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들이 안 놀아줘서 나 혼자 놀았어"
"오늘 친구들이 안 놀아줘서 나 혼자 놀았어"
  • 칼럼니스트 주혜영
  • 승인 2018.12.10 14: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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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지키는 유아권리] 또래갈등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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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갔다 온 아이가 “친구들이 안 놀아줘”, “○○가 나 때렸어”, “친구가 안 끼워줘서 나 혼자 놀았어”라고 말을 한다면 부모는 ‘우리애가 반에서 '왕따' 당하는 건 아닌가?’ 하며 걱정이 커진다.

실제로 나의 경우 원장 상담을 요청하는 많은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또래 간의 갈등문제이다. 이 시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자녀가 또래 간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매우 빈번히 일어나는 일인데, 이러한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가 자녀의 갈등과 분쟁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주는지에 따라 또래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자녀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 연령별 또래관계의 의미

유아들이 어린이집 집단생활에 적응하면서 갖는 또래관계 문제는 연령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만 2세(네 살) 시기는 부모와 분리되어 몇 시간 동안 놀이할 수 있는 시기가 된다. 이 시기의 유아는 또래와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는 시기는 아니며, 주양육자 이외의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또래가 있는 곳으로 가서 노는 행동 등이 나타난다. 만 2세 유아들은 또래들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시기는 아니고, 부모와 분리되어 집단생활에 적응하고 담임교사와 적응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과제이다.

만 3세(다섯 살)가 되면 선호하는 친구가 명확해지고, 자주 상호작용하는 유아와 다툼이나 갈등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 진아가 때렸어, 진아가 장난감 안 줬어” 등 자주 언급하는 유아가 자녀와 가장 빈번하게 상호작용하며 놀이하기 때문에 분쟁과 갈등도 자주 발생하며, 그 유아와 친한 친구 사이라고 볼 수 있다.

◇ "오늘 친구들이 안 놀아줘서 나 혼자 놀았어"

만 4, 5세(여섯, 일곱 살)은 또래관계의 비중이 높아지는 시기로 유아들은 어른들보다 또래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인정을 얻으려고 활발한 시도를 한다. 또래놀이는 점차 정교해지고, 유아는 친한 또래의 개념을 이해하고 친한 또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시기 유아에게는 또래집단에 성공적으로 참여하여 놀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기 때문에 “용주가 나만 빼고 놀았어”, “나 혼자 놀았어” 등 유아교육기관에서 일어나는 문제 중 또래관계 문제가 주 호소내용이 되기도 한다.

어린이집 놀이 활동을 보면 반에서 인기유아, 비인기 유아가 존재하기 때문에 때로는 비인기 유아가 혼자 놀거나 놀이에 끼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따돌림이란 ‘의도적으로 특정 아이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등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따돌림이나 '왕따'와는 차이가 있다.

지속적으로 놀이 활동에서 빼고 놀거나 혼자 놀이하지는 않는다. 유아는 그날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분, 놀이 유형 등에 따라 선호를 결정하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 놀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등 놀이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아이는 자신이 또래집단이나 친한 친구에게 한번 거부당하더라도 그것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시기이므로 부모에게 그 부분을 호소하는 것이다.

“친구가 나 빼고 놀았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은 아니며, 그날 아이에게 잠깐 동안이지만 가장 크게 기억되는 것을 부모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의 말을 듣고 이것을 크게 생각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걱정하면서 안절부절 하는 것은 아이에게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아들은 선물 주기, 호의적인 언어 사용, 초대하기 등의 행동을 통해 좋아하는 또래나 친구들로부터 관심과 수용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또래 놀이에서 거부나 수용은 놀이상황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며, 아이 나름대로 수용받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사회적 기술을 훈련할 기회를 얻고, 이 과정에서 아이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 사회성이 좋은 유아의 특징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사회성이 좋은 유아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분위기 파악을 잘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집단의 규칙을 잘 이해하고 지키며,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그것에 맞게 행동하는 능력이 있다.

즉 사회성이 좋은 유아는 사회적 규칙과 사회적 지식을 이해하고 발휘할 수 있으면서 감정조절 능력이 있는 유아이다. 사회적 규칙과 사회적 지식, 감정조절은 사회성 기술의 세 가지 요소로,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규칙을 잘 이해하는 유아

사회적 규칙이란 교실에서 규칙, 놀이순서, 사회적 규범과 질서에 따르는 능력 등 그 집단이나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규칙, 질서 등이다. 교실상황에서 집단의 규칙을 잘 따른다는 것은 놀이하다가 치워야 할 시간에 장난감을 치우거나 자기 물건을 정리하기, 자기 순서 기다리기, 착석이나 이동 등 집단지시에 적절히 규칙 지키기 등이다.

규칙은 개인이 속한 사회나 집단에서의 사회적인 약속이므로, 개인의 편안함과 이익에 국한되지 않고 때로는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하기 싫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더 놀고 싶지만 다음 활동을 위해 장난감을 치워야 한다거나, 자고 있는 동생들 반을 지나갈 때 목소리를 낮춰서 지나갈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규칙을 잘 지키는 유아는 교사나 부모의 강압적인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규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도록 키워야 한다. 사회적 규칙을 지킬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의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사회적 지식을 알고 있고 적절히 발휘하는 유아

사회적 지식이란 집단의 주된 사회적 관습과 또래문화에 대한 사회적 규준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행동을 통해 배워진다. 유아가 속한 집단의 문화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만약, 유아들이 놀이상황에서 한 명은 강아지가 되고, 한 명은 주인이 되어 목에 끈을 매고 산책하는 놀이를 한다면, 부모의 시각으로는 강아지가 된 유아가 불쌍하다거나 낮은 취급을 받고 있는지 걱정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지식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한다면, 유아 또래집단에서 그냥 놀이일 뿐이다. “왜 너는 맨날 강아지 역할이야?” “너는 병원놀이 할 때 왜 맨날 아기만 해?”라고 부모가 개입한다면 유아들 문화와 사회적 지식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다.

버스 타고 가는 놀이를 하려고 한다면, 교통카드 대고 타고 내리기, 아저씨께 감사 인사하기, 내릴 때 단추 누르기 등을 연상할 수 있는 능력은 사회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소꿉놀이 하고 있는 또래들에게 다가가서 함께 놀고 싶다면 “야, 우리 블록 놀이하자”라고 하지 않고 “와, 이거 얼마예요?” 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함께 놀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사회적 지식이다.

이는 유아가 또래놀이의 맥락을 이해하는 측면이다. 유아가 사회적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들과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서 사회적 지식을 습득하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감정공유와 자기 감정을 조절을 할 줄 아는 유아

좌절, 실패, 배척 등의 속상한 감정이나, 화나는 감정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사회성 기술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또래가 놀이에 끼워주지 않을 때, 게임에서 졌을 때, 친구가 자기 의견대로 들어주지 않았을 때, 속상한 감정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감정조절의 예이다.

또한 또래 상호작용에서 다른 사람의 반응을 정확하게 예견하는 능력, 다른 사람이 겪는 감정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미리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등 감정공유와 관련이 있다.

자기 중심적으로 양육된 유아는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거나 예견하기, 실패나 좌절 등 부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데 유능하지 않다. 아이는 적당히 실패와 좌절, 배척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기회가 있어야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도 생기며,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생기는 것이다.

◇ 유아의 사회성은 갈등과 불편함을 겪으면서 생겨난다

이런 의미에서 유아에게 일정한 시기가 되면 또래와 오랫동안 놀이를 하면서 사회적 기술을 발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 부모는 유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한 발짝 물러나서 기다려야 한다. 또래 간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아이는 혼란스러우며, 독립적으로 사회성 기술을 익혀나가는 데에 방해가 된다.

형제자매들이 많은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격이 좋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형제자매들이 많으면 혼자 독차지할 수 없어서 불편하기고, 분쟁이 있기도 하고, 속상한 경험이 자주 일어나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는 적절하게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가는 것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갔다 온 다음에 친구들에 대해 속상해 하거나 불편해 하는 것을 보며, 우리 아이가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리면 된다. 유아의 갈등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 경향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친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는 과정이다. 또 유아는 갈등을 통해서 관계를 적절하고 건설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연습할 기회를 얻으면서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받는다.

유아의 갈등과 어려움은 아이가 성장하기 위한 아픔이며,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게 되면 또래관계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겪어낼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하고, 대인관계에서 소심한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있다. 부모는 그저 아이의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고 지지해 주며 느긋이 기다리면 어느 틈에 성큼 성장한 자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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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k**** 2018-12-23 22:59:28
친구들이 안놀아줘서 나혼자 놀았어~ 딸이 했던 말이에요.
처음엔 못어울리나 걱정했는데 아이랑 대화를 해보니
여기글처럼 또래놀이에서 거부와 수용을 하는 단계였어요.
나름 아이입장에서 설명해줬는데 개입은 자제하고
우리 아이가 차차 적응하고 잘 성장하게 믿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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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2018-12-15 17:34:01
정말 이런 문제를 보면 어떻게 해줘야 할 지 항상 걱정하게 되더라구요.
이렇게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니 다행이예요. 약간의 조언을 해주면서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게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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