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게, 아이를 더 '심심하게' 하라!
심심하게, 아이를 더 '심심하게' 하라!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7.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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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뇌 속에 창의력 도구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
별짓 다 하는 삶을 다른 말로 하면 ‘창의력’이다. 또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이 바로 ‘자기주도적 과제해결능력’이다. ⓒ베이비뉴스
별짓 다 하는 삶을 다른 말로 하면 ‘창의력’이다. 또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이 바로 ‘자기주도적 과제해결능력’이다. ⓒ베이비뉴스

지난 20여 년 동안 아이를 키워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다름 아닌 "아빠 심심해", "엄마 심심해"였다.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심심한 것을 특별히 견디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냅스의 가소성’과 뇌발달 이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뇌의 발달을 의미하는 시냅스의 가소성은 사람이 ‘인지하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행동하는 동안’ 일어난다. 따라서 아이들이 아무 짓도 하지 않으면 뇌의 시냅스 가소성도 일어나지 않는다. 뇌발달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고통을 느끼며 한계상황까지 근력운동을 해야 하는 것처럼 뇌의 근육을 의미하는 시냅스의 가소성도 인간이 부지런히 그리고 몰입해서 무언가를 열심히 할 때 일어난다.

아이들이 심심해서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는 것은 그들의 뇌가 시냅스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시냅스의 가소성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결정적 시기를 살고 있기 때문에 심심한 상태로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딜 수 없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키가 자라는 데도 결정적 시기가 있는 것처럼 시냅스의 가소성, 곧 뇌가 발달하는데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 키가 자라는 결정적 시기에 영양분 섭취를 위해 많이 먹는 것처럼 아이들은 뇌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잠잠히 있지 못하고 무언가를 계속 찾아서 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심심함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부모를 찾아와 자신의 심심함을 해결해달라고 하소연할 때, 부모의 반응이 중요하다. 대부분 아이들이 심심하다는 말을 할 때는 속셈이 따로 있다. 결코 책을 읽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의 심심함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미디어기기를 통해 손 쉽게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엄마 심심한데 스마트폰 좀 하면 안 될까요?”

“아빠 심심한데 텔레비전 한 시간만 볼게요.”

“심심한데 게임 한 시간만 해도 될까요?”

아이의 이러한 속셈을 알고, 10분만 참아내며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견뎌보라. 부모님이 도저히 들어줄 것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아이는 결국 보채기를 포기하고 집 안 어디엔가 자리를 잡고 앉아 뭔가를 하기 시작한다. 스스로 심심함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가 뭔가 답을 찾아가고 있을 때, 아이의 뇌 속에서도 시냅스가 연결되고 있는 중이다. 뇌는 그렇게 발달한다. 그러나 아이가 심심해할 때마다 스마트폰, 텔레비전, 게임을 허용하면 아이의 뇌 속에서는 재미와 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오락실 시냅스’의 가소성이 생기고 레저타운만 발달될 뿐이다.

부모는 아이가 ‘심심해, 심심해’ 하소연할 때, 미안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속으로 기뻐하라.

‘드디어 우리 아이의 창의력이 시작되겠구나! 더 심심해하거라. 더 심심해. 심심한 것은 너의 운명이란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이의 뇌를 발달시키는 지혜로운 선택이다.

◇ '심심함'은 뇌의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역량에 중요한 장치

심심해야 별짓을 다 한다. 아이가 별짓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 그의 뇌 속에 별짓 다 하는 시냅스의 가소성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별짓 다 하는 시냅스가 발달된 아이는 별짓 다 하며 살아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별짓 다 하는 삶을 다른 말로 하면 ‘창의력’이다. 또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이 바로 ‘자기주도적 과제해결능력’이다.

요즘 중고등학교 교실에 가보면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의욕이 없다. 의지도 없고 무기력하다. 이러한 모습은 단지 아이들의 심리적 상태의 문제가 아니다. 뇌 속에 별짓을 다 하는 시냅스가 발달돼 있지 않고 ‘자극적인 재미에만 반응하는 오락실’ 시냅스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뇌 속에 오락실 시냅스만 발달돼 오락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 의욕도 없고 무기력하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직면할 때다. 장애물을 만날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라. 장애물 앞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못할 것인가? 별짓을 다 해서라도 그 장애물을 헤쳐나갈 것인가? 평소에 심심한 환경에서 별짓을 다 하면서 살아낸 아이들만, 뇌 속에 별짓을 다 하는 시냅스가 만들어져 별짓을 다 하면서 어려움과 장애물을 헤쳐나갈 수 있다. 심심함은 우리 뇌가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역량을 발휘하는 시냅스를 발달시키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장치일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을 발견하고 향상시키는 도구이기도 하다.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으로 데뷔한 청소년 남매 가수 ‘악동뮤지션’은 이러한 실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뇌가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인 어린 시절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몽골에서 생활했다. 집에 텔레비전은 당연히 없었고, 갈 수 있는 학교가 없어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나가서 놀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 남매는 얼마나 심심했겠는가? 그래서 남매는 집안에서 매일 기타를 잡고 함께 노래를 하며 심심함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고 한다.

만일 남매가 음악적 재능이 아니라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었다면 그들은 무엇을 하고 놀았겠는가? 그렇다. 늘 함께 그림을 그리고 만들고 하면서 놀았을 것이다. 모든 부모는 자녀의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아이를 더 심심하게 하라. 심심하고 지루해서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기발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어 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동원하게 되고 그것이 반복됨으로서 뇌 속에 시냅스의 가소성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를 다녔다. 초, 중, 고 졸업장도 없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었고, 스마트폰도 대학 입학이 결정된 이후에 사줬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심심했을지 상상해보라. 그가 심심했다는 말은 별짓 다 하며 살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뇌 속에 별짓 다하는 시냅스를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하루는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오늘 내가 나를 위해 ‘혼자 놀기 달인’이란 별명을 지었어요.”

아이가 15세 즈음에 진로캠프를 다녀왔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써보라는 학습지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22개나 써넣은 것을 봤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에게 같은 학습지를 주고 좋아하는 것을 써보게 하면 22개는 고사하고 5개만 써도 훌륭하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특이한 아이인가? 그렇지 않다. 모든 아이들이 22개 정도의 좋아하는 것을 쓸 수 있다. 그런데 미디어의 재미에 의존하면 살았기 때문에 ‘오락’ 이외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알지 못한다. 뇌 속에 오락실만 지어가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진로지도는 진로상담사가 하기 이전에 아이들이 심심한 가운데 스스로 별짓을 다 하면서 살아내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 아이들이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의 재미에 빠져 살아가도록 방치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진로의 길을 잃게 된다. 우리 옛말에 남의 힘을 빌리면 내 힘은 약해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서 우리의 뇌 속에 전화번호가 저장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스스로의 힘을 잃게 만드는 ‘빠르고 편하고 쉽고 재미있는 미디어’에 의존하여 살아가지 않도록 심심하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자녀로 키워내자.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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