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엄마 참여수업에 다녀왔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문화센터 같은 곳에 늘 함께 가서 종종 수업을 듣고 오긴 했지만, 아이를 정식으로 어린이집에 입학시킨 뒤로는 처음 참여해보는 수업이었다. 그래서인지 전날부터 괜히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에 밤잠마저 설쳤다.
부모 수업이 있던 당일, 아이도 무언가 분주한 움직임을 감지했는지 아침 일찍 일어나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나를 관찰했다. 서둘러 준비하고도 빠듯하게 시간을 맞춰 갔는데 이미 많은 아이들이 도착해 있었다. 또래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등원해서 생활하는 공간에 엄마와 함께 있어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 들뜬 모습이었다. 우리 아이 역시 내 무릎에 앉아 이따금씩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곤 했다.
마침내 수업이 시작되고, 아이들은 저마다 엄마와 함께 즐거운 표정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우리 아이의 일탈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느닷없이 내 품을 벗어나 수업과 전혀 관계없는 장소로 향한 아이는, 앞에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선생님 말씀을 귀담아듣지 않았음은 물론, 언제 가지고 왔는지 모를 놀이 도구를 꺼내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아이를 안아 달래기도 하고 호랑이, 경찰 아저씨 등 각종 카드를 꺼내며 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저지레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 하는 다른 아이들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는 우리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기 바빴다.
그나마 케이크를 만드는 수업은 조금 나은 편이었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 재료를 받기 무섭게 입안 가득 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케이크는 미완성에 그쳤지만 그나마 잠시 한숨을 돌리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지막으로 모든 아이들이 모여 공연을 관람하는 시간이 되자 그야말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고 규칙을 지키는 일도 어려웠을 테지만 통제가 힘든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이런 일들이 일상인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유도하여 자리를 정돈하였고 겨우겨우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다시 간식을 오물거리느라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잘 앉아 있는가 싶었는데,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또 다시 무장 해제된 야생마처럼 장소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의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될까 싶어 무작정 잡으러 다닐 수도 없었던 나는, 아이가 다른 친구의 간식 그릇을 뒤엎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후에야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쯤 되니 참여수업이고 뭐고 당장 집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고, 내가 낳은 아이지만 내 아이 같지 않은 아이의 돌발행동들이 당황을 넘어서 머리끝까지 화가 날 지경이었다. 반면에 엄마 곁에 앉아 얌전히 공연을 보고 있는 아이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전혀 다른 세상 사람들만 같았다.
‘우리 아이는 왜?’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 점이 유독 사무치게 서글펐다. 남들과 특별하게 달리 잘해준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왜 우리 아이만 이렇게 유난스러울까?
참여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모든 아이들이 각자 성향이 다르고 그 다름 속에서 규칙을 배워가는 것이 이 또래의 교육 과정이라고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본 우리 아이의 ‘다름’은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남았던 것이다.
집에 돌아온 후 아이 아빠에게도 우리가 무언가 잘못된 육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잘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실컷 하소연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핑 눈물이 돌았다. 비교하지 않기로 했는데. 절대 우리는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지 말자고 했는데.
“그럼 우리 아이가 특별히 잘한 것은 없었어?”라는 아이 아빠 질문에 “글쎄, 그냥 잘… 먹었어”라고 씁쓸한 대답을 하던 나는, 옆에서 무엇이 좋은지 손뼉을 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다 다시 피식 웃고 말았다.
분명 가정에서 더 많이 일러주고 가르쳐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해준 참여수업이었다. 그러나 다른 엄마들이, 다른 아이들이 어떤 훈육을 통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치는지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막연히 고쳐야 할 점이 많다는 깨달음만 얻었을 뿐이지 아직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엄마도 처음이니까 천천히 배우고 알아가야겠지. 더 격려하고 칭찬해주지 못한 시간들이 미안해진다. 이렇게 엄마도 아이도 부족한 것이 많을수록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 클 거라 믿고 싶다. 그리고 아이 아빠에게는 미처 못다 한 말이 있다. “우리 아이는 그중 제일 목소리도 크고 씩씩했어. 모든 일에 거침이 없었어. 그래서 그런지 내 눈엔 가장 밝고 명랑했어.”
그러니 아가야, 내년 부모 참여수업에는 더욱 환상적인 콤비로 활약해보자!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