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따라 다니고 말과 행동을 따라 하는 아이
친구를 따라 다니고 말과 행동을 따라 하는 아이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8.11.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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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자존감과 사회성 키우기

Q. 37개월 된 여자 아이입니다. 최근에 둘째 출산으로 동생이 생겼고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기가 친구를 계속 따라 다니면서 논다고 해요. 하원 때 선생님이 “오늘은 누구를 따라 다니면서 놀았어요”라고 자주 말하네요.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 말을 자주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잘 놀다고는 말을 하는데, 왜 자꾸 졸졸 따라 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A. 37개월 아이들은 다른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흉내 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진전된 친구관계를 가질 수 있다. 이 시기의 친구관계는 흉내 내기부터 시작한다는 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를 졸졸 따라 다니고 흉내를 내면서 친구관계를 쌓아가는 것이다.

37개월 아이는 서서히 협동놀이가 가능해질 뿐 아니라 다른 아이의 말이나 감정 또는 행동을 재미있어하고 흉내 내기도 하기 때문에 또래의 아이들과 같이 있을 기회를 주고 다른 아이들과 트러블 없이 잘 노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줍어하고 자기주도성이 부족한 아이라면 친구를 흉내 내면서 유대감을 나타내고 친구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 흔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친구의 말이나 행동을 흉내 내고 따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주도성과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지 여부이다. 아이의 따라 하기 행동에 화를 내고 부정적으로 아이를 바라보기보다는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역할놀이 등을 통하여 사회적 기술을 키워주어야 한다.

사회성은 선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물론 아이의 성격이 외향적이거나 높은 수용성을 가지고 있다면 친구를 잘 사귈 가능성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 기술이나 경험이 없다면 외향성이나 수용성이 높다고 친구를 잘 사귀지는 못한다.

따라서 사회성을 키워주려면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사회적 기술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일시적으로 친구를 따라 하고 친구를 쫓아다니는 것은 이상한 행동이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없어진다.

◇ 뇌과학적 의미

아이들은 왜 다른 아이의 행동을 흉내 낼까? 1990년대 초 이탈리아 출신의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졸라티(Giacomo Rizzolati) 연구팀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손의 의식적인 움직임에 관여하는 뇌 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숭이의 운동피질이 활성화되고 물건을 집거나 땅콩껍질을 까는 등 실제행동이 일어나기 1000분의 1초 전에, 운동 시퀀스를 준비하는 전운동영역이 먼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어떤 행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운동영역이 먼저 그러한 행동에 필요한 운동 시퀀스를 준비한 다음에, 실제 움직임을 이끄는 운동 피질 체계를 활성화시켜 관련된 근육을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원숭이가 자신이 과거에 경험해본 의도적인 동작을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관찰할 때도 원숭이의 전운동체계가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거울 뉴런이라고 불리는 특정 뉴런들이 두 가지 경우에서 발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첫 번째는 동물이 그러한 동작으로 움직일 때, 두 번째는 동물이 다른 누군가가 같은 동작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때이다.

특정 행동에 대한 거울 뉴런들은 인간의 뇌 속에서도 발견되었다. 그런데 전운동영역의 거울 뉴런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손이나 입의 움직임을 관찰함으로써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상대방이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할 때만 활성화된다.

여기에 더하여 땅콩을 잡는 운동처럼 행동 목표가 물체일 때는 두정엽의 특정 뉴런도 활성화된다. 과학자들은 이를 거울뉴런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아이는 어떤 움직임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그 움직임을 직접 만들어낼 때와 유사한 뇌 영역을 사용한다.

그림. 인간 거울뉴런 시스템
인간 거울뉴런 시스템 ⓒ김영훈

◇ 양육솔루션

▲자존감을 키워라. 엄마라도 속내를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의 내면에는 “내 생각을 말하면 엄마한테 꾸중을 들을 거야’’, ”이 말을 해서 관심을 끌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과 염려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의존적인 성향이 있을 때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한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호감이 생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부모가 아이가 자존감을 갖고 의존적이지 않도록 칭찬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어라. 장난감이나 옷을 스스로 고르게 하고, 아이가 읽을 그림책은 스스로 꺼내오게 하고, 무슨 놀이를 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그러다 보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자신감이나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부모가 인정해주어라. 그러다보면 친구의 말이나 행동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말과 행동을 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다른 아이에게 자기를 소개하라. 아이가 방으로 들어갈 때 ‘안녕’이라고 말하게 하라. 이것이 습관화되면 아이들과의 관계가 부드러워진다.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친구를 만났을 때 처음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에게는 말 거는 방법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잘 있었어?”, “반가워”, “너 이 블록놀이 해봤어?” 등과 같이 여러 상황에 대비해 가르쳐라.

▲사회적 기술과 놀이를 가르치라. TV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내용을 소재로 이야기를 꺼내게 가르쳐도 좋다. 말할 거리뿐만 아니라 놀 거리를 다양하게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블록놀이, 공구놀이, 로봇놀이, 찰흙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함께 하다보면 이를 매개로 친구와 쉽게 친해질 수 있다.

남의 말을 경청하거나 타협하는 기술을 그림처럼 자세히 설명해주어라. 각각 시간을 정해서 번갈아 가지고 놀거나, 순서를 지키는 것을 가르쳐주어라.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점검해보아라. 블록놀이, 달리기 등 아이가 비교적 자신 있어 하는 것을 미리 알아두어 친구에게 자랑할 기회를 주어 자신감을 키워라. 말할 거리가 풍부한 아이는 또래 관계가 원만할 수밖에 없다.

▲부끄러워하는 것을 없애주어라. 소극적이거나 부끄럼을 잘 타는 아이는 다른 아이와 관계를 가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아이가 소극적이라면 도와주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부끄러워한다면 부모가 먼저 다른 아이와 놀다가 자기 아이를 합류시킬 수도 있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주거나 말하도록 용기를 주고 지금 같이 놀도록 하거나 더 놀도록 하는 등의 거들어줄 필요도 있다.

▲보여주고 말하라.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사회적 기술을 배우게 된다. 따라서 부모가 사회적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부모의 행동을 배우게 하여야 한다.

식사시간에 즐겁게 말하는 것과 감사하는 것을 말하면 아이도 배우게 된다. 또 부모의 친구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나 부모가 다른 사람에게 한 좋은 행동을 보게 하며 친구가 약속을 잊었다 하더라도 비난하지 않는 보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래 아이들과 사귈 시간을 주어라. 의도적으로라도 또래 아이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주는 시간적 배려가 필요하다.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여 익숙한 환경에서 낯선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어라. 그러다 보면 친구와 노는 재미와 그 방법도 알게 된다.

▲아이와 성향이 맞는 친구와 사귀게 하라. 일단은 아이의 성향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라. 수줍은 아이들은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하므로 아이 성향에 맞는 한두 명의 친구와 같이 사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이마다 개성이 있어 잘 맞는 친구와 잘 맞지 않는 친구가 있다. 아이는 자신과 잘 맞는 친구가 하나만 있어도,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는다며 속상해하지 않는다.

▲부모들끼리 친하게 지내라. 사회성을 키워주려면 익숙한 사람과 함께 지내는 기회를 자주 갖게 해주어라. 가까운 친척이나 친한 친구처럼 익숙한 사람들부터 시작해 차차 관계를 넓혀가라.

친척집을 방문하거나 집에 놀러오게 하고, 함께 게임을 즐기거나 여행을 가는 식으로 공유하는 시간을 늘리다. 아이가 친숙한 친척이나 친구와 어울리는 것에 익숙해지면 가까운 이웃으로, 더 나아가 좀 덜 친한 친구로 관계를 차츰차츰 확대시켜나가자.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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