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업은 꼭 필요해요!” 서울시민이 선택한 마더센터
“이 사업은 꼭 필요해요!” 서울시민이 선택한 마더센터
  • 기고 = 김한영
  • 승인 2018.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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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례제정 운동부터 시민참여예산 선정까지, 마더센터의 지난 1년

서울 신림동에 있는 비영리단체 행복마을마더센터는 독일의 마더센터를 모델 삼아 ‘품앗이 육아’를 위해 만들어진 열린 공간이다. 이달 초 서울시민들의 투표에 의해 시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된 마더센터. 김한영 대표에게 조례제정 운동부터 시민참여예산 사업 선정까지, 지난 1년에 대해 들어본다. - 편집자 말

지난 4월 17일 서울 봉천동 관악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 발의 촉구’ 기자회견. 김한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4월 17일 서울 봉천동 관악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 발의 촉구’ 기자회견. 김한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마더센터의 오전 시간은 다양한 모임으로 가득 찬다. 때로 모임 예약을 다 받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품앗이 육아모임, 각종 공예모임, 엄마표 영어동아리 등 스스로 기획하고 조직하고 진행하는 자조모임, 재능나눔 모임으로 분주하다.

아이 데리고 가서 눈치 보지 않고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곳, 배울 수 있는 곳. 엄마들의 쉼과 나눔, 성장의 공간이 바로 마더센터이다.

2017년 초에 개소하여 카페 형태로 운영되면서, 지역 인터넷 육아카페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독박육아’에 힘겨워하는 지역 여성들에게 호응을 받으며 “엄마들의 성지”라는 과분한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고, 때로는 주차장이 꽉 차서 난감할 때도 여러 번이었다.

“유모차 끌고 갈 수 있는 거리에 이런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서울 관악구의 모든 동마다 마더센터를 만들자는 마더센터 설치 조례제정 서명운동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품앗이 육아모임 대표들과 회원들이 모여 조례제정 추진본부를 만들고, 기금마련을 위해 바자회를 열었다.

첫 모임에서 정말 설렌다는 어느 엄마의 소감을 들으니 덩달아 내 마음도 설렜다. 한편으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흰 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해 12월 바자회를 연 것도 이제는 오래전 추억 같고, 추위를 뚫고 9000명의 서명을 받아 축하파티를 하며 모두가 즐거워했던 기억도 아련하다.

1년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조례제정 추진에는 우선 주민 9000여 명의 서명이 필요했다. 그만큼 서명을 받지 못하거나, 서명을 받더라도 구의회에서 통과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지난 6월 지방선거에도 구의원 후보로 직접 출마했다. 또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사업에도 신청하는 등의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조례제정 운동은 ‘중복서명’ 등으로 인정받지 못한 서명이 있었고, 결국 200여 명이 모자라 안타깝게도 각하되었다. 지방선거에 출마도 했지만 구의회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은 있었다. 지방선거에 나선 지역의 다른 후보들에게 마더센터 설치를 의제화한 것이다. 덕분에, 당선된 신임 구청장의 구정과제 중의 하나로 ‘임기 내에 마더센터 설치 조례를 제정하고 마더센터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었다.

지난 3월 11일 서울 신림동 도림천 둔치에서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제정 추진본부’가 서명운동을 벌였다. 왼쪽 세 번째가 김한영 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3월 11일 서울 신림동 도림천 둔치에서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제정 추진본부’가 서명운동을 벌였다. 왼쪽 세 번째가 김한영 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어린 자녀 둔 엄마아빠들의 적극 투표로 ‘2억 4천만 원’ 예산 확보

또 하나의 성과는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선정한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사업으로 마더센터 설치 사업이 선정됐다는 점이다. 예산은 약 2억 4000만 원. 시정협치 모델로 2개소를 확대·설치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 데리고 갈 곳이 없어요, 이 사업은 정말 꼭 필요해요.”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사업 2단계 심사 통과 후 컨설팅 과정에서, 어린 자녀를 둔 남성 컨설턴트가 나보다 더 열심히 공무원을 설득해주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공동육아나눔터 등과 중복되는 사업 아니냐는 우려가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높았기 때문이다.

2019년도 시민참여예산 사업에는 모두 3천여 건이 신청됐다. 그중 여러 단계의 심사 과정을 통해 150여 건이 최종 시민투표 참여 대상으로 상정됐고, 12만여 명이 투표해 100여 건 정도가 선정되었다. 만약 시민투표라는 방식이 아니었으면 사업 선정이 아마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 사업을 선택해야 하는 투표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에 제안자인 나조차도 투표가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마더센터 설치 사업이 선정된 이유는 아마 어린 자녀를 둔 엄마아빠들, 마더센터와 같은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가진 시민들의 선택 덕분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겠지만, 마더센터가 있는 서울 관악구 또한 중형급 놀이터 수보다 키즈카페 수가 더 많다.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품앗이 육아모임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 데리고 모임 할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도서관, 카페, 가정집을 돌아가며 모임을 하다 결국 사비를 털어 공간을 내는 품앗이 모임을 보며 제일 안타까웠다. 구마다 하나 정도씩 있는 공공시설인 공동육아나눔터의 경우도 예약이 꽉 차 있거나 시간제한 규정, 간식제한 규정이 있다.

이번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사업 선정을 통해 만들어질 마더센터는 2개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공공의 제한성을 극복하고 민간이 주체가 되는 주민맞춤형 협치모델로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지금은 세계 100여 곳으로 확산된 독일의 마더센터도 민간에서 시작되어 국가와 정부가 지원하듯, 이 사업을 통하여 필요로 하는 곳에 마더센터가 확산될 수 있도록 그 내용과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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