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이하 한가연) 임원진이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한가연은 서울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영아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임원진 일괄 사퇴를 발표했다.
김옥심 한가연 회장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린이집 사망사고 대국민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내 안타까운 사망사고로 인해 참담해 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크게 상심하고 있을 (한가연) 회원 여러분께 그 책임을 통감하면서 일괄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11개월 된 원생을 재우는 과정에서 몸을 누르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일 구속됐다.
김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그간 보육인들은 (매일) 짧게는 6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현업에 전념해왔다. 이번 안전사고는 그간의 수고와 교사 처우 개선에 대한 바람을 일시에 삼켜버렸다”며 “무슨 말로도 변명할 수 없고 용서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통감한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다”면서 “보육이 이 나라 복지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대신할 수 없다. 해당 어린이집은 24시간 주야로 아이들을 돌봤고, 돌도 되기 전의 아이를 3명도 어려운데 무려 5명씩이나 혼자서 돌봐야 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자체 점검과 시스템 정비를 추진해나갈 것”이라면서 “지금 이 순간도 가슴 조이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계실 학부모님들, 그리고 동료 보육교직원께 거듭 죄송함과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거듭 사죄했다.
◇ “개인의 잘못으로만 볼 일인지 한 번 더 살펴 달라”
기자회견을 끝낸 김옥심 한가연 회장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이번 영유아 사망사건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시나요?
“법적인 얘길 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돌연사 증후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검 결과도 그렇게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아이가 일주일 동안 너무 아팠고 약을 계속 먹었고 아침에도 아버지가 약을 먹여서 보내왔다고 해요. 아이가 굉장히 미숙했고 그날도 어렵게 잠을 잤다고 들었기 때문에…. 통상 한 해에 6~10명 정도 어린이집에서 사망합니다. 그래서 보상을 위해 공제회가 만들어져 있어요. 다퉈봤자 어린이집도 부모님도 마음만 아프고 결론이 안 나는 신드롬이 내부에 있으니까. 틀림없이 이 상황은 그것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이를 질식시켰다고 하니까 솔직히 너무 무서워요.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Q.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요, 구조적인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24시간 보육하는데 거기에 걸맞은 두터운 보호가 있어야 합니다. 낮과 동일한 방법으로 교사를 배치한다든가, 낮에 근무했던 교사가 야간에 24시간 또 근무한다든가(해서는 안 되죠). 최소한 노동법에 준해서 배치돼야 합니다.”
Q. 왜 사퇴하시는 건가요? 핵심 임원진이 사퇴할 게 아니라 재발을 막고 수습해나가야 하지 않나요?
“처음 단체를 설립할 때부터 한 약속이 있습니다. 회원에게 이익을 주는 단체라고 할지라도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정당성을 잃는 거죠. 회원 중 누가 책임지는 행동을 못했다면 제 책임, 우리 임원진의 책임입니다. 홈페이지 메인에 ‘회원 책임제로 가겠다’고 정관에 넣어두고 공개하고 있어요. 이사회에 오늘 공식적으로 임원들 입장을 밝혔습니다. 상징인 회장이 꼭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장은 바뀌어도 뜻(주장해온 것)은 바뀔 수 없다’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제가 이렇게 설득해서 임원진도 동반 사퇴를 하기로 했어요. 무책임한 것은 아닙니다. 단체 설립 이유가 도덕성과 가치 중심이었어요.”
Q. ‘회장은 바뀌어도 그동안 해온 주장은 바뀔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해온 주장이 어떤 건가요?
“교사 처우 개선을 4년 전부터 주장했습니다. 보육단체 중에서 사용주가 교사 처우를 주장하는 곳은 없어요. 환경 개선, 표준 보육료 올려달라는 주장은 할 수 있지만 교사 처우 관련해서 주장은 우리가 유일할 거예요. 교사 없이는 운영 못 하니까. 교사들이 아동 수에 따라 (인건비) 지원받고 있어요. 교사들에게 최저인건비라도, 고용을 안정시켜주는 방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1년 만이라도 임시직으로라도 고용을 안정시켜달라는 겁니다. 아이가 결석하고 이사를 가게 되면 고용이 불안해지는 구조에 전문가가 어디 있습니까, 세상에.”
Q. 가정어린이집이 소규모라 좀 더 어려움이 많으신 거죠?
“소규모 어린이집이 특별히 어렵습니다. 4~5년 동안 국회에 건의해서 ‘영아중심 어린이집 보육지원체계 발전방안 연구’란 용역 연구를 했고, 오는 8월 23일 토론회가 준비돼 있었어요. 요지는 민간에게 교사 고용을 맡겨서 질 개선을 강제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인 어린이집 운영이 될 수 있게 하려면 교사의 고용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천신만고 끝에 결과가 나왔는데 영아 사망 사건이 나면서 죄지은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하면… 그 말을 못 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큰 잘못을 했는데 어떻게 정책 예산을 기대할 수가 있겠어요. 그러니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그동안 우리가 회원 관리를 잘못했으니 일괄 사퇴하겠다. 다만, 그동안 해온 주장만큼은 좀 들어달라’는 겁니다.”
Q. 연구 용역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어떻게 보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1·2·3안 나와 있어요. 국공립어린이집처럼 교사 인건비를 국가가 일정 정도 부담해주는 것, 최고 어려운 시기만큼이라도 안정적으로 반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 얼마만큼이라도 교사들에게 안정을 담보해줘야 한다는 내용 등이 그것입니다. 세 안이 검토된다면 질 높은 보육, 교사 역량 강화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복지부 내년 예산은 이미 끝났고 정책 예산밖에 안 되는데요, 정부가 관심을 가지려면 국회가 움직여줘야 하는데 이렇게 큰 잘못을 했으니… 표면적인 부분 말고 이면을 봐주십시오.”
Q. 기자회견에서 ‘보육이 이 나라 복지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사망사고) 저희가 잘못한 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사고의 이면을 들여다봐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그 어린이집이 어떤 상황인지 한 번만 살펴봐 주십시오. (교사) 충원이 아니라 법만이라도 지키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10시까지 시간 연장이 15명, 24시간 0세 아동은 5명 있었어요. 법적으로 최소한 교사 3명, 4명이 부족합니다. 원장의 문제가 아니라 법으로 부족하다고요.”
Q. 4~5년 전부터 교사 처우 개선을 주장했는데 왜 안 받아들여졌나요?
“예산이 막대하게 들어서요. 아이가 줄어드는 만큼 그 보육예산은 세이브 된다고 봅니다. 다른 데로 다 가는 거죠. 애는 줄어드는데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는) 조금도 나아지는 게 아니라 찔끔찔끔 환경 개선비만 좀 더 주고, 근본적인 신분에 대한 내용, 전문성을 강제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요. 국가가 기준을 마련하고 인건비를 책임진다면 본인의 전문성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봐요. 사용주는 그럴 작정이 돼 있어요. 우리한테 강제할 것을 내놓으라고 하면 뭐든지 할 의사가 있습니다.”
Q. 임원진 일괄 사퇴 이후에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신가요?
“회원 관리를 잘못해 일괄 사퇴할 테니 저희가 그동안 해온 주장은 반영해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 교사들 고용 안정시켜주는 방향으로 아이들만 돌볼 방안 만들어주면 안 되겠냐는 거예요. 기존 집행부 그대로 그 이야기하면 지은 죄가 너무 커요. 저희가 일괄 내려오고 또 다른 사람이 와도 똑같은 주장밖에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이 방법밖엔 없습니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주장까지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재고해달라, 세심하게 살펴달라고 복지부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