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에게 ‘저지방’ 식사가 위험한 이유
영아에게 ‘저지방’ 식사가 위험한 이유
  • 칼럼니스트 오재원
  • 승인 2018.07.23 11:5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아이 튼튼하게] 처음부터 좋은 식습관 들이기
‘처음부터 아기의 식습관을 잘 형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아기나 소아를 먹일 때 어른과 같이 먹이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베이비뉴스
‘처음부터 아기의 식습관을 잘 형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아기나 소아를 먹일 때 어른과 같이 먹이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베이비뉴스

이유식은 며칠에 한 번씩 한 가지 음식만을 첨가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한 음식을 먹이는 것이다. 다양한 음식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향신료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아이가 어떻게 음식의 맛을 느끼는 지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 매우 어린 나이인 2세 이전에 식습관이 형성된다.

모유에 천연적인 단맛이 있기 때문에 아기도 단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아기는 다른 다양한 맛도 경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이러한 아기의 호기심이 성인 건강에 중요하다. 이 시기는 아기가 먹는 것을 완전히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고, 과일과 야채가 식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이며, 새로운 음식에 대한 미각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아기는 성인의 행동을 모델로 배우게 된다. 만약 아기가 새로운 음식과 방법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기의 긴장을 풀어주고, 먹는 것을 즐거운 일로 느끼고 새로운 음식을 웃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시늉을 하며 밥을 주는 식의 옛날 놀이는 우습게 보일지 모르나, 이는 수저로 음식을 주게 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기를 먹이는 일이 아기와 엄마에게 모두 귀찮은 일이 돼버리면 아기는 음식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우리 아기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만 하나요?

건강을 걱정하는 어른은 자연적인 음식을 찾고 트랜스지방, 염분, 설탕을 가미한 가공식품을 피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어른이 아기를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직접 음식을 아기에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좋다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을까?

아기를 위해서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시판하는 아기 음식이나 시리얼은 영양소뿐만 아니라 영아에게 결핍되기 쉬운 철분과 아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영양소 보충은 분명히 아기에게 이롭지만 다른 음식을 통해서도 아기에게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제대로 만든 이유식에는 설탕이나 염분을 첨가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철분과 아연이 강화된 영양 강화 시리얼이 시판되고 있다. 이러한 비싼 이유식을 살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부모는 직접 삶아서 거른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만약 직접 아기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의해서 철분이나 아연을 보충해줘야 한다. 시럽 형태로 철분과 아연을 보충할 수 있다.

또한 아기 음식은 어른이 먹는 음식을 분마기로 곱게 간 것이 아니다. 아기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는 부모는 성인식처럼 첨가물이 있거나, 또는 만들기 쉬운 고탄수화물 음식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만약 직접 만들어 먹이려면 아기에게 여러 가지 음식을 따로 만드는 일이 과외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음식을 먹인다는 것을 명심하고 곡류에만 국한되지 말고 단백질과 과일, 야채를 적당량 섞어야 한다. 신선한 혹은 얼린 야채를 삶아서 거른 것이나 생과일이 통조림으로 가공하여 설탕과 염분이 첨가된 것보다 더 좋다.

◇ 아기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나는 동료들과 존스홉킨스 어린이병원에서 어린 영아가 감염 없이 심한 설사를 하는 경우를 봤다. 그 아기의 부모는 매우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어른에게 좋은 것이 아기에게도 좋을 것이라 믿고 아이에게 저지방 식사를 줬다. 이러한 식단은 탄수화물이 지나치게 많고 단백질과 지방이 위험할 정도로 낮은 식사였다.

지방은 단순히 우리의 복부와 허벅지에 쌓여있는 비활성 물질이 아니다. 지방에는 성장하는 아기에게 꼭 필요한 필수 지방산이 있다. 또 부모가 아기에게 두유, 다이어트 음료, 채식 위주 식이와 단백 제한, 한약 치료 및 성인과 같은 식이를 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 예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 ‘처음부터 아기의 식습관을 잘 형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아기나 소아를 먹일 때 어른과 같이 먹이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아기의 음식은 어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과거에 엄마의 기호에 맞게 단맛과 향을 가미해 아기 음식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아기 음식에 첨가제가 들어 있지 않으며, 이러한 단순한 음식이 아기의 영양에도 더 좋다. 너무 덤덤한 맛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 아기는 아직 성인과 같이 까다로운 입맛이 발달 되어 있지 않으므로 추가로 향이나 맛을 가미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이 시기가 아이에게 어른이 즐기게 되는 지방이나 염분, 단맛을 가미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음식 맛을 즐길 수 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직접 음식을 조리하거나 아기 음식을 구입할 때 첨가제나 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또 설탕을 따로 첨가하기 보다는 과일 같은 자연의 단맛으로 만족하게 하자.

◇ 생후 1년까지 절대 생우유를 먹여서는 안 된다

부모들은 아기에게 쉬지 않고 무언가를 먹이고 싶어 하며, 잠자기 전에 무언가 빨아먹을 것을 주기 위해서 주스를 먹이려고 한다. 그러나 100% 주스조차도 과당이 농축돼 있기 때문에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우유병 증후군). 주스를 많이 마시면, 과체중을 유발하고 설사도 일으킬 수 있다.

주스는 음료로써 물 대신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기에게 주스를 소량 주거나, 아니면 아예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사실상 아기는 모유 혹은 분유를 먹기 때문에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도 물을 더 줄 필요는 없다.

100% 주스가 비타민C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할지라도 아기는 신선한 과일을 직접 걸러서 줘야 한다. 첫 6개월간은 어떤 주스도 주지 말고 6~12개월 사이의 아기에게는 하루 120~150mL 이하로 준다. 아기용 주스나 100% 주스는 설탕을 따로 첨가하지 않은 것으로 선택해 우유병이 아닌 컵으로 줘야 한다.

생우유는 아기의 위장을 자극해 미세한 장출혈을 일으키고 다른 음식에서 철분의 홉수를 방해해, 종종 심한 빈혈로 병원에 오는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생우유는 유당이 소화하기가 어려우며, 단백질이 많아서 아기의 콩팥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요즘 판매되는 분유 중에는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미리 처리해 나온 것도 있다.

생후 1년까지 아기에게 절대 생우유를 먹여서는 안 된다. 우유 이외의 더 좋은 대체 식품은 무가당 요구르트이다. 요구르트 안에 살아 있는 세균이 그 안에 있는 유당의 소화를 돕고 우유보다 더 잘 소화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요구르트는 우유와 같은 액체가 아니므로 아기가 한 번에 더 적은 양을 먹게 된다.

순한 맛 치즈도 요구르트와 같다. 이유기에 치즈를 주면 우유보다 적은 양을 먹일 수 있어서 유당이나 단백 성분이 과다해지지 않기 때문에 더 좋다.

수유 아기에게 주는 고형식은 영아기 초기 열량 섭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액체 수유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보충식이라고 한다. 모유 수유는 보충식을 시작한 후에도 여전히 아기의 건강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다. 몇몇 연구에서는 모유 수유를 오래할수록 과체중이 될 위험이 감소한다고 하였다. 이상적으로 엄마는 서서히 고형식을 주면서도 만 1세까지는 모유 수유를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직장여성이 모유 수유를 1세까지 지속하기가 어렵다. 직장 내 보육시설이 있거나 모유 수유실이 있어 엄마들이 언제든지 모유를 아기에게 수유하거나 유축하여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 여성이 모유수유를 지속하고 싶다면 이러한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더 많은 엄마들이 이러한 조건을 요구하게 되면 사회적인 여건이 개선될 것이다.

집 밖에서 하는 식사도 주의하자

부모가 직면하게 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집 밖 음식이 적당한 영양소를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영아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린이집과 같은 육아시설에 보낼 때는 아기가 하루 종일 먹는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육아시설에 보낼 때는 무슨 음식을 먹이는지, 한 번에 먹이는 양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음식으로는 무엇이 가능한지 알아봐야 한다. 고형식을 먹을 수 있는 아기라면 모유 또는 분유와 함께 철분과 아연이 강화된 시리얼과 단백질 공급원, 과일, 야채가 첨가돼야 한다.

걸음마하는 아기에게 설탕이나 소금이 첨가되지 않은 작은 빵 조각이나 고기, 과일 조각, 치즈 등을 줄 수 있다. 아기 돌보는 사람은 억지로 많이 먹여서는 안 되며 개인적인 요구량과 연령에 맞는 양을 고려해야 한다.

◇ 우유·두유 등은 아기의 분유를 대체할 수 없다

만약 1년간 모유수유를 지속하고 싶다면 보충식을 분유보다는 고형식으로 줘야 한다. 이유기 동안 모유 수유를 하는 아기는 비타민D와 철분, 아연의 보충이 필요하다.

생후 1년 동안 모유를 수유할 수 없는 엄마는 분유로 바꿔 우유병에 먹이거나, 뚜껑에 주둥이가 달린 ‘쮸쮸컵(spout)’으로 먹일 수 있다. 아기의 분유는 대부분 성분이 표준화돼 있으나 철분과 아연이 강화된 것이 좋다. 아기가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거나 부모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저알레르기 분유를 선택할 수 있다.

분유를 먹는 아기도 6개월 이전에 고형식을 꼭 시작해야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아기분유는 비타민D, 철분, 아연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유보다 열량이 많다. 생후 1년까지 분유수유를 할 수 있으며 아기가 완전히 고형식만 먹을 때까지도 가능하다.

모유나 분유가 아기에게 필요한 수분 공급을 모두 할 수 있으며 따로 물을 먹일 필요는 없다. 우유, 두유, 다른 음료는 아기의 분유를 대체할 수 없다. 실제로 교육수준이 높은 부모가 아기에게 쌀미음 우유라던가 건강 음료를 먹여서 아기가 심각한 영양 장애가 발생한 예가 있었다.

*칼럼니스트 오재원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주임교수로서 현재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해외 논문 50여 편과 국내 논문 110여 편 발표했고, 저서로는 '꽃가루와 알레르기', '한국의 알레르기식물' 등 10여 권이 있다. 특히 소아알레르기 면역질환 및 호흡기질환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 학술, 교육, 총무, 국제이사 등을 역임했고, 세계알레르기학회 기후변화위원회, 아시아태평양알레르기학회 화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black**** 2018-07-30 17:40:53
아이를키우고있는집이라면 정말 좋은정보에요

db**** 2018-08-06 12:49:09
아이들에게는 저지방보다 골고루 성장과 체질에 맞게 섭취가 좋데요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