들)는 “만3세 아동은 교사 1인에 아동 15명을 돌보고 있다. 교사는 급식시간에 아이들이 편식하지는 않는지, 음식을 쏟지는 않는지, 목에 걸리지는 않는지, 밥을 먹다가도 달려가 먹여주고 닦아주고 지도해야 한다”며 “낮잠 시간에 개별 맞춤 돌봄이 필요하다. 보육교사 노동시간은 초등교사와 같이 8시간 연속으로 이뤄져야 한다. 누군가가 희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태어난지 90일 된 아이를 안고 온 진유경 활동가(정치하는엄마들)는 “교사 노동자성 인정 좋다. 그렇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이번 정책은 선생님들에게 휴게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현장 선생님들의 업무부담만 증대시키고 보육 공백을 일으킬 뿐”이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3세 아동 양육자, 한지선 활동가(정치하는엄마들)는 “보건복지부 방안을 보면 육아에 대해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육아 중 가장 힘든 게 밥 먹이고 재우는 일이다. 밥 먹이는데 걸리는 시간만 한 끼에 1시간이 걸린다. 아이가 선생님 휴게시간이라고 오후 1시에 갑자기 자려고 하겠냐. 아이들의 정서와 생활습관은 어른들의 편의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지선 활동가는 “현장에서 휴식을 취하던 교사를 호출되는 상황이 분명 발생할 것이고 빼앗긴 휴게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보장받으려 하다 보면 교사자질 문제 등으로 치부되며 곤혹스러운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아이들의 개별적 특성, 욕구와 교사의 휴식이 충돌하게 하는 것은 교사나 아동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억지로 끼워 맞춘 상상 속의 권리일 뿐”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정비해 달라. 교사들의 8시간 연속 근무 후 1시간 조기 퇴근 할 수 있도록 하고, 수요에 맞춰 대체교사 운영하는 실질적 정책 실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윤일순 활동가(정치하는엄마들)는 “(7월 1일부터는) 일과 중에 1시간 휴게시간을 주지 않으면 부당노동을 강요하는 사업주가 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일과시간 중에 교사가 없어지고, 교사 대 아동 비율이 현재의 2배가 되면 결국 아동은 방치되는 것이다. 영유아를 방치하거나 부당한 사업주가 돼야만 한다. 도대체 어린이집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보육교사 김호연 강원지역지부 보육지회장(전국공공운수노조)은 “사용할 수 없는 휴게시간을 있는 것처럼 아이들의 권리를 빼앗아서 교사에게 주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아니라 보육현장의 휴게시간은 사용할 수 없는 특성이 있으니 초등교사 근무시간 인정처럼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초등교원은 급식지도와 생활지도를 한다는 이유로 8시간 연속 업무시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만에 하나 휴게시간에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100억이 아닌 1000억 원을 투입해서라도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전국 4만여 개의 어린이집에 보조교사 6000명 투입으로 피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7월 1일부터 23만 명의 보육교사가 하루 1시간 휴게시간을 보장받으려면 1일 23만 시간의 보육교사 인원이 충원되어야 한다. 1일 4시간 근무하는 보조교사가 5만 7000명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1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 예산에 따라 충원되는 보조교사는 6000명. 소요 예산은 100억 4400만 원에 불과하다.
장하나 공동대표는 “2017년 출생아수는 35만 8000명. 만 1세 미만 영아 중 약 12%가 어린이집에 다니므로 복지부 영유아보육료 지원사업에서 최소 200억 원 이상 불용이 예상된다”며 “2018년 복지부 불용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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