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워 떼쓰는 아이… 때론 '외면'도 필요합니다
드러누워 떼쓰는 아이… 때론 '외면'도 필요합니다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8.09.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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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엄마 말은 안 듣고 제 맘대로 하려고 해요

Q. 우리 아이가 드디어 4세가 되었어요. 뭐든지 제 맘대로 하려고 하고, 엄마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툭하면 놀이터에서 싸우고, 가게 앞에서 물건 사달라고 떼쓰고…. 그럴 때마다 속에서 불덩이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실래요?

아이가 고집을 부리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베이비뉴스
아이가 고집을 부리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베이비뉴스

A. 아이가 고집을 부린다면, 그 고집이 자신의 독립성을 시험하기 위한 행동인지를 우선 판단해야 한다. 아이는 3세가 되면 옷 입고 벗기, 신발 신기, 밥 먹기 등 뭐든지 스스로 하려 든다. 무조건 돌봐야 하는 의존적인 시기를 벗어나 자율성이 발달하는 것이다.

이런 고집이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아이의 고집을 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배울 기회를 허용해야 한다. 물론 엄마는 다소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아이를 위해 참아야 한다.

그러나 발달과정의 자연스러운 고집 부리기가 아닌 ‘떼 부리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신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는 것쯤을 알면서도 저지른다든가, 고집을 위한 고집, 거친 행동 등이 따르는 고집은 과감히 못하게 하여야 한다.

4세 아이가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아이의 기질에서 비롯된 고집이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는 작은 환경의 변화에도 예민하고 조금만 불편해도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고집을 부리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둘째, 부모의 일관성 없는 양육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부모가 안 되는 것은 정확하게 안 된다고 일관성 있게 아이를 대하는 것이 좋다. 고집을 부리면 원하는 것을 해주는 버릇이 생겼다면 고집은 나날이 세어질 수밖에 없다.

4세 아이는 아직 미숙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시기에 있기 때문에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린다거나 자기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아이는 고집을 부리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센 고집을 부리게 된다.

◇ 뇌과학적 의미

편도체는 아몬드 모양의 작은 구조물로 기억에 정서라는 색깔을 입힌다. 편도체는 정서기억을 저장하고 회상을 조절할 뿐 아니라 학습된 정서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들이 편도체에 이르면 이를 대뇌피질로 투사하여 감정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감각신호를 받은 편도체는 자율신경계로 신호를 내보낸다. 이러한 신호는 시상하부로 가서 자율신경 반응에 의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거나 각성과 비슷한 생리적 반응을 유발한다.

한편 편도체에서 뇌간으로 가는 신호는 자극에 대한 행동 반응을 유발한다. 소리를 지르며 집 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나 길에서 어처구니없이 주저앉아 떼를 쓰는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감정 조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전전두피질에서 대뇌변연계로 향하는 신호가 너무 미약하거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편도체가 지시하는 행동에 압도당한 경우이고, 다른 아아는 외부의 자극이 없는데도 편도체가 과민해지는 경우이다. 4세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전자의 경우가 흔하다.

특히 성인에 비해 아이들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직 전전두피질의 신호가 미약하고 산만하기 때문이다. 전전두엽의 뉴런은 성인이 되어야 성숙해지기 때문에 아이의 감정조절은 성인보다 어렵다.

이에 비해 편도체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도체의 지시에 쉽게 압도당한다. 전전두피질은 사용할수록 성숙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감정조절을 배우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조절이 어려워진다.

고집의 뇌 ⓒ김영훈
고집의 뇌 ⓒ김영훈

◇ 양육솔루션

발달단계상에 나타나는 고집이라고 해도 그 또래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보다 정도가 심하고 이런 고집을 자주 부린다면, 아이들이 보이는 단순한 고집으로 보기 힘든 경우다.

▲아이가 고집을 부리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자.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여 고집의 이유를 알아내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훈육하여야 한다.

고집 부리는 정확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관찰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물건에 대해 싫증을 빨리 느끼는 것인지,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느껴서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마음속에 스트레스나 불안이 있는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아이가 처음 고집을 부릴 때 최소한 3일간 관찰하라.

▲평소에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세심하게 들어주어라. 아이는 자신의 의견이나 욕구가 이해되고 존중받았다는 생각을 하면 부모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아이에게 자신이 귀한 존재임을 알게 해주고 배려해주면 아이도 부모를 존중하고 부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상황에 따라, 부모의 기분에 따라 기준이 바뀌면 아이의 고집은 나날이 더 세어질 수 있다. 아이가 아무리 고집을 부리고, 울고 떼를 써도 안 된다고 결정했으면 단호하게 거절하라. 고집 피우고 떼를 쓸 때 어떤 경우는 받아주고 어떤 경우 받아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판단하기 힘들어진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라. 4세 아이는 혼자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서툴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고집을 부리는 행동도 줄어든다.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스스로 하게 두고 도움을 요청할 때만 도와주어라.

▲​고집 부리지 않는 경우 아낌없는 칭찬과 관심을 주어라. 고집을 부리는 행동에는 반응하지 말고, 고집을 부리지 않고 상황에 적절하게 행동했을 때 관심을 보이고 자주 칭찬하라. 긍정적인 행동에 칭찬을 하여 그 행동을 다시 하게 되면 고집을 부리는 행동이 긍정적인 행동으로 바뀔 수 있다.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 이유를 알려고 캐묻지 마라. 부모는 캐묻는 과정에서 인내심을 잃고 화를 내기 마련이다. 부모가 화를 낼 경우 아이의 고집은 점점 더 세어진다.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부모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알면 아이는 반복한다.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이는 공공장소라고 해도 아이를 위해 꾹 참아라. 두 번만 참아도 아이는 떼쓰는 행동이 통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고집을 피울 때마다 달래거나 원하는 것을 들어줄 경우, 그렇게 해줄 수 없을 때도 아이는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게 된다. “엄마가 웬만하면 들어줬잖니, 이번에는 안 돼!”라는 말로 설득하려들지 말라.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정확히 구분 짓고 이를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자.

▲사람들이 붐비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모른 척하기는 힘든 경우에는, 아이를 번쩍 안아 비상계단이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로 옮기자. 그런 다음 아이가 고집 부리기를 멈출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아이가 잘 보이는 곳에서 책이나 잡지를 뒤적이면서 기다리면 더 효과 있다.

▲필요한 경우 아이가 떼쓰는 것을 무시하고 외면하라. 자리를 피하기 전에 “엄마는 저기 보이는 의자에 앉아 있을 테니까 네가 그쪽으로 오렴.” 하고 부모가 기다리고 있음을 반드시 알려준다.

만일 물건을 사달라고 가게 앞에서 꼼짝 않고 서 있다면 “엄마는 이거 사주지 않을 거야. 저쪽 소파에서 기다릴 테니 네가 알아서 오렴!” 하고 자리를 뜬 후 약속한 장소에서 아이가 포기하고 올 때까지 기다린다. 백화점 바닥에 드러누워 울던 아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옷을 털며 일어난다.

▲아이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그림책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수영이는 곰돌이랑 만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곰돌이를 버리고 새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네, 곰돌이 속상하겠다!”라고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어라. 자연스럽게 그림책 속 상황에 아이의 감정을 이입하게 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더 소중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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