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못하는 아이… '불편함'을 겪게 하세요
정리정돈 못하는 아이… '불편함'을 겪게 하세요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8.10.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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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자꾸 어지르면서 노는 42개월 아이

Q. 42개월 남아입니다. 아이가 자꾸 어지르면서 놉니다. 특히 블록이라던지 장난감을 흐트려놓고 조금 하다가 다른 것까지 다 꺼내서 가지고 놀아요. 잔뜩 어지르고 다른 장난감에 꽂혀서 놀다, 안 가지고 노는 건 치우라고 하면 아직 가지고 노는 거라고 하고, 억지로 치우거나 하면 울어요. 놀이가 끝나도 장난감을 치울 줄을 모릅니다.

장난감을 스스로 정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베이비뉴스
장난감을 스스로 정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베이비뉴스

A. 물건을 어지르는 아이들은 어느 곳에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주려면 물건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또 정리하는 방법이 어렵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가 정리를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정리의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정리습관은 실수와 퇴보, 성공이 반복되어 나타나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매일 부모가 아이와 함께 정리정돈하는 방법을 보여주며 따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10분간 정리시간을 갖는 것이다. 저녁식사 후 10분 동안도 괜찮다. 일단 정해진 시간이 되면 즐겁고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정리시간을 갖자.

아이가 산만하거나 스스로 못하는 경우에는 부모가 도와주는 것으로 시작해 점차 아이가 혼자 정리하도록 유도하라. 이렇게 하면 하루에 한 번은 정리정돈을 하게 되고 이것은 습관으로 정착된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다음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전 단계의 놀이를 끝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 논 장난감을 정리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정리 상자를 만들어주고 상자마다 장난감 이름표를 붙여두는 것도 아이들의 정리습관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가 서툴다고 엄마가 아이의 장난감을 바로바로 치워주는 경우가 많은데, 놀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 뇌과학적 의미

전두엽은 감각기관을 통해 입력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여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점검한다. 감각정보의 과잉 속에서도 뇌가 압도되지 않는 이유는 전두엽은 넘쳐나는 정보들 중 아주 작은 일부분에만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해마는 감각기관에서 온 정보를 장기 저장소로 보내고 학습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마는 새로 전달되는 정보를 기존의 저장된 경험과 비교하는데, 사고과정에 필수적인 뇌이다.

또 정리를 잘하려면 전전두피질과 전대상피질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전전두피질은 다른 뇌 영역들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함으로써 목적을 위해 행동을 이끌어낸다. 전대상피질은 인지적 통제가 요구되는 작업에서 실행상의 실수를 감시하거나 찾아내는 역할을 하며, 충돌하는 정보 중에서 결정을 내릴 때 활성화한다. 전대상피질은 또한 안와전두피질, 해마, 편도체와 연결되어 감정을 제어한다.

아이이게 방이 어지럽다고 야단만 친다고 쉽게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그런데 부모가 정리장소를 지정하고 정리함을 만들면 효과가 나타난다. 환경의 변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오랫동안 지켜온 습관을 바꾸도록 유도한 것이다. 주변을 어지럽히는 아이는 부모의 행동과 관련이 깊다. 집 안이 늘 어수선하다면 아이의 뇌에는 어수선한 집안 이미지가 각인이 되어서 불편하지 않고 낯익은 환경이 된다.

아이의 뇌에 정리정돈된 집 안이 각인되려면 부모가 롤모델이 되어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떤 물건이든 제자리가 있다는 것을 뇌는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특히 아이가 정리정돈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 집중력도 높아진다. 정리정돈하는 습관은 자기주도성, 유능감, 독립심, 리더십을 키울 뿐만 아니라 책상습관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아이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정리정돈의 뇌 ⓒ김영훈

◇ 부모의 지침

▲집안 환경을 단순화하라.

아이의 환경이 조직화되어 있을 때 과제를 더 잘할 수 있다. 아이가 충동적으로 움직이고 잘 다친다면, 시간을 들여 집 안을 정돈해서 안전하게 만들어라. 사고에 의한 부상과 같은 아이의 나쁜 경험이 줄어든다.

아이들이 쾌적한 심리상태에서 과제를 하려면 어떤 물건은 꼭 어떤 특정한 자리에 두게 하는 정돈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가 그림책 읽기 같은 특정한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다른 식구들의 방해나 TV같이 주의를 산만하게 할 만한 것들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칭찬을 하라.

정리정돈 습관을 들이는 데 칭찬이 효과적이다. 주변을 정리정돈하거나 장난감을 잘 챙길 때마다 즉시 칭찬해주어라. 보상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허용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정리정돈을 어려워하는 아이가 조금이나마 식탁 위를 정리한다든지, 엄마가 꺼내 쓰고 되돌려 놓지 않은 간장을 찬장에 넣어준다든지, 현관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하면 칭찬을 하자. “치워줘서 고마워.” “요즘에는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잘하는구나.”

▲엄마가 바로바로 치우지 마라.

아이가 정돈하는 일에 서툴다고 엄마가 아이의 놀잇감을 바로바로 치워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리정돈의 습관을 들이기는커녕 놀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놀이가 끝난 후에 스스로 치우게끔 유도한다.

▲불편함을 경험하게 하라.

아이가 최소한의 정리정돈만 해도 좋겠지만, 하루에 몇 번씩 치워줘도 아이의 물건과 장난감은 늘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장난감을 엄마가 치워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갖고 놀고 싶은 장난감이 있어도 쉽게 찾을 수 없어 아이 스스로 불편하고 속상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제대로 정돈해놓지 않으면 필요한 장난감이나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제때 사용할 수 없음을 알게 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한 후 얼마나 불편한지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해보자.

▲수납함을 준비하라.

아주 사소한 물건 하나라도 있어야 할 일정한 장소를 정해둔다. 그래야 아이 스스로 정리정돈을 할 수 있다. 유치원 물건을 정리하고 장난감을 치우고 옷을 정리할 수 있는 구체적으로 지정된 편리한 장소가 있어야 한다.

수납함에 장난감, 필기구, 게임, 카드와 같이 이름표를 붙이자. 책장, 서랍, 상자 등 수납할 수 있는 모든 공간에 이름표를 붙여라. 미술놀이와 같은 특정 과제를 할 때는 이 때 쓰이는 모든 물건을 준비물코너를 만들어 한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준비물 일람표를 이용하라.

아이가 해야 할 일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집 안 잡일이나, 기타 그날그날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 좋다. 도표와 점검표를 사용하자. 글이나 그림으로 표시해서 상기시켜주면 아이가 해야 할 일들을 기억하기 쉽다.

우선 ‘그림그리기 준비물 일람표’에 해당 물건의 이름을 빠짐없이 적는다. 그리고 그림그리기 수업 준비물을 챙길 때 이 표를 보고 가방을 싸다 보면 물건을 빠트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람표 대신 그림그리기 수업 관련 준비물을 전부 늘어놓고 사진을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색깔을 이용하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빨간색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파란색은 창의력을 높인다고 한다. 뇌과학적으로는 빨간색은 위급 상황이나 실패 등 문제가 있는 것과 연관시키기 때문에 세부적인 것에 주의를 집중하고 기억하는 것이고, 파란색에 대해서는 파란 하늘, 푸른 물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집중력과 기억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놀이를 하는 주위에 빨간색의 물건을 놓거나 빨간색 배경의 환경을 만들고, 창의력이 부족하다면 파란색 물건을 두거나 푸른색 배경의 환경을 만들어라.

▲집 안을 늘 정돈시켜 놓아라.

부모가 물건을 아무데나 두고 정신없이 찾는다거나 집 안의 살림살이가 늘 뒤죽박죽이면 아이들은 정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 항상 엄마 아빠가 솔선수범해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떤 물건이든 제자리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치울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식사나 숙제하기 5~10분 전에 놀이를 마무리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놀이나 끝난 후에 스스로 치우게끔 유도하라. 이것이 습관이 되면 다른 일을 시작할 때, 전 단계에 어질렀던 물건들을 치워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는다.

▲정리할 시간을 미리 알려주어라.

“10분 후에 야외놀이 가야 하니까 놀던 장난감을 치워두렴~” 하고 정리할 시간을 미리 알려주자. 어릴 때부터 ‘놀이의 끝은 정리하는 것까지’라는 점을 명심하게 해준다. 그러면 시간의 감각도 익히게 되고, 다음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전 단계의 놀이를 끝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 논 놀잇감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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