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 성급히 만든 무상보육…양질 보육 위해 혁신적 결단해야” 
“선거 때 성급히 만든 무상보육…양질 보육 위해 혁신적 결단해야”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8.26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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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합리적 표준보육비용을 통한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합리적 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국회의원과 발제자의 발언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합리적 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국회의원과 발제자의 발언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작년 11월에도 국회 이 자리에 모였다. 이보다 많은 의원님이 오셔서 좋은 말씀 주셨다. 그럼에도 (축사 듣는 시간은) 왜 또 이 자리에 오게 되는지 생각하게 됐다. 여당 의원님들은 필요하다면 촛불집회까지 해서 여러분이 개선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상당히 당혹스럽다.”

한국에서 보육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공공서비스’로 정의할 수 있다. 보육을 시장에 맡길지, 공공에서 일임할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2012년 당시 정부는 ‘무상보육’을 선언했다. 동시에 보육은 오롯이 국가의 몫이 됐다.

하지만 ‘공공이나 민간이냐’ 설립주체에 따라 국가 지원에 차이가 발생했고, 어린이집 보육 아동의 73.1%를 담당하는 민간·가정어린이집 측은 정부의 차등 지원이 양질의 공평한 보육을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육료는 최저기준선에 맞춰 설정됐지만, 매해 예산을 짜는 시기마다 동결을 거듭했다. 보육인들은 예산안 작성 시기에 맞춰 토론회를 열어 적정보육료 책정을 요구했다.

2부 토론회 좌장을 맡은 장영인 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제 보육료 인상 의지와 이날 건넨 축사 사이 온도차가 큰 국회의원들에게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2018년 예산 통과를 앞두고 민간 보육인들은 ‘보육료 16.4% 인상’을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분과 연동해 도출한 수치다. 하지만 그 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에서 어린이집 보육료는 9.6%가 인상되는 것에 그쳤다. 

지난 23일 태풍이 북상한다는 예고에도 불구하고 민간·가정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로 모였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 전국어린이집연합회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윤후덕·김정우·박병석·김해영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합리적 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 연합회에서 집계한 참석인원은 700여 명. 한 행사 관계자는 "대회의실 공간이 부족해 안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10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올해도 적정한 수준의 보육료가 책정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을 안고 대절 버스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참석했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합리적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매년 토론회에 개근하고 있다"고 밝힌 무소속 정태옥 의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3일 ‘합리적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매년 토론회에 개근하고 있다"고 밝힌 무소속 정태옥 의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전국 보육관계자가 모인 자리라 국회의원도 여야 할 것 없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자유한국당 조경태, 김상훈 의원,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 무소속 정태옥 의원 등 20명 가까이 축사를 전했다. 축사가 길어진 탓에 2부 발제와 토론을 맡은 전문가들이 시간을 아껴야 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진표 의원도 축사를 보탰다. 김 의원은 어린이집 인건비를 국가가 지급하는 독일 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도 독일 모델로 가자”고 주장했다. 보육인들의 큰 박수로 호응했다. 참석자들의 반응에 김 의원은 “여기 있는 사람 다 우리당 대의원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은 축사에서 “정권 바뀌면 보육정책도 바뀌지만, 보육료는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보육교사가 빠졌다는 얘기를 원장님들께 들었다”며 보육교사 특례업종 포함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 의원들이 축사로 ‘보육료 인상에 힘을 보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행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물밀 듯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 “요즘 학부모, 비용 부담 불구 고급 보육 원한다”

첫 번째 발제는 김명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가 맡아 ‘양질의 보육환경 조성을 위한 표준보육비용 제도에 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무상보육 정책은 실패했다고 진단하면서 “정권을 목표로 하는 선거전을 치르면서 복지 수요를 만들어 무상보육을 성급히 땡겨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보육정책을 “사회정화운동을 위해 삼청교육대라는 수단을 전개했던 것과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양질 보육에 대한 표준보육비용은 우리가 다시 짚어보는 정도가 아니라 혁신적인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양질 보육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로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환경과 교구 자재 ▲좋은 인성과 실력을 갖춘 우수한 보육교사 ▲도덕성과 책임성을 갖춘 유능한 보육기관 경영자로 정의하고, 적정 보육비용 부담으로 양질 보육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합리적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명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는 무상보육 정책의 실패를 진단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3일 ‘합리적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첫 발제를 맡은 김명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는 무상보육 정책의 실패를 진단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 교수는 “보육은 마치 공산품을 만드는 것처럼 최소 비용으로 다량 상품으로 저가로 공급하는 생산제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보육서비스 소비자인 학부모는 과거와 달라진 특징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김 교수가 분석한 학부모는 저품질 보육에 만족하지 않고,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높은 질의 보육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무상이라는 이름으로 보육을 끌고 가기에 한계 있다고 결론 내렸다. 

김 교수는 “빈곤계층의 지출 상황을 조사해서 빈곤선을 선정하듯 표준보육비용도 어린이들이 받는 보육서비스 값이 낮은 선에서 현상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육아정책연구소 표준보육비용 산출 모형은 시설 유형에 따른 재무상태 특징을 반영하지 않고 보육 이용시간을 과도하게 세분화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용시간 세분화는 보육교사의 현실적인 근로시간과 별개로 산정되기 때문에 정부의 원가절감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박창환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 질의 시간에 한 참석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광주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참석자는 "어린이집이 어려워 주말에 구제물품을 팔아 운영비를 충당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창환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 질의 시간에 한 참석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광주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참석자는 "어린이집이 어려워 주말에 구제물품을 팔아 운영비를 충당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영아 한 명 보는 어린이집 58곳…영아 어린이집 특성 고려해 지원해야”

이번 정책토론회는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17년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영아중심 어린이집 보육지원체계 발전방안’ 결과가 발표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보육진흥원 조용남 보육사업지원국장이 발표를 맡았다. 이 연구는 어린이집 설치 유형에 따른 정부지원 실태와 이에 따른 재정상태 차이를 비교·분석하고, 영아보육 중심의 어린이집 운영 특성과 애로와 요구사항을 파악해 영아보육 어린이집 운영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찾는데 목적이 있다.

조 국장은 “영아보육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영아보육을 담당하는) 민간·가정어린이집의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보육이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집에서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양육수당을 수급받는 대상 중 0세 아동은 97%, 1세는 66.9%를 차지한다. 0~1세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닌다면 “정말 집에서 돌보지 못하는 영아로 보육시간 자체가 늘 수밖에 없다”고 조 국장은 분석했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합리적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합리적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조 국장은 인건비 지원 어린이집(국공립·공공형·서울형)과 인건비 미지원 어린이집(민간·가정) 간의 수입 비율을 분석한 결과도 내놨다. 아동 규모나 원장·교사 경력에 따라 차이는 발생하지만 조 국장은 “정원충족률 100%인 공공형이 한 달에 1만 원 수입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정원충족률 100%인 인건비 미지원 어린이집은 7000원으로 운영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발표 중 객석에서 “80%는커녕 실제 70%도 어렵다”며 현실적인 상황은 더 열악하다고 토로한 어린이집 운영자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가정어린이집은 아동 한 명 출석 여부에 따라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가정어린이집의 설치 규모는 현재 5인 이상 20인 이하로 정해져 있지만, 최소 제한점은 없다. 보육교사 1명이 원장 겸직으로 운영하는 가정어린이집은 310개로 조사됐다. 영아 1명을 보는 곳이 2016년 말 기준으로 58곳, 두 명은 74곳, 3명은 112개로 집계됐다. 조 국장은 “‘보육교사 혼자서 아이 보는 곳이 어린이집이라고 볼 수 있냐’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최저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공공어린이집을 확대하되, 현재 운영 중인 민간·가정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국가 공인 제도를 운영하거나, 무상임대를 통한 국공립 전환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영아 어린이집 특성을 고려해 교육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운영비 지원에 있어서, 인건비 미지원 어린이집은 정원충족률이 떨어지면 운영비 수입에 한계 발생한다”며, “보육료 성격을 운영비와 인건비 지원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이 경우 국공립, 공공형 등의 요건을 준수하는 경우로 제한해 공공성도 함께 확보하도록 했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합리적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박창환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합리적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박창환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2019년 예산안, 28일 국무회의 상정…“보육료 인상 최선 다했다”는 기재부

올 4월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가 주관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 확대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반별 인건비 지원을 주장한 김익균 협성대학교 아동보육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김 교수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이렇게 지원하는 곳은 없다”며 아동 출결에 따라 보육료를 지원하는 현행 방식을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0세 아동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이 1:3인데, 영아 두 명 나가면 교사도 같이 나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사람은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서 보육료를 담당하는 공무원이었다. 박창환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은 토론회 참석 전에 토론자료를 사무관들과 함께 봤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오는 28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2019년 예산안에 “보육료 인상 수준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인상수치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칭찬 받을 줄 알고 왔다”면서 “(보육료 문제는) 1년 예산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서 보육체계 개편 문제를 제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신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장은 “표준보육비용 계측은 올해 진행을 하고 있고, 원장님들 의견도 듣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민간·가정어린이집에서 지원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인건비 부분에 대해 이 과장은 “표준보육비용 계측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비율이 높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인건비에) 교사 경력을 반영하고 싶어도 지원 인건비는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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