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볼모 폐원 협박' 그들은 교육자가 아닙니다
'아이 볼모 폐원 협박' 그들은 교육자가 아닙니다
  • 기고=문경자·윤일순
  • 승인 2018.10.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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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 발언문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0일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고, 최근 비리 유치원 사태와 관련해 ▲한유총 및 교육당국 책임자 처벌 ▲에듀파인 무조건 도입 ▲국공립 단설 유치원 확충을 요구했습니다. 보육교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문경자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와, 어린이집 원장인 윤일순 활동가가 집회 현장에서 발언한 발언문을 옮깁니다. - 편집자 말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0일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었다 ⓒ정치하는엄마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0일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었다 ⓒ정치하는엄마들

◇ [문경자] 블랙리스트 두려워 입 다물어야 했던 교사들

저는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15년차 교사구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이번 유치원 비리 사태를, 어린이집 교사들도 많이 관심 두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학대·부실급식·회계부정·보조금 횡령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린이집을 없애고 유치원을 확대해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교사들은 '유치원은 (비리가) 더 엄청나고 규모가 클 것이다, 다만 사건화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했었어요.

이번 사태에 대해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드디어 터지는구나. 늦었지만 환영한다." 유치원에 있다가 어린이집으로 이직하는 교사들이 많아서 비리 내용을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블랙리스트·고용불안이 두려워 입을 다물었던 교사들이 많습니다.

회계부정 외에도 부실급식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보육실 환경도 문제입니다. 어떤 교사는 추운 겨울에 난방을 하지 않아 아이들이 춥다고 걱정된다고 하니, 그 유치원 원장이 아이들은 발에 열이 나서 안 춥다고, 교사들만 춥다고 느끼는거라고 했답니다.

부실급식도 건의하면, 많이 먹고 집으로 갈 때 통학차량에서 토를 한다고, 많이 먹이지 말라고 했다는 유치원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집에가서 뭘 먹었다고만 이야기하지 양이나 갯수로 이야기하지 않으니 부모님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유치원 내부를 잘 모르는 신입교사나 경력 적은 교사를 채용하는 곳이 많아, 교사들이 정확히 부정을 찾아내기란 힘듭니다. 차라리 안보고 이직하는 걸 선택합니다.

이번 유치원 비리 사건을 보면서, 이참에 유치원·어린이집 모두가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회계가 투명해지도록 에듀파인을 도입하고, 원장의 급여를 규모별로 상한가를 정해두고 나머지는 운영비에 고스란히 지출이 되도록 바뀌면 좋겠습니다.

견인과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립이 확충되고, 사립이 공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되길 바라며, 관리감독을 철저히 제대로 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랍니다. 아이들을 볼모로 폐원하겠다 협박하는 그들은 교육자가 아닙니다. 비리 유치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되도록 법 규정도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 [윤일순] 회계 문제와 더불어 꼭 수정해야 하는 것 세 가지

유아교육기관(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비리로 온 세상이 들끓고 있습니다.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넘는 시간 동안 유아교육기관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유보통합은 좌절되었습니다. 

저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입니다. 현재 유치원의 비리를 보면서, 도대체 엄마들은 무엇 때문에 유치원에 열광하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비교해보면, 유아들의 발달에 어린이집이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유보통합을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과정은 누리과정으로 통합했습니다. 누리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놀고, 하루에 한 시간씩 실외활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선,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엄청 중요하지요.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비교해보면, 만 4·5세의 경우 유치원은 교사 한 명에 아이들 25명, 어린이집은 교사 한 명에 아이들 20명입니다. 이 다섯 명의 차이가 엄청 큽니다. 이 연령의 아이들을 교사 혼자서 온전히 감당하는 것, 할 수는 있지만 이것 자체가 아동학대입니다. 

유아교육기관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꼭 수정해야 하는 것들이 세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추는 것입니다. 어린이집 기준으로 70%로 낮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교육공간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1991년에 영유아보육법을 만들고, 변화된 어린이집의 전반적인 운영과 교육과정이 있습니다. 현재는 통합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중심으로 평가도 통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평가인증 통합지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유아들의 교육공간은 1인당 2.64㎡(전체 시설은 1인당 4.29㎡)입니다. 너무 좁습니다. 통합지표에서 있어야 하는 공간, 아픈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 교사들이 쉴 수 있는 공간, 유희실, 멀티미디어실, 부모들의 공간 등 실내공간도 두 배로 확보해야 하고, 실외활동 공간도 필수로 확보해야 합니다. 

세 번째가 교사들의 처우개선입니다. 교사들의 근속을 보육료에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공립 시설에서도 교사들의 근속이 높지 않습니다. 원장들은 신입교사들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경력이 생긴다는 것은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운영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데, 원장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교사들은 한 현장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갖춘 교사로 지낼 수 없게 되지요. 교사들의 근속을 국가가 지원한다면, 교사들의 근속은 더 높아 질 것이고, 한 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 가능 할 것입니다. 

이런 세 가지 조건이 전제될 때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아동학대는 줄어들 것입니다. 단설이든, 병설이든, 국공립 어린이집이든 공공성을 확보하는 유아교육기관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꼭 함께 수정되어야 하는 세 가지, 다시 말씀드립니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을 현재의 70%로 낮추어야 합니다. ▲교육공간(실내 및 실외)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교사들의 처우를 지원해서, 교사들이 오랫동안 한 어린이집에 근속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요청합니다. 교사들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단체도 필요합니다. 사회서비스원이 각 지자체마다 생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대한민국은 전문가가 없는 나라입니다. 전문가가 있었다면 유아교육기관의 문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엄마들이 지켜볼 때 이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멈추지 말고, 끝까지 지켜보고,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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